극 중 주강찬과는 결이 다르지만, 주상욱 역시 영락없는 ‘딸 바보’ 아빠였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표정이 달라졌다.
“딸이 아직 너무 어려요. 아직은 아빠를 한없이 좋아하는 딸이죠. 잘 때도 저랑 자려고 하고, 제가 재워주고 학교도 데려다줘요. ‘엄마 좋아, 아빠 좋아?’ 물어보면 둘 다라고 합니다. 다만 ‘아빠가 무서워? 엄마가 무서워?’라고 물으면 엄마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언젠가 찾아올 딸의 사춘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주상욱은 표정을 굳히며 “상상하고 싶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주변에서는 (아빠 껌딱지인 시기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는데 벌써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도 그때 가봐야 아는 거고 결국 아빠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대화를 많이 하는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상욱·차예련 부부의 딸은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미대 출신인 아빠의 반응은 의외로 냉정했다.
“분명 선생님이 도와주셨을 거예요. ‘너 선생님이 도와줬지?’ 하고 물어봤는데 색깔은 자기가 골랐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미대 출신이라…. 색감을 보며 ‘색 조합은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줬습니다. 딸도 저 못지않게 T 성향인 것 같아요. 선생님 도움을 받았냐는 말에 ‘맞아’라고 하더라고요.”
딸은 부모님이 배우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5세 관람가인 ‘김부장’은 보여주지 않았단다.
그는 “‘김부장’은 15세 관람가이긴 하지만 잔인한 부분도 있고 절대 못 보게 했다. 이 작품을 보기엔 아직 너무 어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5살이 넘어간 뒤에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아빠가 맞는 모습을 보면, 연기라고 해도 마음 아파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강찬은 엔딩에서 악행의 대가를 치른다. 주학건설의 비리가 폭로되면서 회사는 망하고, 주강찬 부녀는 공권력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이런 가운데 금이빨(조복래 분)에게 습격당하기도 한다.
작품의 이례적인 흥행으로 시즌2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주강찬의 재등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주상욱은 “(인기가 이렇게 높으니) 시즌2는 하지 않겠느냐”며 “주강찬은 가진 힘을 거의 다 잃었다. 또 나와서 악행을 벌인다고 하면, 시청자들이 질려할 것 같다. 지금 정도에서 끝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특별출연’ 정도라면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감독님과 농담으로 ‘시즌2를 하면 착하게 사는 주강찬으로 잠깐 나오겠다’고 했었어요. 멀리서 지켜보는 정도로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점 하나 찍고 쌍둥이 형이 복수하러 오는 건 어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만하시라고 했습니다. 하하.”
주상욱은 극 중 아저씨 3인방(소지섭, 윤경호, 최대훈)의 케미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는 “셋은 늘 붙어 다니던데 저는 외로웠다. 거기는 모든 신이 대본을 토대로 하지만, 거의 애드립이더라. 어떤 게 재미있을지 연구하고 연기를 해보면서 나온 결과물이던데 그런거 보면서 ‘나도 저런 아이디어 많은데…’ 했다. 외롭게 묵묵히 촬영했다. 홍보 과정에서도 어디 나가서 말 좀 하고 싶은데 악역이 갑자기 끼면 그것도 이상하니까…. 아빠 유니버스가 부러웠다”고 돌아봤다.
주상욱은 1998년 KBS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연기를 시작했다. 곧 데뷔 30년 차를 맞는 그는 작품이나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단다. 주상욱은 “나이도 있고, 이 나이에 해야 할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제가 작품에서 제일 선배인 경우도 많다.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데뷔 후 공백기도 있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자이언트’ 이후에는 거의 쉬지 않고 작품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다”며 “연기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현장이 질리지 않는다. 갈수록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찾기 어려운데도 현장에 가면 젊은 에너지를 받는다. 그게 삶의 활력이 되는 것 같다”고 직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김부장’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면서,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SNS 댓글을 통해 해외팬들의 증가를 느끼고 있었다. 주상욱은 “SNS 댓글에 외국어가 정말 많아졌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다. SNS 팔로워도 많이 늘었고, 아내(차예련)의 유튜브도 조회수가 크게 늘었다더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유튜브에 잠깐씩 출연하는데 재미있다. 유튜브에 담기는 건 온전한 일상이지 않나. 그런 모습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계시더라. 재미있는 것도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실장 전문 배우에서 회장까지…. 회사를 못 벗어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도 부장, 사장, 회장을 연기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어떤 사람을 연기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주강찬처럼 꼴 보기 싫은 악역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과 좋은 연기로 오래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