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잘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꿈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배우 원현준(46)은 최근 서울 강남구 프레인TPC 사옥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6일 종영한 ‘김부장’은 딸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평범한 가장 김부장(소지섭 분)이 국가와 거대 권력의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빠른 전개와 강렬한 액션, 배우들의 호연을 바탕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원현준은 극 중 국가안보처 특임국장 강국철 역을 맡았다. 김부장과 대립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인물로,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강압적인 수단도 불사하는 현실주의자다. 극 중 코드네임 ‘땅강아지’로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원현준은 “촬영을 마치고 작품 공개 전 진행한 종방연에서도 감독님과 스태프들 모두 이 정도로 잘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시청자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신 덕분에 좋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률을 확인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매일 아침 확인했다”며 “말도 안 되는 수치가 나와 꿈같았다. 작품이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을 받아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본 ‘김부장’의 흥행 비결은 뭘까. 원현준은 “‘김부장’이라는 작품은 결국 부성애라는 감정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것 같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장르적인 액션과 빠른 전개가 있고, 주요 배우들의 유머가 적절하게 들어간다. 시청자분들이 너무 무겁지 않게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큰 사랑을 받고있는 가운데 오히려 그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단다. 원현준은 “다들 행복해하고 있는데 너무 행복하다 보니 오히려 불안한 마음도 같이 오더라”며 “조용히 끝까지 기도하면서 지켜보자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원현준은 빠른 시기에 ‘김부장’에 합류했다. 그는 “감독님이 미팅을 제안해주셨다”며 “감독님께서 소지섭 선배님 다음으로 거의 두 번째로 캐스팅됐으니 잘 부탁한다고, 제발 잘해달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사했지만 부담감도 컸다. 강국철이 중요한 역할인 만큼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며 “감독님은 별도의 틀을 제시하기보다 제가 해석한 캐릭터대로 하면 된다고 믿어주셨다”고 말했다.
웹툰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일부러 원작은 찾아보지 않았다. 원작의 이미지를 미리 접하면 연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파인’ 때도 그랬지만 웹툰 원작 작품에 들어가면 일부러 원작을 보지 않는 편”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 정도만 봤는데 처음 보니 외적인 싱크로율은 저와 맞지 않더라. 체격도 그렇고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적인 부분은 제작진과 상의해 만들어가되, 인물은 대본에 충실하게 접근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강국철은 등장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분노를 표출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주인공 김부장을 끊임없이 추적하고 방해하면서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았지만, 원현준은 강국철을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강국철은 국가에 대한 사명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에요.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김부장을 쫓는 인물이죠. 주인공과 대립하다 보니 악역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신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대사는 “내가 너 같은 간첩은 안 믿어도 네 딸은 대한민국 국민이야. 난 대한민국 국민은 목숨 걸고 지켜”였다. 이 대사로 시청자들에게 ‘땅강아지’의 이미지가 다시금 각인됐다.
원현준은 “강국철이라는 캐릭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사”라며 “처음 주 회장의 집을 찾아가 경호원들과 대치하면서 ‘여기가 어딘지는 알 바 없고, 보시다시피 공무 수행 중이다’라고 하는 부분에서도 첫 등장부터 강국철의 면모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차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자기 신념을 밀어붙이는 장면들이 강국철을 설명한다”며 “마지막에도 강국철과 특임국에 대한 노여움을 조금은 풀어줄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원현준은 강국철을 연기하면서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그 역시 시청자 입장에서 본 강국철은 답답하고 밉게 느껴졌단다.
“대본을 받고 촬영할 때는 국가 안보에 대한 신념 하나를 가지고 연기했어요. 그런데 드라마가 공개된 뒤 저도 ‘김부장’의 팬으로 시청하다 보니 강국철이 밉고 답답하고 속이 터지더라고요. ‘왜 자꾸 김부장을 괴롭히지?’ 싶었죠.”
그는 촬영 내내 강국철이 왜 김부장을 미워하고 집요하게 추적하는지 고민했다.
“강국철의 직업적인 특성과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녹아 그렇게 행동한다고 생각했어요. 김부장과의 관계, 진철과 한수와의 호흡을 통해 캐릭터가 조금씩 작품 속에 스며들었다고 봅니다.”
극 중 박진철(윤경호 분)과 성한수(최대훈 분)는 강국철을 ‘땅강아지’뿐 아니라 ‘땅그지’, ‘똥강아지’ 등으로 부르며 놀린다. 이를 두고 배우들끼리 강국철이 특임국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것 아니냐는 고민도 있었다.
원현준은 “두 분도 ‘그래도 특임국 국장인데 너무 놀리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더라”며 “상의 끝에 오히려 그렇게 가야 마지막에 강국철이라는 캐릭터가 살고, 전체 캐릭터들의 조화 속에서도 맞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끝까지 밀어붙이자고 합의하고 촬영했는데 결과물은 만족스럽다”며 “미운털은 많이 박혔지만 최종회까지 보면 강국철과 특임국을 향한 노여움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극 중 메인 빌런인 주강찬(주상욱 분)은 딸을 찾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 김부장과 자신의 행동이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강국철 역시도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강압적인 방법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이를 두고 통쾌한 액션이라는 반응과 함께 목적을 위해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논쟁도 이어졌다.
원현준은 “작품 속 폭력적인 부분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을 봤다”며 “작품의 장르적 특성상 악의 잔혹함을 더 강하게 보여주고, 결국 선이 악을 응징했을 때 시청자들이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의 폭력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현실에서 폭력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분들마다 다르게 느끼실 수 있지만 작품을 통해 폭력 자체를 정당화하기보다, 현실에서는 더 나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김부장 역의 소지섭과 호흡을 맞춘 소감도 남달랐다. 원현준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시절부터 소지섭의 팬이었다고 밝혔다.
“처음 현장에서 만나 뵙고 팬심으로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내면이 단단한 분이더라고요. 현장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시고 본인의 연기뿐 아니라 상대 배우의 연기와 호흡까지 균형 있게 살려주세요.”
이어 “촬영하면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도와주셔서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며 “강국철 캐릭터에 대해서도 자문을 많이 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마지막 특임국 장면 역시 소지섭과 감독, 원현준이 함께 의논해 완성했다.
원현준은 “원래 있던 신이지만 조금 더 시청자들이 ‘그래도 특임국이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방향으로 소지섭 선배님, 감독님과 함께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윤경호, 최대훈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었다.
“윤경호 배우와는 예전부터 여러 작품을 함께했고 동갑이지만, 이렇게 많은 장면에서 붙은 건 처음이었어요. 함께해보니 ‘윤경호는 윤경호다’ 싶더라고요.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최대훈에 대해서는 “‘학씨’를 너무 좋아했던 동갑내기 선배”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도 많이 느꼈다. 세 사람이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두 친구에게 많은 도움과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진철과 한수를 체포하는 장면에서 나온 ‘학씨’ 역시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현장에서 최대훈 배우와 ‘여기서 한 번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상의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너의 학씨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방식대로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김부장 일행이 민지를 구출하기 위해 지하 벙커에 모이는 신이었다.
원현준은 “이틀 연속 지하 벙커에서 12시간 가까이 촬영했다”며 “모두 정말 열심히 찍었고 결과물도 너무 잘 나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부장과 진철, 한수에 비해 고난도 액션은 많지 않았다. 대신 이들에게 당하는 액션 합이 많았다.
그는 “사전에 합을 충분히 맞췄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며 “촬영 내내 힘들다기보다 재미있었고 감사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원현준에게 강국철은 이미 인생 캐릭터가 됐다.
“강국철은 제 인생 캐릭터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땅강아지에게 고생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굉장히 많은 미움을 받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귀엽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마지막까지 보셨다면, 강국철과 특임국에 대한 미움도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