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김부장’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원현준은 작품 이후 달라진 반응도 실감하고 있었다.
“가족과 지인들이 ‘이제야 빛을 본다’고 하더라고요. 또 ‘왜 자꾸 김부장을 방해하느냐’, ‘민지에게 밥 좀 줘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어요. 하하. 강국철을 미워하면서도 조금씩 정이 들어 귀엽다고 해주시는 팬분들도 있는 것 같던데요”
사실 원현준은 강한 외모와 낮은 목소리, 장르물에서 맡아온 개성 강한 역할 때문에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다. 다만 많은 사람이 그를 실제 출연하지 않은 영화 ‘범죄도시’의 출연자로 기억하고 있다는 뜻밖의 고충도 있었다.
그는 “다들 제가 ‘범죄도시’에 한 번은 나온 줄 알더라. 그런 오해를 정말 많이 받는다”며 “장르물이나 캐릭터가 강한 작품에 많이 참여했고, 맡은 역할들도 분량은 길지 않지만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다. 외적인 이미지가 강한 편이고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캐릭터물에서 더 기억에 남는 게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작 원현준이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완전한 악인을 연기한 적은 많지 않았다. 그는 “캐릭터들은 세 보이지만 제가 생각할 때 정말 나쁜 역할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다음에는 완전히 악한 인물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강한 이미지 때문에 하지 못했던 정반대의 역할에도 욕심을 드러냈다.
“배우들끼리 이야기할 때 ‘출근하고 퇴근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해요. 평범한 직장인이나 동네 삼촌처럼 일상에 붙어 있는 역할이요. 휴먼드라마에서 공기처럼 생활하는 캐릭터를 정말 해보고 싶습니다.”
‘김부장’ 촬영 중에는 드라마 ‘아파트’에 일본인 야쿠자 타다요시 역으로 특별출연하며 상반된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다.
원현준은 “‘김부장’을 촬영하던 중 한 회 특별출연 제안이 들어왔다”며 “일본인 역할도 처음이고 야쿠자 역할도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돌아봤다.
일본어 선생님과 대사를 끊임없이 맞추며 촬영을 준비했다.
“선생님께서 제 말투와 일본어 톤이 야쿠자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린다고 힘을 많이 주셨어요. ‘김부장’ 촬영이 없는 날에는 타다요시의 일본어 대사를 기계처럼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좋은 경험이었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두 작품의 촬영 시기가 겹친 만큼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있었다. 그는 “타다요시의 이야기가 더 길었거나 역할이 특별출연이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김부장’에도 피해가 갈 수 있고 ‘아파트’에도 피해가 될 수 있으니까. 짧게 등장하는 인물이고 이미지도 잘 맞는다고 해주셔서, 제가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외적으로 비춰지는 이미지와 달리 그의 실제 모습은 말수가 적고 숫기가 없는 편이다. 그는 “말주변도 많지 않고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듣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도 (인터뷰를 하면서) 너무 긴장해서 위경련이 올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 분위기를 띄운 것은 윤경호였다. 그는 “윤경호는 조금 과한 것 같긴 한데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아울러 윤경호가 시청률 공약으로 묵언 수행을 했을 당시의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기사로 묵언 수행 소식을 보고 카카오톡을 보냈는데 답장을 안 하더라고요. 말만 안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카카오톡에도 대답을 안 했어요. ‘그래, 고생하겠구나’ 했죠.”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8회 방송이 끝난 지난 19일 일요일에 메시지가 왔다. 다만 묵언 수행에 대한 답장은 아니었다.
“갑자기 ‘왜 자꾸 김부장에게 태클을 거느냐’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내용을 다 알면서도요. 하하.”
작품이 흥행하면서 포상휴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원현준은 “포상휴가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바가 없다”면서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정말 가보고 싶다. 기사로만 봐서 포상휴가가 어떤 것인지 모른다”고 웃었다.
방대한 원작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만큼 시청자들은 시즌2를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원현준은 아직 들은 바가 없단다.
“저도 주변에서 시즌2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는데 아직 들은 건 없어요. 웹툰 원작이기도 하고 시청자분들이 시즌2를 원하시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정말 원합니다. 혹시나 시즌2를 하게 되고, 저도 출연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너그러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작품이 이례적인 흥행을 하고 있어 연말 시상식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법 하다. 그러나 원현준은 상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했다. 자신의 수상보다 작품과 동료 배우들의 수상을 바랐다.
원현준은 “작품이 너무 잘되고 있어 개인적인 상 욕심은 없다”며 “작품상을 받고 소지섭 선배님이 대상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제 상보다 그걸 더 바란다”고 말했다.
‘김부장’은 원현준에게 배우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그는 “모든 작품을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고 마무리하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사랑받은 작품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배우로서 의미가 큰 작품이고 앞으로 조금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발판이 된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김부장’은 저에게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그 사랑에 기대기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더 좋은 사람과 배우가 될 것”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