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만8000명 관객 동원
BTS 정국 협업곡 무대 및 트와이스 나연과 듀엣 무대도
스타디움을 흔드는 데 반드시 폭발적인 사운드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고양종합운동장에 선 팝가수 찰리 푸스는 섬세함으로 압도했고, 익숙한 노래로 낯선 감동을 완성했다.
찰리 푸스는 1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Whatever’s Clever! World Tour in Seoul’을 개최했다. 국내 첫 스타디움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 이날 공연에는 약 3만8000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2016년 서울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 그는 잠실실내체육관과 KSPO DOME, 고척스카이돔을 거쳐 마침내 스타디움 무대에 섰다. 한국 팬들과 함께 쌓아온 시간은 공연장의 규모만큼이나 깊어진 인연을 보여줬다.
예정된 시각보다 10분 늦게 막을 올린 공연은 오프닝 영상부터 객석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라는 찰리 푸스의 말에 함성이 쏟아졌고, 그는 “더 크게 소리질러”라며 분위기를 달궜다.
첫 곡 ‘Beat Yourself Up’으로 무대를 연 찰리 푸스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팬들에게 화답했다. 이어 ‘How Long’, ‘LA Girls’, ‘Home’, ‘Cry’를 연달아 선보이며 익숙한 멜로디로 객석을 물들였다.
‘Dangerously’, ‘One Call Away’, ‘Done for Me’, ‘Marvin Gaye’ 등에서는 팝과 R&B를 넘나드는 음악적 스펙트럼이 돋보였다.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를 직접 연주하며 완성한 라이브는 화려한 장치보다 음악 자체의 힘으로 무대를 채웠다.
한국 아티스트들과의 특별한 인연도 눈길을 끌었다. 그룹 방탄소년단 정국과 협업한 ‘Left and Right’ 무대 후 감사를 전한 그는 ‘We Don’t Talk Anymore’에서 트와이스 나연과 호흡을 맞추며 객석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원곡에서 셀레나 고메즈가 맡았던 파트를 소화한 나연은 찰리 푸스와 가벼운 듀엣 댄스까지 선보이며 무대에 유쾌한 에너지를 더했다.
공연의 감정선을 깊게 만든 것은 곡에 대한 찰리 푸스의 진솔한 설명이었다. 케니 지와 함께한 ‘Cry’를 앞두고 그는 “눈물로써 강해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의 의미를 전했다.
이후 ‘Boy’, ‘Cheating on You’, ‘Attention’, ‘See You Again’, ‘Change’까지 쉼 없이 이어진 무대는 마지막까지 열기를 유지했다. 셔츠가 흠뻑 젖을 정도로 무대에 몰입한 찰리 푸스는 1시간 30분 동안 총 16곡을 선보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찰리 푸스의 강점은 소리의 크기보다 소리를 다루는 방식에 있었다. 정교한 멜로디와 리듬, 곡마다 섬세하게 달라지는 보컬의 표현력은 대형 공연장의 공간감 속에서도 선명하게 살아났다. 시종일관 그의 곁에 머물러 힘을 실은 코러스 보컬진도 그의 음악을 더욱 다채롭게 했다.
찰리 푸스는 고양의 스타디움을 거대한 소리로 뒤흔들기보다 음악이 지닌 섬세한 힘으로 가득 채웠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