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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박진영 열연에 감우성 깜짝 등장…‘100일의 거짓말’, 첫방부터 강렬 [돌파구]

김소연
입력 : 
2026-10-11 06:49:02
‘100일의 거짓말’. 사진| tvN
‘100일의 거짓말’. 사진| tvN

경성역에서 시작된 우연한 만남이 암살 사건으로 이어졌다. 돈을 모아 조선을 떠나려는 소매치기, 복수를 꿈꾸는 독립운동가, 과거를 감춘 엘리트 통역관까지. 저마다 다른 목적을 지닌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얽히면서 ‘100일의 거짓말’이 흥미로운 출발을 알렸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극본 류보리, 연출 유인식 김윤진)에서는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 이가경(김유정 분)이 우연히 훔친 가방에서 총알을 발견한 뒤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암살 사건에 휘말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1932년 경성. 조선어와 일본어, 영어에 능통한 이가경은 돈을 모아 미국으로 떠나기 위해 소매치기로 돈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경성역에서 유소란(김현주 분)의 가방을 훔치고, 우연히 마주친 사토 히데오(박진영 분)의 지갑까지 슬쩍했다. 이후 가방에서 총알을 발견한 이가경은 이를 빌미로 돈을 받아내려 유소란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유소란은 자신의 딸을 비롯해 조선인 수십 명을 죽인 사토 신이치(진선규 분)를 암살하기 위해 유필립(이무생 분)과 부부로 위장한 구국단의 밀정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이가경은 집에서 사토 신이치의 양자인 김태웅과 다시 마주쳤다.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던 중 케이크 배달원으로 위장한 의문의 남자(감우성 분)가 총을 꺼내 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남성은 사토 신이치에게 자신을 안내하라며 이가경을 총으로 위협했고, 이가경은 김태웅에게 영어 ‘암살’이라고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남의 집에 들어온 이가경이 순식간에 암살 사건 한복판에 놓인 것이다.

첫 회는 이처럼 우연과 필연을 교차시키며 인물들을 하나의 사건으로 끌어모았다. 경성역에서 스쳐 지나간 인연이 유필립의 집에서 다시 이어졌고, 소매치기가 목숨을 건 암살 계획에 휘말렸다.

인물들의 과거도 하나씩 드러나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했다.

사토 히데오는 어린 시절 소매치기를 하다 사토 신이치에게 붙잡힌 조선인 소매치기 김태웅이었다. 그러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대신 “잡혀 죽으나 길에서 굶어 죽으나 다를 게 없다”고 답했고, 사토 신이치는 그런 김태웅에게 흥미를 느껴 그를 살려줬다. 그 과정에서 그를 대신해 거리의 다른 아이를 총으로 쏴 죽였다.

이후 사토 신이치의 양자가 된 사토 히데오는 과거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면서도 모른 척했다. 그가 양아버지를 향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겉으로 드러난 충성심이 진심인지 의문을 남겼다.

‘100일의 거짓말’. 사진| tvN
‘100일의 거짓말’. 사진| tvN

이처럼 첫 회는 인물들의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보여주며 각자의 행동에 이유를 부여했다. 돈에 집착하는 이가경의 냉소,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건 유소란의 결심, 속내를 감춘 김태웅의 침묵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났다.

이뿐 아니라 배우들이 그리는 캐릭터들의 서로 다른 성격도 흥미를 유발했다. 김유정은 거침없고 능청스러운 이가경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며 극을 이끌었다. 돈 앞에서는 한없이 당당하다가도 예상치 못한 위기에서는 당황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박진영은 여유로운 태도 뒤에 복잡한 사연을 감춘 사토 히데오를 절제된 연기로 표현했다. 특히 김유정과의 첫 만남부터 이어진 신경전은 앞으로 두 사람이 그려낼 관계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김현주는 복수를 앞둔 유소란의 절박함을, 이무생은 그를 돕는 유필립의 신중함을 그려냈다. 진선규는 잔혹한 사토 신이치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과정에서 유인식 감독의 연출력도 빛났다. 여러 인물을 한꺼번에 소개하면서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경성역에서 시작된 이가경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인물들과 마주하게 되고, 이들의 관계가 조금씩 드러나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장면마다 분위기를 달리하는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이가경과 사토 히데오가 티격태격할 때는 웃음을 자아냈지만, 유소란의 암살 계획이 드러나면 긴장감이 높아졌다. 사토 신이치의 잔혹한 과거가 공개될 때는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러한 변화가 급작스럽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엔딩부분에서 눈길을 끈 것은 2021년 SBS ‘조선구마사’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낸 감우성이었다. 극 후반 케이크 배달원으로 위장한 의문의 남자로 등장한 그는 돌연 총을 꺼내 들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짧지만 강렬한 등장이었다.

첫 회부터 사건이 휘몰아치며 진행되면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충분히 남겼다. 미국으로 떠나는 것만을 꿈꾸던 이가경이 어떻게 독립운동에 가담하게 될지, 사토 히데오는 양아버지 사토 신이치와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 유소란과 유필립의 암살 계획은 어떤 결과를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서로의 정체와 속내를 알지 못한 채 만난 이가경과 김태웅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로맨스로 발전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100일의 거짓말’은 첫 회부터 많은 인물과 사건을 쏟아냈지만, 서두르거나 과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인물들의 사연을 적절한 순간에 꺼내놓고, 웃음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웃음을, 긴장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긴장을 만들어냈다.

독립운동에 냉소적이던 소매치기 이가경이 뜻밖의 암살 사건에 휘말리면서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첫 방송부터 흥미로운 이야기의 서두를 선보인 ‘100일의 거짓말’이 tvN 20주년 특별기획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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