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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4’ 마지막 타자 변요한, 판 제대로 살렸다 [한현정의 직구리뷰]

한현정
입력 : 
2026-09-09 19:00:13
수정 : 
2026-09-09 19:03:59
흔들렸던 시리즈의 반가운 선방…딱 어른들의 팝콘 무비
사진 I CJ ENM
사진 I CJ ENM

그 어려운 걸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마지막이라고 해서 전설의 시작을 흉내 내지도, 장수 시리즈의 무게에 짓눌리지도 않았다. 익숙한 패는 영리하게 변주하고, 새로운 플레이어는 제대로 스카우트했다. 야무진 세대교체로 돈값하는 피날레, ‘타짜: 벨제붑의 노래’(이하 ‘타짜4’)다.

앞선 시리즈와 결부터 다르다. 화투 대신 텍사스 홀덤을 승부의 중심에 놓고, 기존 세계관과도 거리를 둔다. 오래된 프랜차이즈의 향수에 기대기보다 지금의 관객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서는 쪽을 택했다.

복수의 독기는 여전하다. 다만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이 달라졌다. 눅진하고 음습한 느와르의 암흑과 서늘한 긴장감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한층 젊고 유머러스한 리듬으로 판을 굴린다. 비장함과 웃음이 빠르게 오가고, 캐릭터끼리 주고받는 말맛과 잔재미가 곳곳에 살아 있다.

사진 I CJ ENM
사진 I CJ ENM

이야기의 중심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절친 장태영(변요한)과 박태영(노재원)이 있다. 함께 판을 키우던 두 사람의 관계는 박태영의 질투와 배신으로 돌연 산산조각 난다. 가족이나 다름없던 두 남자가 적으로 갈라지는 과정과 대결은 무겁거나 무섭기보단 흥미롭고 재미있다. 좋은 의미로 ‘만만’하다.

일등 공신은 단연 변요한이다. 독기를 품어야 할 때와 능청을 떨어야 할 때를 정확히 안다. 섹시하기까지 하다. 힘을 줬다가도 툭 풀어내고, 복수에 이를 가는 순간에도 특유의 생활감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새로워진 ‘타짜’의 리듬과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다소 뻔하고 과하게 무거워질 법한 이야기를 유연하게 끌고 가면서도 주인공이 지녀야 할 중심은 좀처럼 놓치지 않는다. 마무리 주자로 변요한을 세운 선택은 탁월했다.

사진 I CJ ENM
사진 I CJ ENM

노재원도 흥미롭다. 압도적인 공포를 뿜어내는 전형적인 악당과는 거리가 멀다. 질투와 열등감에 잠식된 박태영은 짠하다가도 얄밉고, 우습다가도 순간 무섭고, 지독하게 사람을 열받게 한다. ‘무서운 빌런’이 주던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어딘가 찌질하고 인간적인데, 또 어느 순간엔 악마 같은 묘한 얼굴을 능수능란하게 갈아 끼운다. 변요한과 부딪치며 무르익는 앙숙의 맛은 특히 신선하다.

조연들의 쓰임도 알차다. 누군가 홀로 튀어나와 판을 잡아먹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만큼 웃기고, 긴장을 만들고,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힘을 보탠다. 급변하는 극의 온도에도 유연하게 녹아든다.

적절한 러닝타임도 반갑다. 보여줄 게 많다는 이유로 판을 질질 끌지 않는다. 반전에 집착하지도, 과한 허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해야 할 이야기를 하고 다음 패로 넘어가는 호흡이 쿨하고 경쾌하다.

수위 조절도 괜찮다.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 이번에도 추석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지는 만큼 대중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걸맞은 폭력성과 독한 순간들은 확실히 챙겼다. 필요 이상으로 잔혹함을 전시하거나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치닫진 않는다. 웃음과 긴장, 폭력의 세기를 적당한 선에서 오가며 끝까지 톤을 지킨다.

사진 I CJ ENM
사진 I CJ ENM

물론 ‘타짜’ 1편의 살벌함과 압도적인 아우라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캐릭터의 강렬함도, 대사의 중독성도 약하다. 욕망이 사람을 집어삼키는 서늘함도, 도박판 특유의 숨 막히는 긴장감도 그때만큼 짙지는 않다. 이미 하나의 레전드가 된 1편은 이제 후속작이 넘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이 시리즈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거대한 그림자다.

‘타짜4’는 그걸 너무나 잘 아는 듯하다. 영리하게도 그 그림자와 정면승부하지 않는다. 화투를 홀덤으로 바꾸고, 새로운 얼굴을 활용하고, 젊고 유머러스한 감각으로 자기만의 길을 냈다. 그렇다고 ‘타짜’라는 이름이 가진 욕망과 배신, 복수의 맛까지 내버리진 않는다. 클래식의 외피를 벗되 시리즈의 DNA는 챙긴 셈이다.

관객이 부담 없이 판에 올라타 웃고 즐기게 하다가 필요한 순간엔 독한 패를 꺼낸다. 무겁게 폼 잡지 않는 팝콘 무비의 미덕과 장르물의 쾌감을 제법 능숙하게 섞었다.

20년을 이어온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라는 건 진정 무거운 자리다. 전설을 재현하려 들면 낡아 보이고, 너무 새로워지면 정체성을 잃는다. 그 까다롭고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끝내 자기 자리를 만들어냈다. 자기 색깔로 세대교체를 해낸 기대 이상의 피날레, 이 정도면 ‘타짜’의 긴 판을 접기에 꽤 괜찮은 마지막 패다. 추신. 아니, 이제 와 어쩌면 한 판 더 보고 싶어질지도.

오는 9월 2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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