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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단 하나도 안 썼다”…‘스틸레이’ 100% AI로 완성한 90분 [현장 LIVE]

양소영
입력 : 
2026-09-07 18:16:53
‘스틸레이’ 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
‘스틸레이’ 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

1만3000개의 생성 결과물, 6개월의 제작 기간, 10억 원 미만의 제작비. CG는 단 한 컷도 쓰지 않았다. 100% AI 툴로 완성한 90분 장편 영화 ‘스틸레이’가 베일을 벗었다.

7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스틸레이’ 블라인드 시사 및 간담회가 열렸다. 설우인 감독, 조연출 원경혜, 아이노스 스튜디오 함슬기 대표와 강태경 리더, 오세은 리더,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100% AI 툴로 제작된 AI 영화 ‘스틸레이’는 자율 판단 로봇 ‘에이라(AIRA)’가 인간을 위협 요소로 판단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액션 영화다. 제작 기간 약 6개월, 제작비 10억 원 미만으로 완성됐다. 생성형 AI 툴 사용에 투입된 비용만 약 5~6억 원이다.

함슬기 대표는 AI 장편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으로 ‘내러티브’를 꼽았다.

함 대표는 “생성형 AI로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90분을 끌고 갈 수 있는 내러티브였다”며 “한 컷이 최대 15초 정도 나오는데, 그 컷들을 붙여 90분을 만들기까지 1만3000개의 결과물을 편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도 저희가 선택한 결과물이고, 버려진 건 그것보다 훨씬 많다”며 “수만 개의 컷 안에서 어떻게 영상을 골라 붙이고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가느냐, 내러티브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함 대표는 “저희는 CG를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AI만으로 90분 장편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경혜 조연출(왼쪽부터), 강태경 리더(아이노스튜디오), 오세은 리더(아이노스튜디오), 설우인 감독, 함슬기 대표(아이노스튜디오),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원경혜 조연출(왼쪽부터), 강태경 리더(아이노스튜디오), 오세은 리더(아이노스튜디오), 설우인 감독, 함슬기 대표(아이노스튜디오),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다만 빠른 기술 발전은 기회인 동시에 제작 과정의 변수가 됐다. 생성형 AI 툴이 대부분 해외 서비스인 만큼 업데이트와 가격, 크레딧 및 라이선스 정책이 바뀔 때마다 제작 일정과 비용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함 대표는 “90% 정도 만들었을 때 더 좋은 생성 툴이 나오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세상 밖에 나오지 않으면 사례가 남지 않고, 사례가 남지 않으면 산업 발전도 없다”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관객을 만나 하나의 사례와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설우인 감독 역시 AI의 빠른 발전 속도를 제작 과정에서 직접 체감했다고 밝혔다.

설 감독은 “‘스틸레이’는 그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만든 작품”이라며 “굉장히 많이 연구했고 고군분투했다. 팀원들과 한 컷 한 컷을 만드는 데 진심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하면서 연출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AI 툴을 접하면서 제가 상상한 것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실시간으로 툴이 업데이트될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르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도 들었지만 동시에 기분이 좋았다. 발전 속도를 온몸으로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틸레이’는 당시의 툴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작품이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며 “배우 활동도 꾸준히 이어갈 것이고, 미디어 산업에서 AI가 활성화되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최근 아이돌을 비롯해 여러 인물의 외형과 트렌드를 살펴보고, 제작진 각자의 취향을 더해 프롬프트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인물의 초상권과 저작권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초상권은 굉장히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관련 규제와 제도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만큼 창작자 스스로 보수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저작물과 자료를 활용했고, 결과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창작자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루빨리 관련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배우로 작품 제작에 참여한 강태경 역시 AI가 배우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창작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강태경은 “배우를 하고 있지만 무대 경험이 많지 않았고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공대생 출신이기도 해서 AI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스틸레이’ 팀을 만나 아라도 연기해보고 요원도 직접 연기했다. 제 얼굴도 야금야금 넣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곳곳에 저희 팀 얼굴이 들어가 있다”며 “배우로서 AI 영화를 해보면서 느낀 건 AI가 배우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창작의 도구로는 충분히 쓰일 수 있겠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하정우. 사진|강영국 기자
하정우. 사진|강영국 기자

현장을 찾은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도 AI가 기존 창작자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하 부위원장은 “AI가 기존 창작자를 100%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TV가 나왔다고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시장이 나뉘고, 사람들이 향유하는 콘텐츠의 종류와 선택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틸레이’에 대해서는 “90분짜리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며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제작진에게 대단하고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K드라마와 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서 경쟁력을 갖춘 만큼 AI와 콘텐츠를 결합한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부위원장은 “현재 생성형 AI 모델은 미국과 중국 중심이고, 서비스 업데이트나 라이선스 정책 변화가 창작자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창작자가 AI를 쉽고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할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작 이후의 유통 생태계 역시 과제로 꼽았다. 현재 AI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지원은 존재하지만 완성된 작품이 관객에게 도달하는 방식은 기존 극장 시스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 부위원장은 “AI 콘텐츠에 맞춰 효과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며 “AI 콘텐츠 소비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가 이후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창작자와 기업, 소비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할리우드와 넷플릭스로 고착화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부분도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며 “AI 시대의 문화강국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틸레이’는 오는 10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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