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재찬(27)에게 영화 ‘살목지’는 잊지 못할 첫 영화가 됐다.
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는 로드뷰에 찍힌 정체불명의 형체를 담기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깊은 물속의 무언가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8일 개봉 후 손익분기점 80만 명을 빠르게 돌파한 데 이어 16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윤재찬은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등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스크린 데뷔작 ‘살목지’에서는 촬영팀의 막내 PD 성빈을 연기했다.
윤재찬은 ‘살목지’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저의 첫 영화이자 공포물인데, 처음에는 이렇게 흥행할 줄 예상을 못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다”며 “‘살리단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이 살목지를 찾아가는 걸 보고 우리 영화의 인기를 처음 체감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윤재찬에게 ‘살목지’는 합류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큰 작품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스코어를 생각하지 말자, 기회 잡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코어도 잘 나오니까 더욱 잊지 못할 소중한 작품이 됐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살목지’ 합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두 번의 오디션을 거쳤다는 그는 “처음엔 영상 오디션이었는데, 지원한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저는 감독님과 직접 대면했을 때 더 강점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서 큰 기대는 못 했다. 마지막에 남은 분들도 쟁쟁한 분들이라 더 그랬다. 그래도 내게 온 기회니까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이랑 피디님이 ‘재찬 씨 눈빛이 진짜 귀신이 보인 것처럼 연기했다’며 잘 준비해온 것 같다고 해주셨다. 이후 4~5일 만에 연락이 왔는데, 그때 비명을 질렀던 것 같다. 공포 영화에 꼭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스크린 데뷔작이라니 더 좋았다. 인연처럼 다가온 작품”이라고 말했다.
극 중 윤재찬이 맡은 성빈은 처음에는 깍듯하고 성실한 막내 PD처럼 보이지만, 극한 상황으로 갈수록 의심과 본능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윤재찬은 “성빈이가 보여줘야 되는 건 인간의 추악함, 본능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이면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누가 봐도 막내 PD처럼 깍듯하고 착한 모습을 보이다가, 뒤로 갈수록 수인을 끝없이 의심하지 않나. 그러다가 내 생각이 맞다는 확신에서 배신도 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관객들을 내 편으로 만들자, 제가 하는 행동이 정당화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공포 영화 촬영답게 무서웠던 순간도 있었다. 윤재찬은 “대본을 봐서 다 알고 있는데도 정말 무서웠다. 물수제비도 보통 많이 하는 장난이지 않나. 그런 흔히 할 수 있는 걸로 공포감을 준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돌탑에서 손이 나올 때도 타이밍이랑 속도가 놀라웠다”고 떠올렸다.
촬영장에서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촬영 현장 분위기는 무서운데,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막상 무섭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외곽 쪽에서 서늘한 분위기를 느끼거나 뜀박질하면서 호흡을 올렸다”며 “촬영 준비하면서 불을 꺼놓고 암막 커튼을 치고 3~4일 동안 연기 연습을 했는데, 그때 기분을 떠올리면서 역할에 몰입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영화 분위기와 달리 ‘살목지’ 팀은 화기애애 했단다. 그는 “정말 상중하로 따지면 최상이라고 할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다. 나이 차 상관없이 다들 편하게 이야기하고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무대인사를 하며 ‘살목지’ 팀과 더 가까워졌다고도 했다. 그는 “무대인사 때 혜윤 누나 팬이 정말 많더라. 누나 팬들 덕에 새로운 밈도 많이 배웠다”며 “무대인사를 하면서 팬이라고 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힘이 났다”고 밝혔다.
화제를 모은 귀신 분장 이벤트도 배우들끼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윤재찬은 “제가 제안한 건데, 다들 너무 좋아해주더라. 귀신 분장은 저희끼리 어떤 귀신이 있는지 이야기하다가 서로 어울릴 것 같은 걸 정했다”며 “감독님이 처녀 귀신 분장을 했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더 성공하고 싶은지 감도 안 온다’는 반응을 보고 뿌듯했다”고 웃었다.
현장 분위기 메이커로는 오동민과 김혜윤을 꼽았다. 윤재찬은 김혜윤에 대해 “스케줄상 힘들 만하고 분량도 많은데, 분장차에 타면 항상 웃고 있었다”며 “김혜윤이 잘되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역시 이래서 김혜윤, 김혜윤 하는구나 싶었다. 우리 팀의 대들보였다”고 말했다.
오동민에 대해서는 “다들 지쳐 있는 것 같으면 밝은 에너지를 줬다. ‘좋은 아침’이라고 하면서 촬영장 분위기를 좋게 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극 중 MZ 커플로 호흡을 맞춘 장다아에 대해서도 “미인이고 연기도 너무 잘한다. 현장에서 배려심이 깊다고 느꼈다”며 “의견을 내면 ‘오빠 의견 좋다’고 해주고 같이 더 만들어보자고 했다. 소통을 많이 하는 준비된 배우였다”고 칭찬했다.
이상민 감독을 향한 신뢰도 컸다. 윤재찬은 “감독님이 ‘나는 자연인이다’의 말벌 아저씨처럼 엄청 뛰어다니셨다. 컷 하자마자 거리가 있는데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와 피드백을 주셨다”며 “정말 이 영화에 진심이구나. 배우보다 열정을 가지고 있구나 싶어서 더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또 “대본 리딩했을 때 지금 한 그대로 하면 될 것 같다며 절 믿어주셨다. 촬영하다 보면 상황이나 디테일이 바뀔 수 있는데, 먼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주시고, 아닐 때는 정확하게 짚어주셨다. 그런 부분에서 확신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게 해줬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윤재찬의 뿌리에는 ‘음악’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비(정지훈)를 롤모델로 삼으며 가수 겸 배우를 꿈꿨다는 그는 연습생 생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연, 재로 활동을 거치며 단단해졌다. 그는 “프듀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큰 성장통이었다. 간절한 101명이 모여 잠도 자지 않고 노력하며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배우로서 그가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삶’이다. “윤재찬이 아닌 그 캐릭터로 살면서 그 사람의 습관과 직업을 경험하는 것이 즐겁다. 세상의 다양한 직업군을 다 경험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롤모델로는 박정민, 구교환, 이병헌을 꼽았다. 작품마다 완벽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선배들처럼, 역할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밉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윤재찬은 ‘살목지’에 이어 SBS 드라마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로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끝으로 그는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 현재에 매진하고 싶다”며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란 제목처럼, 많은 분이 각자의 하루를 후회 없이 매진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인사를 남겼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