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news

detail

일주일간 고작 5만…한국도 외면한 톰 크루즈 ‘디거’ [MK무비]

한현정
입력 : 
2026-10-09 09:57:25
국내 일일 관객 4천명 아래·박스오피스 9위…예매율도 1%대
북미 19년 만의 최저 오프닝…최대 3500억원 손실 전망까지
톰 크루즈. 사진 I 스타투데이DB
톰 크루즈. 사진 I 스타투데이DB

열세 번이나 한국을 찾았고, 한국 관객은 그를 친근하게 ‘톰 아저씨’라 불렀다. 그렇게 오랜 시간 쌓아온 톰 크루즈와 한국 관객의 각별한 인연도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디거’의 씁쓸한 흥행 참패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디거’는 전날인 8일 하루 동안 3975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9위에 머물렀다. 누적 관객 수는 5만3697명, 누적 매출액은 약 5억7300만원이다.

지난 3일 개봉한 이 작품은 개천절 연휴에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개봉 첫 주말인 3~4일 이틀 동안 2만7580명을 모으는 데 그쳤고, 이후에도 뚜렷한 반등 없이 관객 수가 감소했다.

앞날도 어둡다. 이날 오전 기준 실시간 예매율은 1%대, 예매 관객 수도 5000여명에 머물고 있다. 개봉 7일째에 접어들었지만 누적 관객은 여전히 5만명대다. 사실상 초반 흥행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더욱 뼈아픈 건 톰 크루즈가 직접 한국을 찾아 대대적인 홍보 활동까지 펼쳤다는 점이다.

그는 개봉을 앞두고 13번째로 한국을 방문해 기자간담회와 레드카펫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국내 팬들과 만났다. 할리우드 배우 가운데 최다 내한 기록을 이어온 그는 특유의 친근한 팬서비스로 ‘친절한 톰 아저씨’라는 애칭까지 얻은 대표적인 친한파 스타다.

이번에도 한국 팬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앞으로도 수십 번 더 한국을 찾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하지만 뜨거웠던 환대와 달리 극장가의 반응은 냉랭했다.

‘디거’ 톰 크루즈 스틸
‘디거’ 톰 크루즈 스틸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미에서는 흥행 참패가 더욱 뚜렷하다. ‘디거’는 북미 개봉 첫 주말 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해외 시장에서 거둔 1200만 달러를 더해도 글로벌 오프닝 수익은 약 2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톰 크루즈 주연작으로는 2007년 ‘로스트 라이언즈’ 이후 19년 만의 가장 저조한 북미 오프닝이다.

‘미션 임파서블’과 ‘탑건’ 시리즈를 통해 오랫동안 흥행 보증수표로 군림해온 그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다. ‘디거’의 제작비를 둘러싼 현지 추산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AP통신과 LA타임스 등은 약 1억2500만~1억5000만 달러 규모로 전했지만, 버라이어티는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서 실제 제작비가 1억6000만~1억8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글로벌 마케팅 비용만 약 1억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익분기점 역시 최소 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 측은 약 3억 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약 3억5000만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흥행 추세가 이어진다면 극장 부문에서만 최소 1억5000만~2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미국 연예매체 더랩은 7일 ‘디거’의 제작비가 1억7000만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며 극장 이후 부가 수익까지 감안하더라도 최종 손실 규모가 무려 2억50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화로 35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규모다.

톰 크루즈. 사진 I 스타투데이DB
톰 크루즈. 사진 I 스타투데이DB

물론 아직 극장 상영이 끝나지 않았고 VOD 등 부가 판권 수익도 남아 있는 만큼 최종 손실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개봉 첫 주 성적만 놓고 보면 ‘디거’가 올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흥행 실패작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디거’는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을 연출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과 톰 크루즈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괴짜 석유 재벌 디거 록웰이 소유한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서 발생한 작은 균열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대재앙으로 번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톰 크루즈는 백발에 노쇠한 외모, 불룩한 배와 늘어진 턱살 등 파격적인 특수분장으로 익숙한 액션 히어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막대한 부와 권력을 지녔지만 타인의 충고에는 귀를 닫는 기이한 재벌 캐릭터를 통해 정치와 자본, 인간의 탐욕을 풍자한다.

그에게도 남다른 도전이었다. 톰 크루즈는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읽어보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캐릭터였다. 그래서 꼭 하고 싶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냐리투 감독이 오랜 시간 준비한 프로젝트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배우의 도전과 관객의 선택은 별개였다. 현지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고 북미 관객 만족도를 나타내는 시네마스코어는 C+에 그쳤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스타 주연의 오리지널 블랙코미디라는 점부터 대중적인 흥행에는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국내 실관람객 평가는 해외와 다소 온도 차를 보인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과 CGV 골든에그지수 등에서는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을 중심으로 톰 크루즈의 과감한 연기 변신과 이냐리투 감독의 독특한 연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도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호평이 폭넓은 관객 유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톰 크루즈는 ‘탑건: 매버릭’의 세계적인 성공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해 극장 영화의 가치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지켜온 배우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도 관객이 극장에 모여 영화를 경험해야 한다는 신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익숙한 흥행 공식을 내려놓고 거장의 실험적인 블랙코미디를 택했다. 배우로서 의미 있는 도전이었지만 흥행 성적표는 냉혹하다.

13번의 내한으로 쌓은 친밀감도, ‘톰 아저씨’라는 애칭도 작품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스타를 향한 호감과 영화에 대한 선택은 별개였다. ‘디거’의 처참한 성적표가 유독 뼈아픈 이유다.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