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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삶도 모른다”던 전설…그날 심수봉은 ‘품격’을 잃었다 [연예기자24시]

한현정
입력 : 
2026-09-22 10:53:15
54세 차이, 17세 후배 향한 공개 저격
심수봉이 직접 쓴 ‘전설의 흑역사’
심수봉, 김다현. 사진|스타투데이DB, 요구르트스튜디오
심수봉, 김다현. 사진|스타투데이DB, 요구르트스튜디오

선배라는 이름은 때로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빛난다. 먼저 걷고, 먼저 넘어지며, 끝내 버텨낸 사람이 건네는 한마디에는 세월의 무게가 실린다. 후배들이 선배를 존경하고 대중이 그들 중 일부를 ‘전설’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그 무게가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 경험이 권위로 변하고 조언이 공개적인 면박으로 전락하는 순간, 선배라는 이름은 가장 무거운 짐이 된다.

‘트롯의 전설’ 심수봉이 54세 어린 후배 김다현을 향한 공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사자 간 사과와 양해가 오가며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대중의 기억 속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씁쓸한 장면이 남았다.

특히 논란 직후 나온 첫 해명은 더 큰 의문을 남긴다.

“누군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이름조차 몰랐던 17세 후배의 ‘삶’을 그는 어떻게 단정할 수 있었을까.

지난 20일 전북 진안의 한 행사장에서 김다현의 무대 직후 마이크를 잡은 심수봉은 돌연 “저 앞에 노래 부른 여자”를 언급했다.

그는 “지금 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며 “젊은 아가씨가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다. 듣고 있으니 너무 힘이 들어 여러분 앞에서 얘기한다”고 말했다.

직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 앞에 저 선수 앞으로 내보내지 말아달라. 어지러워서 쓰러지게 생겼다”며 “노래라는 건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인생 경험도 해보고 고생도 해보고 찾아오신 분들을 위로해 주는 음악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고 지적을 이어갔다.

당시 현장에 없었던 김다현은 이후 온라인을 통해 해당 영상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친 김봉곤 훈장은 딸이 영상을 본 뒤 큰 충격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심수봉은 소속사를 통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평소 가요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있었고 행사가 있던 당일에는 행사장 소음으로 인해 큰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모두가 웃고 즐겨야 할 트로트 축제 현장에서 적절치 않은 순간에 상식을 벗어난 말로 뱉어진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이어 “앞 순서 가수가 정확히 누구인지 몰랐고 특정인을 망신 주기 위해 한 말은 절대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어른으로서 후배 가수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점은 분명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잘못을 직시하고 고개 숙인 태도는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과에 앞서 붙은 설명들은 여전히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심수봉, 김다현. 사진|스타투데이DB, 요구르트스튜디오
심수봉, 김다현. 사진|스타투데이DB, 요구르트스튜디오

누군지도 모르는 가수의 한 번의 무대를 보고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아가씨”라고 단정했다. 이름도 몰랐다는 후배를 ‘저 여자’, ‘저 선수’라고 지칭하며 “앞으로 제 앞에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김다현이 심수봉에게 무례를 범했다거나 그의 공연에 명백한 피해를 줬다는 정황도 알려진 바 없다. 그렇다면 심수봉이 느낀 개인적인 불편함은 어떻게 타인의 삶과 인생에 대한 평가로까지 비약했을까.

“특정인을 망신 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다”는 설명도 실제 발언과는 간극이 있다. 이름을 몰랐을 뿐 “저 앞에 노래 부른 여자”라는 대상은 분명했고, 그 사람의 노래와 삶을 수많은 관객 앞에서 평가했다.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상대가 받은 상처까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행사장 소음으로 인한 큰 스트레스’라는 설명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무대 위는 언제나 변수로 가득하다. 음향이 열악할 수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앞선 공연이 자신의 흐름을 깼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에게 불편한 환경이 감정 통제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심수봉이 누구인가.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공연과 방송, 돌발 상황을 경험한 베테랑이자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석에서 까마득한 후배들의 무대를 평가해온 대선배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석에서 참가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가창력만이 아니다. 긴장과 돌발 상황을 이겨내는 집중력,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처하는 순발력,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끝까지 무대를 책임지는 태도 역시 ‘프로의 자질’로 평가된다.

그 잣대가 심사석에서 내려왔다고 해서 대선배에게 달라져서야 되겠는가. 오히려 반세기 가까이 무대를 지켜온 베테랑이라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든, 소음 때문에 예민했든, 어떤 이유로든 불편했든 그 감정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다룰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더욱이 그 감정의 화살이 아무런 방어권도 없는 어린 후배에게 날아갔다면 더더욱 그렇다.

무대 위에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것은 베테랑답지 못한 대처였다. 사람 대 사람으로도 결례였다. 선후배 관계로 놓고 보면 더욱 씁쓸하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54세다. 가수로서 쌓아온 궤적의 차이는 비교조차 무의미하다. 그 압도적인 체급 차이 때문에 선배의 언어에는 더 깊은 절제가 필요했다.

선배의 조언은 무거울 수 있다. 때로는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아프게 말하는 것과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것은 다르다. 조언은 상대가 더 나아지도록 돕는 손길이어야지, 후배를 짓눌러 선배의 권위를 확인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심수봉이 김다현에게 그토록 강조한 ‘인생 경험’이다.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아가씨.”

그렇다면 반대로 묻고 싶다. 긴 세월 동안 축적된 인생 경험이 증명해야 하는 선배의 가치는 무엇인가. 타인을 쉽게 단죄할 자격인가, 아니면 미숙함을 품어주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 여유인가. 노래에 삶이 필요하다면, 선배라는 자리에는 그 세월이 남긴 ‘품격’이 필요하다.

17세 후배에게는 ‘삶’을 요구하면서 정작 대선배가 그 긴 삶에서 얻었어야 할 절제와 배려를 그 순간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번 논란을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다행히 심수봉은 이후 김다현과 직접 통화해 사과했고, 김다현 역시 “직접 사과의 말씀도 해주시고 격려도 따뜻한 위로도 해주셨다”고 알렸다. 자신을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마음 잘 추스를 테니 걱정 마시고 밝은 모습으로 만나자”고 했다.

당사자가 사과했고 상대가 받아들였다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이제 봉합될 일이다. 김다현의 선택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전설은 단지 명곡의 수나 경력의 길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래 무대를 지켜온 사람이 세월만큼의 품격을 보여줄 때 비로소 그 이름은 진정한 빛을 발한다.

수많은 명곡으로 대중의 가슴을 울렸던 ‘트롯의 전설’ 심수봉. 그 찬란한 이력 한편에 이번 ‘17세 후배 저격’은 오래도록 지우기 힘든 ‘전설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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