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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매혹적이지 않은 ‘스캔들’ [양추리]

양소영
입력 : 
2026-09-22 08:43:57
‘스캔들’ 사진|넷플릭스
‘스캔들’ 사진|넷플릭스

아름답지만, 매혹적이지 않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 살아가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조씨부인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 그리고 두 사람의 위험한 내기에 휘말리는 희연의 이야기를 그린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 ‘은교’, ‘유열의 음악앨범’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같은 원작을 조선시대로 옮긴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있는 만큼, 20여 년 만에 다시 탄생한 한국판 ‘위험한 관계’가 어떤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았다.

8부작으로 확장된 ‘스캔들’은 인물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차별화를 꾀한다. 조씨부인과 조원의 과거를 더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주고, 주변 인물들의 사연까지 보태 이야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려 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 사이의 욕망과 감정은 충분히 깊어지지 못한다.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조씨부인과 조원, 희연 사이의 팽팽한 관계에 집중해야 할 순간에도 밀도와 속도감이 떨어진다. 차라리 세 주인공에게 더 과감하게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씨부인과 희연의 서사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두 여성의 관계와 감정을 깊숙이 파고드는 장면도 많지 않다.

‘스캔들’ 사진|넷플릭스
‘스캔들’ 사진|넷플릭스
‘스캔들’ 사진|넷플릭스
‘스캔들’ 사진|넷플릭스

연출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만한 지점이 있다. 과거 장면에서는 현재와 차이를 두기 위해 화면비를 달리했지만, 오히려 흐름을 끊는 순간도 있다.

노출 수위 역시 적지 않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욕망과 유혹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지만, 인물의 감정이나 극의 긴장을 끌어올리기보다 굳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긴다.

그럼에도 눈길을 붙드는 장면은 분명하다. 조선의 일상을 담아낸 풍경은 작품의 강점이다. 북촌 전경, 누에를 치는 과정 등 당시의 생활상을 곳곳에 펼쳐놓고, 때로는 장면 자체를 한 폭의 민화처럼 구성한다.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과 공간까지 한 화면에 녹여내며 마치 움직이는 풍속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배우들의 변신도 볼거리다. 오랜만에 사극에 도전한 손예진을 비롯해 배우들이 기존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에 도전했다는 점은 관심을 끈다. 다만 배우가 지닌 고유한 이미지와 캐릭터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여지도 있다.

결국 ‘스캔들’은 익숙한 ‘위험한 관계’를 8부작으로 확장하며 인물들의 과거와 조선의 풍경을 더했다. 볼거리는 풍성해졌지만, 세 사람의 욕망과 관계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그만큼 깊어지지 못했다.

손예진의 사극 복귀와 아름다운 미장센이 궁금하다면 눈길을 줄 만하다. 다만 치밀한 욕망의 게임을 기대한다면, 선뜻 추천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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