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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여줘야 했나?…‘나는 솔로’ 31기 논란, 불편한 편집의 책임 [돌파구]

김소연
입력 : 
2026-05-15 17:25:05
‘나는 솔로’. 사진| ENA
‘나는 솔로’. 사진| ENA

“설레지 않는데 마음까지 불편한 연애 예능.”

최근 ENA, SBS Plus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 31기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나오는 반응이다. 누군가는 무례했고, 누군가는 상처받았다. 그리고 제작진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이 불편한 순간들을 다 보여줘야만 했을까.

‘왕따 논란’은 지난 6일 방송부터 나왔다. 당시 옥순, 영숙, 정희는 순자가 듣고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 ‘뒷담화’를 나눴다. 불편함은 일상적인 장면에서도 이어졌다. 상처를 받은 순자가 잠시 마음을 추스른 뒤 공용 거실로 돌아오자 아무도 밥을 차리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저희 다 굶었다. 아침 천사가 없어서”라고 말해 순자가 복잡한 마음을 뒤로한 채 아침밥을 준비해야 했다.

13일 방송에서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세 사람이 순자가 듣는 와중에도 또다시 그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 슈퍼데이트권 미션 중 영숙이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발생하자 숙소로 돌아온 옥순은 순자가 듣는 가운데 “우리 마음속 1등은 영숙”이라며 저격했다. 영숙 역시 “누구 다리에 걸려 넘어진 것 같다”며 순자 탓을 했다. 순자는 결국 스트레스로 인한 복통을 호소하다가 구급차에 실려 갔다.

이번 기수 일부 출연자들이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촬영 중 순자 한 사람을 고립시키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시청자에게도 불편한 장면으로 남았다. 이런 지점에서 출연자들의 책임을 지우긴 어렵다.

재료가 있었기에 논란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재료가 있다고 해서 모두 요리해 내놓는 것은 온당한 일일까. 이 역시도 방송의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다. 특히 그 재료가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의 실수나 감정적 행동, 어긋난 관계성이라면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

옆방에서 들리도록 이어진 대화, 이를 지켜보고 있는 순자의 모습, 상처받은 순자가 다시 식사 준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듯한 장면, 병원 이송까지 불편한 순간들을 서사로 만든 것은 제작진의 선택이었다.

이 지점에서 논란의 화살이 제작진을 향한다. ‘나는 솔로’의 출연자들은 스튜디오 패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연예인들이다. 방송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대중의 엄격한 저울 위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가늠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제작진은 편집을 통해 개입해 출연자를 보호해야한다.

사랑을 쟁취해야하는 연애 리얼리티 예능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요소다. 문제는 그 부분을 어떻게 드러내는가다. 갈등을 적절히 보여주는 것은 서사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지만 그 선을 넘어 갈등을 적극적으로 전시하게 되면, 폭력적으로 소비될 위험이 커진다. 출연자들의 미성숙한 태도를 방송의 주요 서사로 삼으려면, 제작진은 방송 이후 출연자들이 감당해야 할 비난까지 모두 고려했어야 한다.

더욱이 남규홍 PD는 일반인 출연자 보호가 왜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인물이다. 과거 SBS 예능 프로그램 ‘짝’ 연출 당시 촬영 중 여성 출연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프로그램이 폐지된 바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사건과 이번 논란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반인 출연자가 감당해야 할 무게를 간과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31기 논란에서 제작진은 수위 조절 대신, 이를 주요 서사로 끌고 가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문제의 발언을 거르지 않고 등장시켰고, 상처받은 출연자의 반응, 패널들의 탄식까지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올렸다.

논란이 커진 뒤 방송된 지난 13일 방송분에서는 옥순의 분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갈등의 중심에 섰던 옥순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덜 비치자 일부 누리꾼들은 “이제 와서?”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적 장면을 이미 주요 서사로 소비한 뒤 뒤늦게 분량 조절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편집된 방송분을 본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보여주는 영상 속에 잘못이 전시된 특정 출연자를 비난했고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다. 아무리 리얼리티의 덕목이 ‘날것’의 생생함이라지만, 출연자 보호 책임을 외면한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재미와 화제성, 자극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모든 연출자의 숙명이다. 그러나 이번 ‘나는 솔로’ 제작진은 줄타기는 커녕, 넘지 말았어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논란을 상품으로 포장해 ‘수익’을 우선시한 제작진의 과오는 결코 적지 않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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