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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치함 대신 시청률 2%와 싸우는 ‘모자무싸’ [돌파구]

김소연
입력 : 
2026-04-29 15:28:19
‘21세기 대군부인’, ‘은밀한 감사’에 밀린 박해영 신작
박해영 표 위로가 스트레스 된 이유
‘모자무싸’. 사진| JTBC
‘모자무싸’. 사진| JTBC

스타 작가 박해영 표 ‘위로’가 이번엔 안 통했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을 통해 독보적인 감수성을 선보이며 기대를 모았던 박해영 작가의 신작,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동시간대 경쟁작들에 밀려 안방극장 주도권을 내줬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5일 방송된 ‘모자무싸’ 3회는 유료가구 기준 2.1%를 기록하며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튿날인 4회에서 2.4%로 0.3%p 반등했으나, 첫 방송 이후 줄곧 2%대에 갇혔다. 박해영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라 아쉬움을 더한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충격도 크다. ‘모자무싸’의 시청률은 5%로 종영한 전작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과 비교해도 반토막 난 수준이다.

이러한 부진의 배경에는 박해영식 서사가 주는 특유의 ‘정서적 피로감’이 자리한다. ‘모자무싸’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인생이 풀리지 않아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하다 못해 미쳐버린 황동만(구교환 분)이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함께 영화감독을 꿈꾸던 친구들이 모두 꿈을 이룬 가운데 혼자만 20년째 감독 ‘지망생’인 황동만의 고독과 결핍이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속에서 선명해지는 과정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지만, 동시에 주말 밤 휴식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위로가 아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인물들이 마주하는 비극의 깊이가 드러날수록 시청자들의 심리적 벽도 높아지고 있다. 촉망받던 시인이었으나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고 이를 악물고 일하며 가계를 꾸려가는 황진만(박해준 분)의 절망, 폭력적인 직장 생활을 견디며 눈물 대신 코피를 흘리는 변은아(고윤정 분)의 고단한 일상은 지독하게 리얼하다.

현실보다 더 리얼한 바닥을 대면해야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해방’이 아닌 피로가 됐고, 대중의 외면은 2%대 시청률로 고스란히 증명됐다.

이러한 부진은 경쟁작들의 ‘전작 수혜’가 전무한 상황에서 자력으로 성과를 일궈낸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더욱 아쉽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전작 ‘찬란한 너의 계절에’가 3.1%로 조용히 막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11.2%(전국 기준, 6회)라는 대기록을 일궈냈다. 7.8%로 첫 방송을 시작한 뒤 꾸준히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다.

‘모자무싸’보다 일주일 늦게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은밀한 감사’로는 더 이상 스타 작가나 화려한 캐스팅이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증명됐다. 하정우, 임수정, 심은경, 정수정 등 화려한 캐스팅을 내세웠던 전작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 3.7%로 막을 내린 것. ‘은밀한 감사’는 전작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시작했으나 1회 4.4%, 2회 6.3%를 기록했다.

단순히 ‘무거운 장르’이기 때문에 외면받는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지난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의 경우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묵직한 소재와 전개 속에서도 5.2%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결국 ‘모자무싸’의 부진은 소재의 무게감이 아니라 대중을 가르치려는 시선 속 박해영식 화법이 더 이상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 셈이다.

차근차근 서사를 쌓아가며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박해영 표 서사를 원하는 마니아층 역시 존재한다. 일각에서 ‘인생 드라마’, ‘웰메이드’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시청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이른바 ‘한줌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과연 이 작품이 ‘대중픽’으로 거듭나며 시청률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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