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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예능 홍수 속…이효리·박보검·김태리, ‘무해함’으로 증명한 저력 [돌파구]

김미지
입력 : 
2026-03-25 17:45:10
‘몽글상담소’, ‘보검매직컬’, ‘방과후 태리쌤’ 포스터. 사진|SBS, tvN
‘몽글상담소’, ‘보검매직컬’, ‘방과후 태리쌤’ 포스터. 사진|SBS, tvN

최근 방송가는 그야말로 ‘도파민 전쟁’이다. 파격적인 조건의 연애 리얼리티와 심지어는 이혼 남녀들의 갈등을 가감없이 담아낸 예능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 매운맛’을 찾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역설적으로 ‘무해함’을 무기로 내세운 예능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름만으로 신뢰를 주는 이효리, 박보검, 김태리가 있다.

‘몽글상담소’. 사진|SBS
‘몽글상담소’. 사진|SBS

먼저, 특집 3부작으로 기획돼 지난 22일 종영한 SBS ‘내 마음이 몽글몽글 -몽글상담소’는 성인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특별한 연애상담소를 담아냈다. 이효리는 남편 이상순과 함께 발달장애 청춘들의 연애 상담가로 변신, 특유의 솔직하고 진실함을 담은 따뜻한 조언으로 프로그램을 이끌며 최종적으로 2커플을 탄생시켰다.

특히 연출을 맡은 고혜린 PD가 실제 20대 발달장애 청년인 자신의 남동생으로부터 시작한 기획안을 프로그램으로 그려내면서 몽글 씨들 역시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청춘’임을 담아내 의미를 더했다.

‘몽글상담소’의 종영에 시청자들은 “우리가 배울 것이 많은 프로그램”, “보는 내내 행복하면서도 내가 가진 편견에 대해 반성했다”, “너무 힐링되는 프로그램” 등의 온기 가득한 피드백을 보내며 다시 일상을 살아내는 몽글씨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보검매직컬’ 포스터. 사진|tvN
‘보검매직컬’ 포스터. 사진|tvN

tvN ‘보검매직컬’은 실제 이용사 국가 자격증을 보유해 군대에서 부대원들의 이발을 담당했던 박보검이 절친한 배우 이상이, 곽동연과 함께 미용실이 없는 전라북도 무주군에 헤어샵을 차려 실제 주민들에게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박보검에 이어 네일리스트 자격증을 딴 이상이, 붕어빵 굽기 능력과 요리 실력을 보여주는 곽동연 등 일명 ‘검동이’ 삼형제가 어느덧 마을의 일원이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들 등 주민들과 교류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온기가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들은 오랜 시간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구 엄마’, ‘누구 할머니’라고 불렸던 어르신들을 ‘어윤옥 여사님’, ‘라옥자 여사님’, ‘김정자 여사님’ 등으로 부르며 주민들에게도 특별한 순간을 선물한다.

첫 가위질에 긴장돼 손이 베였던 ‘꼬마 이발사’ 박보검이 점점 숙달돼 이용사로서의 날개를 펼치는 모습과 더불어, 점차 마을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삼형제의 모습은 별다른 도파민 없이도 시청자들에게 ‘청정한 힐링’을 가져다준다는 평이다.

‘방과후 태리쌤’. 사진|tvN
‘방과후 태리쌤’. 사진|tvN

배우 김태리의 첫 고정 예능 프로그램 tvN ‘방과후 태리쌤’은 폐교 위기에 처한 초등학교를 무대로 한다. 선생님이 처음인 초보 교사들과 연극이 낯선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성장 드라마다.

초반에는 ‘초보 선생님’의 부담감에 눈물을 흘리며 고전하던 김태리가 최현욱, 강남, 코드 쿤스트와 함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연극을 준비해가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라는 말을 새기게 하며 어느새 응원하게 되는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준다.

원하는 배역을 얻기 위해 전날 열심히 연습했지만, 어쩔 수 없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아이의 순수한 눈물과 그 마음을 뒤늦게 알아차려 죄책감에 휩싸여 눈물을 흘린 김태리의 모습들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며 방송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이 ‘매운맛’ 예능들의 시청률을 압도하지는 못한다. 최고 시청률 3.8%를 기록한 ‘보검매직컬’ 외에 ‘몽글상담소’와 ‘방과후 태리쌤’은 1%대에 머물렀다.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다만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반응은 수치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다. 도파민 대신 ‘무해함’을 선택한 예능들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OTT와 유튜브 클립 등을 통해 다시 보기를 선택하는 시청층도 두텁다. 본방 사수 여부와 상관없이 이들이 전하는 ‘무해한 위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하게 소비되는 모양새다.

남의 불행이나 갈등을 소비하며 얻는 예능 프로그램들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현재, 이러한 ‘무해한’ 예능들은 시청자들에게 안정감과 깊은 여운을 주고 있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예능을 넘어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또 어떻게 다독이며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다정한 힘’은 도파민의 홍수 속 더욱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미지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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