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울 건 없다. 아는 맛의 흔한 형사물이다. 날것의 수사, 티격태격 버디, 악을 응징하는 쾌감. 여기에 재벌 2세 출신 미남 신입 형사를 한 끗 얹지만, 등장과 동시에 의도와 결론이 보이는 익숙한 설정이다.
그런데 자꾸 정이 든다. 소소하게 웃고, 범인을 잡으라고 응원하고, 위험한 순간엔 마음을 졸인다. 서로의 단점이 무기가 되며 케미도 살아난다. 그 중심에는 단연 배성우가 있다. 특유의 인간미와 노련미로 자연스럽게 관객을 끌어당긴다. ‘끝장수사’(감독 박철환)다.
영화는 촌으로 좌천된 베테랑 형사 재혁(배성우)이 신입 형사 중호(정가람)와 함께 살인사건의 진실을 쫓는 범죄 수사극이다. 촬영을 마친 지 7년 만에 개봉했다. 팬데믹과 배성우의 음주운전 논란이 겹치며 긴 시간을 돌아 나왔다.
초반은 분명 아쉽다. 오프닝 웹툰 시퀀스부터 완성도가 떨어진다. 전개도 다소 유치하고 늘어지며 기시감이 강하다. ‘인플루언서 형사’ 설정 역시 지금 기준에선 늦었다. 중반까지는 버텨야 하는 구간이다.
그 버팀을 가능하게 하는 건 배성우다. 캐릭터를 현실에 붙여놓는 힘, 맛깔스러운 표현력, 누구와 붙어도 살아나는 케미. 인정하긴 싫지만 그의 연기는 밀어낼 수 없다. 결국엔 정이 든다.
중반 이후부터는 영화가 제대로 속도를 탄다. 사건 중심 전개가 힘을 받으며 후반부는 더 확실하게 살아난다. 과한 장치에 기대지 않는 정공법이 통한다. 사건은 밀도 있게 굴러가고 긴장감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뻔한 흐름을 한 번 꺾는 선택도 유효하다. 경쟁으로 갈 듯했던 관계가 예상 밖의 공조로 이어지며, 이 한 수가 영화의 온도를 바꾼다. 크진 않지만 분명하게 남는다.
‘홍일점’ 이솜은 과하지 않게 필요한 만큼만 힘을 싣는다. 클래식한 톤 위에 작은 변주를 얹는다. ‘연기 보증 수표’ 윤경호는 역시, 말이 길 필요 없다. 반면 정가람은 다소 아쉽다. 비주얼과 설정이 그 아쉬움을 달랜다. 다행히 베테랑 배우들의 찰진 호흡이 더해지며 자연스럽게 덮인다. 결과적으로는 신입의 에너지로 환원된다.
볼거리가 없진 않지만 풍성한 영화는 아니다. 엣지 있는 설정도 없다. 투박하고 소박하다. 사건은 거칠고 살벌하지만 끝까지 사람 냄새가 남는다. 그래서 이 올드함이 마냥 밉지는 않다. 무엇보다 조연들이 탄탄해 뒷심이 좋다.
영화는 여러모로 배성우를 닮아 있다. 좌천된 에이스 형사가 끝내 사건을 해결하듯, 배성우 역시 논란 이후의 공백을 실력으로 버텨낸다. 영화는 늦어졌고 그만큼 결은 낡았지만, 그럼에도 중심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 원톱으로서 끝까지 끌고 가는 힘, 여전히 유효하다. 그만의 색깔, 서서히 스며들어 끝내 장악하는 내공에는 이견이 없다.
그래서 더 복잡하다. 좋은 연기와 분명한 재능을 확인하면서도, 그 존재를 마냥 편하게 소비할 수는 없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불편한 이슈만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훨씬 더 편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어긋난 여건이 여러모로 아쉽다. 추신, (그럼에도) 배우는 배우다.
오는 4월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7분. 손익분기점은 약 160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