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①에 이어) ‘심야괴담회’가 5년째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소재 고갈이 제작진이 겪는 고충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 PD는 “사연이 진짜 많이 온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도 많이 보다보니 사연이 다 기억도 안납니다. 1~2주에 책을 한 권 읽는 정도의 분량이에요. 700~800장 씩 귀신 이야기를 읽다보니 귀신을 못 보는 사람도 볼 지경입니다. 하하. ‘살목지’ 급 레전드 사연도 있지만, 비슷한 사연들도 참 많아요. 가위 눌린 이야기도 참 많이 보내주시는데 이건 방송에 내기 어려워서 참 난감합니다. 보다보면 웬만한 공포 영화보다 우리 시청자분들이 더 잘 쓴 글들이 많아요. 제가 이걸 연출하면서부터 좋아하던 공포 영화를 못봅니다. 시청자분들이 저희에게 보내주시는 에피소드를 능가하는 작품이 없더라고요.”
팬들에 호평을 많이 받는 ‘심야괴담회’지만 질타를 받은 부분도 있다. 바로 지난해 방송된 시즌4에서 사연을 소개하던 중 AI 이미지를 사용했던 것이 도마에 올랐던 것. AI의 도입이 조금 일렀던 탓일까. 시청자들은 ‘몰입이 깨진다’며 불평을 했다.
임 PD는 “사실, 제가 AI를 좋아서 쓴 게 아니다”라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비 압박이 심해서 어쩔 수 없이. 정말 방송을 만드려니 어쩔 수 없이 넣었던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 개인 SNS까지 찾아와서 가족 욕을 하던 시청자도 있었습니다. ‘PD 지능이 떨어지냐’는 악플도 있었고요. 시청자분들의 불만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수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다른 다큐멘터리를 연출할 때도, 글씨를 도화지에 써서 스텐실로 올렸을 정도입니다. 돈이 있다면, 정말 제일 마지막으로 도입하고 싶은게 AI입니다. 재연도 배우를 쓰고 싶고요. 사람이 보여주는 비언어적인 신호는 AI가 담아낼 수 없습니다. 제작비만 충분하다면 최대한 수공예로 섬세하게 하고파요. 그런데 방송계가 그런 상황이 안되네요. 퀄리티가 마음에 안들어도 억누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시즌에 시청자들이 실망한 만큼 임 PD는 시즌5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고민했단다. 임 PD는 “제 별명이 ‘심버지’(‘심야괴담회’ 아버지)이고 시즌1부터 함께한 김수현 PD 별명이 ‘심고모’(‘심야괴담회’ 고모)다. 두 남매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제가 ‘돈을 아끼려다 욕을 먹었으니, 이번엔 돈을 정신 없이 쓰자. 제작비를 오버하면 그때 내가 국장에게 혼나겠다. 시원하게 한 번 써보자’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심고모, 김수현 PD가 전에 김아영과 함께 현장 체험을 갔던 게 좋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안 가봤던 곳에 가보자. 해외로 가자고 했다. 일본에 유명한 고스트 스팟이 있다더라. 지난 시즌 레전드 사연 ‘당신이 가지고 가야할 것’을 연출한 박선영 PD가 있다. 두 에이스가 CNN 선정 최악의 장소를 다녀왔다. 일본인이 제보했는데, 그 제보자와 함께 다녀왔다”고 귀띔해 기대를 높였다.
외국인 제보자도 많은지 묻자, 임 PD는 “교포들에게는 당연히 많이 오고 놀랍게도 외국인들에게도 연락이 온다. 이 프로그램을 외국인들도 보나보더라. 유튜브나 OTT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알리는 시도를 많이 하고 싶은데, 소요되는 자원은 많고 돈은 없다. 인력난과 제작비 문제로 신경 쓸 여력이 없는게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래거시 미디어로 분류되는 TV에 ‘심야괴담회’ 정도로 시청자들의 애정을 받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다. 공포 마니아와 MZ세대의 관심을 생각해보자면, MBC 내에서 ‘심야괴담회’의 위치는 꽤나 확고할 터다. 그러나 임 PD는 “그렇지 않다”며 에둘러 이야기했다.
“자원 없는 조직의 리더는 참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한 임 PD는 “항상 고생하고 노력하는 팀원들에게 해주고픈게 참 많다. ‘심야괴담회’ 그 자체가 좋아서, 다른 좋은 조건이 있어도 거부하고 이걸 해주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아쉽다. 모든 에피소드를 하루만에 찍는다. 초인적인 스케줄이다. 이걸 매주 한다. 제 수당, 사비를 써서 제작진 밥 먹이고 커피 사주고 하지만… 연출에 몰입하지 못할 정도의 고충이 생길 때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임 PD가 고민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저조한 시청률이다. 유튜브나 OTT에서 거둔 성공이 방송사인 MBC 내부 평가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임 PD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자부심으로 삼고 있지만,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이 아쉽다”며, “유튜브 등에서의 성과는 조직 내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인정받기 어렵다. 방송 심의로 인해 수위를 더 높일 수도 없고, 편성 시간을 앞당긴다 해도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실 일요일 밤 편성에는 아쉬움이 있다. 편성 쪽에서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요일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청률이 높아야 힘도 받고, 제작비도 더 지원받을 수 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다음 시즌 제작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성적표가 되니, 본방송 시청을 많이 해주셨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임 PD는 “사실 본방송 시청을 요청드리는 것도 민망하다”며 “유튜브, OTT에서 여러 차례 시청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을 얻고 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다음 시즌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 덜 무서운 콘텐츠를 원한다면 그렇게 맞추겠다. 기존에 ‘심야괴담회’를 보지 않았던 분들도 더 많이 시청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시청자들만큼 중요한 출연진에 대한 애정어린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임 PD는 “출연자들이 참 많이 애정을 가지고 출연자라기보다는 ‘프로그램 동반자’로 함께 해주고 있다. 김구라도, 김숙도, 허안나도. 대본 전체를 암기해오고 참 헌신적으로 프로그램을 위해 노력해준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제가 스타 PD, 잘 나가는 PD라면 뭐라도 해줄텐데 해줄 수 있는게 없는 PD라 아쉽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임 PD는 또 “방송에서는 보이지 않겠지만, 1시간 방송을 2시간 반 정도 녹화한다. 이건 엄청난 속도다. 출연진의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양질의 콘텐츠를 빠르게 촬영해 편집할 수 있다. 정말 고맙다. 이번 시즌에 합류한 김호영, 김아영도 정말 잘해주고 있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임 PD는 이번 시즌에 꼭 초대하고픈 게스트가 있다고 했다.
“저희 에피소드 중 하나였던 ‘살목지’를 베이스로 한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 주연인 김혜윤 배우가 꼭 출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시고 싶어서 백방으로 연락을 드리고 있는데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