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뭉친 ‘암살자(들)’이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8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암살자(들)’ 시사 및 간담회가 열렸다. 허진호 감독과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보통의 가족’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허진호 감독은 “‘암살자(들)’은 저희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 영화는 아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감춰왔던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영화로 접근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미스터리 추적극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1970년대의 시대적 공기와 사회상을 함께 담는다. 특히 기자들이 사건을 좇는 또 하나의 축으로 등장한다.
허 감독은 “미스터리 추적극이라는 장르물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시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건뿐만 아니라 시대 분위기와 상황을 보여주려면 당시 사회 문제와 사건을 질문할 수 있는 기자라는 직업이 자연스럽게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배우진 역시 눈길을 끈다. 유해진은 영부인 저격 사건을 목격한 중부서 경감 철구 역을, 박해일은 검열과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 역을 맡았다. 이민호는 재환과 함께 사건을 파고드는 신입 기자 영일로 분했다.
이외에도 정우성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크고 작은 역할로 힘을 보탰다.
허 감독은 “비중이 큰 배우들이 짧게 나왔을 때 역할보다 배우가 먼저 떠오르는 이질감이 생길까 조심스러웠다”며 “대본을 많은 분이 재미있게 읽어주셨고 한두 장면씩 흔쾌히 맡아주셨다. 배우가 소비되지 않도록 나름의 진실성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배우 보는 맛이 있네’라는 생각도 긍정적으로 했다”고 웃었다.
유해진은 혼란스러운 시대 한가운데 놓인 경찰이자 아버지 철구를 연기했다.
그는 “작품을 대할 때 혼란스러웠던 시절을 살았던 아버지이자 경찰,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그 폭풍을 지나온 인물로 그려지길 바랐다”고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올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유해진은 ‘암살자(들)’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유해진은 “올해는 저에게 특별하다. ‘왕과 사는 남자’를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왕과 사는 남자’는 굉장히 아끼는 작품으로 마음속에 두고 싶고, ‘암살자(들)’도 극장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건강하게 잘 살아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시대와 진실을 마주하는 언론인의 책임에 주목했다.
박해일은 “그 시대의 공기를 왜 지금 보여줘야 하느냐고 한다면 결국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인을 맡았지만 진실을 외치는 것 역시 그 원형은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속 시대나 현재나 언론인의 소명과 책임이라는 부분은 수평적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직업적인 본질은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자들이 영화의 긴 호흡을 끌고 간다는 점에도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박해일은 “한국 영화에서 기자가 잠시 등장하는 경우는 있지만 긴 호흡으로 진지하게 다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감독님이 기자 역할을 제안했을 때 호기심이 생겼다. ‘최종병기 활’을 할 때도 활이 부차적인 소재가 아니라 메인 캐릭터처럼 다가왔는데, 이번에는 기자라는 직업이 한 시대와 작품을 어떻게 풍미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신입 기자 영일 역의 이민호는 영화가 현재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고 봤다.
이민호는 “지금 시대를 살면서 어느 순간부터 진실보다 자극적인 타이틀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느낀 적이 있다”며 “매체뿐 아니라 1인 유튜버 등 정보 전달 채널이 많아지면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페이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에 진실을 추구했던 사람들의 신념이 그립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도 제 인생의 추구미여서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영일은 박해일이 맡은 재환과는 대비되는 에너지로 표현했다.
이민호는 “대본을 봤을 때부터 부장 기자가 정적이고 내면을 표현하는 인물이라면 저는 활어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감독님과 이야기했다”며 “몸을 쓸 수 있는 동선도 많이 상의했다. 집안이 잘사는 인물로 나오기 때문에 스타일적인 부분도 애써 감추기보다는 과하지 않은 선에서 장점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허진호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존중이 밑바탕에 있는 분”이라며 “그 사람의 향을 잃지 않게 하면서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감독님이다. 나긋나긋하게 이야기하시는데 계속 듣다 보면 치열함이 묻어나온다. 저 역시 제 색깔을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허진호 감독과 배우들은 입을 모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며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암살자(들)’은 오는 2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