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정해인과 못 만나 아쉬워…관계 해석은 관객의 몫”
강하늘·유재명·김선영 첫 더빙 도전…“낯설지만 신선한 경험”
지구도, 엄청난 세상도 구하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의 삶을 구하고자 한다. 구병모 작가의 아름답고도 슬픈 세계가 정해인, 강하늘, 유재명, 김선영의 목소리를 입고 애니메이션 ‘아가미’로 다시 태어났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아가미’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안재훈 감독을 비롯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강하늘, 유재명, 김선영 등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9월 9일 개봉하는 ‘아가미’는 깊은 물속에 던져진 날 아가미가 생겨난 세상에서 유일한 아이 곤과 그의 세계 전부였던 존재들의 눈부신 이야기를 그린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소중한 날의 꿈’, ‘무녀도’를 연출한 안재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안 감독은 원작의 감성을 지키되 애니메이션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확장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이 소설의 배경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배경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구병모 작가 특유의 문체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할지가 관건이었다. 안 감독은 “구병모 작가의 작품은 이야기 자체는 비극적이지만 문체에는 한국어가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애니메이션 안에서 작가의 문체를 대신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을 그대로 옮기면 배경 자체도 비참한 쪽으로만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구병모 작가의 문체와 한국어가 가진 아름다움을 배경에 옮겨 애니메이션만의 아름다움과 원작의 감성에 집중하고자 했다”고 차별점을 짚었다.
안 감독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오래 그려왔는데, 언젠가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작업한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잘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은 얼굴 대신 목소리로 안 감독이 그려낸 세계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정해인은 세상에 없어야 할 존재가 된 곤을, 강하늘은 곤의 유일한 세계가 되어준 강하를 연기했다.
강하늘은 정해인과의 호흡에 대해 “해인 형과 따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실사 영화에서 후시 녹음을 할 때도 녹음실에는 혼자 들어가기 때문에 앞서 연기한 배우들과 직접 만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이번 애니메이션 작업 역시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해인 형이 먼저 녹음해 둔 분량이 있어 그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 중 곤과 강하 사이에 흐르는 오묘한 관계에 대해서는 열린 해석을 강조했다. 강하늘은 “원작에 대한 반응을 여러 경로로 검색해 봤는데 둘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더라”며 “이러한 해석의 차이야말로 우리 작품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라고 짚었다.
이어 “제가 전하는 답이 작품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마음속으로 생각한 바는 있지만 단 하나의 감정만으로 연기하지 않았다. 작품을 바라보는 모든 관객의 해석이 저마다 의미를 지닌다”고 소신을 밝혔다.
첫 더빙 도전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강하늘은 “지금까지 제가 한 작품 중 가장 큰 노력을 안 한 것 같다”고 웃은 뒤 “오로지 목소리 연기에만 집중하면 됐다. 나머지는 감독님과 애니메이션 팀이 잘 만들어주셔서 숟가락만 얹은 기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실사 연기와 목소리 연기의 차이에 대해서는 “실사에서는 1인칭으로 연기했다면 목소리 연기는 조금 더 3인칭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며 “제 목소리와 캐릭터의 얼굴, 배경의 느낌이 잘 어울리는지 고민하며 연기했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재명 역시 ‘아가미’를 통해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더빙에 나섰다. 그는 어린 곤을 구해준 뒤 묵묵히 곁을 지키는 노인을 연기했다.
유재명은 “그동안 악역과 선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해왔는데 처음으로 더빙에 도전했다”며 “낯설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지만 동료 배우들과 함께 용기를 내봤다. 덕분에 신선하고 묘한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듣는 경험도 새로웠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전화로 자기 목소리를 들으면 낯설다고 하는데 저도 제 목소리가 낯설게 들리더라”며 “애니메이션에서 노인 역할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다음번에는 재기 발랄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벌써부터 또 다른 목소리 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이녕 역의 뮤지컬 배우 김선영에게도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선영은 “주로 공연을 하다 보니 목소리로 대사를 연기하고 녹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사실 걱정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편안하게 해주셔서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실사와 무대를 누비던 배우들이 얼굴 대신 오롯이 목소리로 완성한 ‘아가미’. 특히 직접 마주하지 않고도 서로의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주고받은 배우들의 새로운 연기 변신이 원작의 독특한 정서와 어떻게 어우러질지 관심이 쏠린다.
끝으로 안 감독은 치열한 극장가에서 관객과 만나는 소감도 전했다. 특히 현재 흥행 중인 ‘오디세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직접 언급하며 ‘아가미’만의 존재 이유를 강조했다.
그는 “‘오디세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등과 함께 개봉해서 기쁘다”며 “저희 영화가 지구를 구하거나 엄청난 세상을 구하지 못해도 한 사람 정도는 스스로의 삶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마음이 닿길 바란다”고 바랐다.
오는 9월 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