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이 20년 넘게 외면해 온 질문이 스크린 밖 관객에게까지 날아든다.
오늘(29일) 국내 개봉하는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 누나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부모, 그리고 오랜 침묵 속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간 남동생의 기록을 담은 작품이다.
스물넷의 누나는 다정하고 영리한 사람이었다. 부모의 영향을 받아 의사를 꿈꾸며 의과대학에 진학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의사이자 연구자였던 부모는 딸의 상태를 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신과 치료 대신 집에서 직접 돌보는 길을 택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현관에는 쇠사슬과 자물쇠까지 채워졌다. 누나의 증상이 처음 나타난 뒤 제대로 된 정신의료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5년이었다.
남동생인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 역시 처음부터 카메라를 들었던 것은 아니다. 부모를 설득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집을 떠났고, 누나의 발병으로부터 18년이 흐른 뒤에야 가족의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가 카메라에 담은 것은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에 가깝다. 함께 밥을 먹고, 외출하고, 부모에게 이유를 묻고, 누나에게 말을 건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는 듯 반복되는 일상은 오히려 이 가족이 얼마나 오랫동안 중요한 문제를 외면해 왔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영화의 질문은 단순해 보인다.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을까. 왜 누구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까. 부모는 무엇을 두려워했고, 동생은 왜 누나를 구하지 못했을까.
그러나 영화는 부모를 일방적인 가해자로 규정하거나 손쉬운 정답을 내놓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사랑과 두려움, 책임과 회피가 어떻게 뒤엉킬 수 있는지를 가감 없이 내보일 뿐이다.
후지노 감독은 자신의 가족이 보낸 25년을 ‘실패의 기록’이라고 담담히 회고한다. 또한 제목에 담긴 질문은 자신과 부모에게 던지는 물음인 동시에, 영화를 보는 관객도 함께 생각해 주길 바라는 질문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영화는 정신질환을 설명하는 의학 다큐멘터리에 머물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지는 동안 가족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되묻는 사적인 고백이자 뒤늦은 증언에 가깝다. 감독 역시 부모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자신 또한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누나를 향한 연민과 부모를 향한 분노, 가족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 한 화면 안에서 충돌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더 잘 알 것이라 믿지만,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오래 진실을 외면하기도 한다.
20년간 닫혀 있던 문을 연 영화는 마지막까지 명쾌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누나에게, 부모에게, 감독 자신에게 던져온 질문을 고스란히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리고 지금,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작품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개봉한 뒤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장기 상영됐다. 1년여 동안 16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오늘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