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서현진을 앞세운 MBC 새 금토드라마 ‘라이어’가 1%대 시청률로 출발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1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첫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라이어’(극본 백재영, 연출 조영민)는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1.9%를 기록했다. 같은 날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는 16.5%로 9배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 24일 방송된 6회에서 자체 최고인 19.5%를 기록했던 ‘닥터X’는 전회 대비 3.0%p 하락했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시청률 정상 자리를 지켰다.
‘라이어’는 하나의 기억을 두고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두 남녀가 진실을 향해 충돌하는 심리 스릴러다. 심장외과 전문의 민준호(유연석 분)와 초등학교 사서교사 강지선(서현진 분)이 첫 데이트 이후 벌어진 사건을 두고 서로 엇갈린 진술을 내놓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방송에서는 오해로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과 첫 데이트, 이후 벌어진 사건이 그려졌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민준호와 강지선은 데이트를 마친 뒤 강지선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다음 날 강지선은 민준호를 성폭행 혐의로 신고하고, 민준호는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두 사람의 진실 공방이 시작됐다. 같은 사건을 두고 전혀 다른 기억을 내놓는 두 인물의 대립이 시작됐다.
유연석과 서현진은 설렘으로 시작해 의심과 갈등으로 뒤바뀌는 관계를 연기했다. 유연석은 다정한 모습과 냉정한 태도를 오가는 민준호를, 서현진은 사건 이후 혼란과 고통을 겪는 강지선을 그려냈다. 첫 회부터 두 사람의 상반된 주장이 제시되면서 어느 쪽의 진술이 사실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겼다.
MBC가 야심 차게 내놓은 신작이지만 첫 출발은 아쉬웠다. 무엇보다 유연석과 서현진의 10년 만의 재회라는 카드가 첫 방송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2016년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강동주와 윤서정 역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 ‘낭만닥터 김사부’는 첫 방송 9.5%로 출발해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인 27.6%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검증된 연기력과 호흡을 갖춘 두 배우의 재회는 ‘라이어’의 가장 큰 기대 요소였다. 여기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의 이해’, ‘은중과 상연’ 등을 통해 섬세한 감정 연출을 선보인 조영민 감독이 가세했다. 배우와 제작진의 면면만 놓고 보면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지만, 첫 방송 성적은 냉정했다. 10년 전 흥행을 이끌었던 두 배우의 시너지가 아직 시청률로 이어지지는 못한 셈이다.
편성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MBC는 아시안게임 중계 등의 여파로 금토드라마 편성에 공백이 발생했다. 전작의 시청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을 기회가 없었던 만큼 ‘라이어’는 사실상 시청층을 처음부터 다시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발했다. 반면 같은 기간 SBS는 ‘닥터X’를 통해 금토극 시청층을 끌어모으며 일찌감치 우위를 점했다.
이미 흥행 궤도에 오른 ‘닥터X’와의 경쟁도 부담이다. 지난 9일 11.4%로 출발한 ‘닥터X’는 김지원의 통쾌한 활약을 앞세워 6회 만에 19.5%까지 치솟았다. 의료 현실 묘사 등을 둘러싼 논란에도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며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다. 이번 방송에서 16.5%로 하락했지만, 신작 ‘라이어’와의 격차는 14.6%포인트에 달한다.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역시 지난 25일 방송된 6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9.5%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발표한 10월 4주차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도 1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토요일에는 ‘닥터X’와 ‘100일의 거짓말’이 나란히 방송되는 만큼 ‘라이어’로서는 이미 시청층을 확보한 두 작품 사이에서 경쟁해야 한다.
다만 첫 방송 시청률만으로 ‘라이어’의 흥행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닥터X’가 선악 구도가 명확한 통쾌한 전개를, ‘100일의 거짓말’이 첩보와 로맨스를 앞세웠다면 ‘라이어’는 인물들의 엇갈린 진술과 미묘한 심리 변화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는 심리 스릴러의 특성상 초반부터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하기보다는 이야기가 쌓이면서 입소문이 형성될 여지가 있다.
시청률 외의 지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잡한 서사와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야 하는 장르물은 방송 시간에 맞춰 시청하기보다 OTT를 통해 몰아보기를 선택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작품을 소비하는 시청층의 반응은 실시간 시청률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향후 OTT 순위와 시청 성과, 화제성 추이 등을 함께 살펴봐야 작품의 실제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러한 장르적 특성이 낮은 첫 방송 시청률을 모두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입소문을 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 방송을 통해 얼마나 사건을 치밀하게 풀어내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두 인물의 감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내느냐가 관건이다. 유연석과 서현진의 연기 호흡 역시 회차가 거듭될수록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첫 성적표는 아쉬웠지만 아직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미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닥터X’와 ‘100일의 거짓말’ 사이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돌담병원 커플’의 재회가 시청률을 넘어 작품 자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