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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버지’ 최불암 별세…‘수사반장’부터 ‘전원일기’까지, 67년 연기 인생 마침표

신영은
입력 : 
2026-10-30 06:15:41
사진 I MBC ‘파하, 최불암입니다’
사진 I MBC ‘파하, 최불암입니다’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30일 방송계에 따르면 최불암은 전날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이날 오전 10시부터 일반 조문객을 맞는다.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최불암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졌다. 이에 2011년부터 14년간 진행해 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하고 재활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나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5월에는 60여 년에 걸친 연기 인생을 조명한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2부작으로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당초 최불암도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재활 치료에 집중하고 싶다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최불암은 1959년 극단 실험극회의 연극 ‘햄릿’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연출가를 꿈꿨던 그는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걸었다.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선발되면서 안방극장에 진출했다. 당시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노년의 김종서 역을 맡으며 TV 연기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의 이름을 전국에 알린 작품은 MBC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송된 ‘수사반장’에서 정의감 넘치는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아 한국형 수사물의 대표 얼굴로 자리 잡았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이어진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국민 아버지의 이미지를 남겼다.

MBC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의 캡틴 박을 비롯해 ‘여명의 눈동자’(1991~1992), ‘미망’(1996~1997), ‘영웅시대’(2004~2005), ‘궁’(2006), ‘식객’(2008) 등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배역의 크기를 가리지 않았던 배우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부터 노역을 주로 맡았으며, 서른 살에 MBC 개국 드라마 ‘역풍’(1969)에서 노인 역을 소화했다. 40대에는 ‘제1공화국’(1981~1982)과 ‘제2공화국’(1989~1990)에서 80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영화와 연극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빛과 그림자’(1967)를 시작으로 ‘여마적’(1968), ‘만종’(1970), ‘파계’(1974), ‘영자의 전성시대’(1975), ‘왕십리’(1976), ‘진짜진짜 좋아해’(1978),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2000년대에도 ‘까불지마’(2004), ‘잠복근무’(2005) 등으로 스크린 활동을 이어갔다.

2018년에는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25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같은 해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 출연했으며, 2024년에는 ‘수사반장’의 프리퀄인 MBC ‘수사반장 1958’에 특별 출연해 오랜 시간 이어온 작품과의 인연을 보여줬다.

배우로서의 활동만큼이나 대중에게 익숙했던 것은 특유의 소탈한 웃음과 따뜻한 이미지였다. 고개를 젖히며 ‘파하~’ 하고 웃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1990년대에는 최불암을 주인공으로 한 유머집 ‘최불암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고, 여러 배우와 방송인이 그의 웃음소리를 성대모사하며 화제를 모았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오랜 시간 시청자와 만났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진행했으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국인의 밥상’의 진행을 맡았다. 전국 각지의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배우와는 또 다른 친근함을 선사했다.

잠시 연기 활동을 중단하고 정치에 몸담기도 했다. 최불암은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의 비례대표로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는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이후 MBC ‘전원일기’ 등을 통해 연기 활동에 복귀했다.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인연은 연기 활동으로도 이어져 ‘야망의 25시’(1983)에서 청년 정주영을, ‘영웅시대’에서 정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을 모델로 한 천태산을 연기했다.

개인적인 삶에서는 배우 김민자와의 오랜 부부 인연으로도 잘 알려졌다. KBS 드라마 ‘정동마님’에 출연하던 김민자에게 첫눈에 반한 최불암은 이를 계기로 KBS로 이적해 드라마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연극 ‘환절기’(1968) 등을 함께하며 사랑을 키웠고, 4년간의 교제 끝에 1970년 결혼했다. ‘개구리 남편’(1969~1970)부터 ‘궁’(2006)까지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으며, 특히 ‘전원일기’에서는 22년간 부부 연기를 선보여 실제 부부로 오해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슬하에는 아들 동녘 씨와 딸 동비 씨를 뒀다.

연기 활동과 사회공헌에 기여한 공로도 인정받았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1974·1978), 연극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1969·1971)을 받았으며,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1978)과 남우주연상(1979)을 수상했다. 1998년 국민훈장 목련장, 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수사반장’을 통해 경찰의 이미지를 높인 공로로 1972년 명예 경찰에 위촉됐으며, 2024년에는 민간인 최초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에 위촉됐다. 미아 찾기와 희소병·난치병 어린이 돕기 특별 생방송에 참여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을 맡는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썼다.

67년간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한국 대중문화의 한 시대를 함께한 배우 최불암. ‘수사반장’의 박 반장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오랜 시간 시청자 곁을 지켰던 그의 연기 인생은 이제 막을 내렸다.

유족으로는 아내인 배우 김민자와 아들 동녘 씨, 딸 동비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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