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100일의 거짓말’이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가운데, 배우들의 치열한 외국어 연기 준비 과정이 공개됐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어와 영어, 중국어 대사가 대거 등장하는 작품인 만큼 출연진은 촬영 전부터 긴 시간 언어 훈련에 매달렸다.
tvN 20주년 특별기획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은 지난 25일 방송된 6회에서 수도권 유료플랫폼 기준 평균 9.9%, 최고 10.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도 올랐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가 발표한 10월 4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는 김유정과 박진영이 각각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리며 2주 연속 상위권을 지켰다.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 요소 중 하나는 배우들이 공들여 완성한 외국어 연기다. 등장인물의 직업과 정체성, 처한 상황에 따라 언어를 구사하는 방식까지 달라져야 했던 만큼 단순한 대사 암기만으로는 부족했다. 유인식 감독은 배우들의 준비 과정을 높이 평가했다.
유 감독은 “캐스팅이 된 순간부터 배우들은 열성적으로 외국어 연기를 준비했다. 이미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수준급의 외국어를 구사해서 놀라웠다”라며, “외국어 대사 분량이 상당했던 데다, 일본 및 영미권 배우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배우들 모두 촬영이 끝나는 날까지 (길게는 1년 넘게) 연습의 나날이 이어졌다. 일어∙영어∙중국어 담당 선생님들이 배우들과 일대일로 수업하며 준비하셨고, 외국어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 있으면 현장에 나와서 배우들의 대사를 한 마디씩 점검하고 자문해 주셨다”라고 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은 주인공 이가경을 연기하는 김유정이다. 그는 촬영에 앞서 약 5개월 동안 일본어 공부에 집중했다. 문법과 회화, 대본 연습을 위한 수업을 따로 병행했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쉬는 날을 거의 두지 않은 채 매일 두 차례 수업을 소화했다.
김유정이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캐릭터의 특성을 언어에 녹여내는 일이었다. 이가경에게 일본어와 영어는 살아남기 위한 수단인 만큼, 상황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고 상대를 능숙하게 다루는 인물의 면모가 말투와 억양에서도 드러나야 했다. 영어 대사 역시 유창하게 구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어깨너머로 언어를 익힌 인물의 특징을 살려, 알고 있는 단어를 조합해 말하는 듯한 느낌까지 세밀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일본어 지도팀은 김유정의 연습량을 높이 평가했다. 지도팀은 “김유정 배우는 가장 먼저 수업을 시작했다. 해외 일정이 있을 때는 스케줄 사이에도 비대면 화상 수업을 했다. 모든 억양을 귀에 익힌 후 자신만의 느낌으로 살리는 걸 정말 잘했는데, 나중에는 억양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스스로 알아챌 정도라 연습량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라며, “이가경의 캐릭터처럼 상대에 맞춰서 대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에도 능숙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엘리트 통역관 사토 히데오이자 김태웅을 연기한 박진영도 일본어와 영어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 꾸준히 대본을 파고들었다. 그는 올해 2월부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일본어 대사를 반복해서 연습했다. 극 중 인물들의 설정에 맞춰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를 구분해 표현한 점도 특징이다.
박진영은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방법을 활용했다. 일본어 대사를 히라가나로 직접 적어 외우고, 대사와 동작을 함께 연습하며 몸으로 익혔다. 일본어 지도팀은 “박진영 배우는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간단한 일본어는 가능했다. 히라가나도 쓸 줄 알아서 커다란 스케치북에 일본어 대사를 히라가나로 직접 쓰면서 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사와 동작을 함께 해야 잘 외워진다면서, 생각하는 움직임을 하면서 대사를 외워서 연극 연습을 하는 느낌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억양과 말투를 캐릭터에 맞게 다듬는 작업도 이어졌다. 지도팀은 “캐릭터에 맞는 억양과 말투를 찾기 위해서 세 분 정도께 녹음을 부탁했는데, 너무 열심히 들어서 자려고 누워도 목소리가 귀에 맴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어, 영어 수업을 연달아 하는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항상 즐겁게 준비했다”라며 박진영의 노력을 전했다.
김현주는 유소란 역을 맡아 중국어 연기에 도전했다. 중국인 인물이 조선어를 구사하는 상황을 표현해야 했지만, 전문 통역관처럼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말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당시의 언어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어 선생님이 한국어를 말할 때의 억양을 관찰하고, 다양한 중국인의 한국어 발음도 참고해 인물에 어울리는 표현을 찾아갔다.
중국어 지도 선생은 “중국어는 한국어와 달리 네 가지 성조가 있기 때문에, 먼저 성조의 높낮이와 발음 위치를 익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후 이를 실제 대사에 적용해 천천히 발음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대사를 구사할 수 있도록 연습을 이어갔다”라며, “김현주 배우는 대사 하나하나의 발음과 억양을 세심하게 살피며 연습에 집중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작은 발음의 차이도 놓치지 않고 대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듬어가는 모습이었다. 같은 대사를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했고, 수업 후에도 제가 대사별로 녹음한 음성 파일을 들으며 연습을 이어갔다”라고 설명했다.
이무생은 유필립이라는 인물의 배경을 고려해 외국인이 구사하는 일본어의 특징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제기자라는 설정에 맞춰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을 사용하고, 표정과 몸짓을 더해 인물의 성격을 표현했다. 1930년대 영화 속 인물들의 말투와 제스처를 참고한 것도 캐릭터를 구체화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일본어 지도팀은 “이무생 배우는 작년 겨울 첫 수업에 거의 모든 일본어 대사를 외워 왔다. ‘유필립’은 외국인이 하는 일본어의 느낌을 살리는 데에 중점을 뒀다. 영어권 분들이 하는 일본어의 특징을 더 살리기 위해 수업보다는 참고할 영상들을 보여드렸다”라고 밝혔다.
진선규의 준비 과정도 남달랐다. 그는 일본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극 중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를 표현하기 위해 일본에 두 달간 머물며 언어 훈련에 집중했다. 오전에는 회화 수업을, 오후에는 대사 연습을 진행했고, 한국에 있는 지도팀과도 주 2회 화상 수업을 이어갔다. 일본인이 구사하는 조선어 대사까지 익혀야 했던 만큼 준비해야 할 분량도 상당했다.
일본어 지도팀은 “진선규 배우의 첫 수업은 작년 10월이었다. 두 달 정도 일본 교토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투리 억양을 익혀 올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교토에서 일본어 대사를 봐주실 배우분을 찾아서 부탁했다”라며, “일본에서의 두 달 동안 오전에는 일본어 회화, 오후에는 일본어 대사, 그리고 주 2회는 한국에 있는 저희와 비대면 화상 수업으로 대사 확인 수업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일본인이 쓰는 조선어 대사까지 함께 했는데, 그 양이 많아서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잘 해내셔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노력은 촬영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일본어 지도팀은 “모든 배우가 12회 분량의 일본어 대사 숙지 후 첫 촬영을 시작했다. 그래서 일본어 억양이 틀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촬영 현장에서 대사를 외우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선생님들이 계셔도 배우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반복된 외국어 연습과 캐릭터별 말투에 대한 고민은 ‘100일의 거짓말’의 디테일을 채우는 밑바탕이 됐다. 매회 이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 속 배우들의 노력이 시청자들의 호평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100일의 거짓말’ 7회는 오는 31일 토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