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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강헌 별세…‘가요는 강헌, 팝은 임진모’ 시대 남기고 떠났다

한현정
입력 : 
2026-10-20 21:40:42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별세. 사진 I 연합뉴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별세. 사진 I 연합뉴스

대중음악평론가이자 명리학자로 활동한 강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이 별세했다. 향년 64세.

20일 문화계에 따르면 강헌 이사장은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났다.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음악학을 공부했다. 당초 소설가를 꿈꿨지만 이후 영화와 음악, 공연, 문화비평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독특한 이력을 쌓았다.

영화계에서 먼저 활동했다. 독립영화집단 ‘장산곶매’에서 ‘오! 꿈의 나라’, ‘파업전야’ 등의 제작에 참여했고, 상업영화 ‘아담이 눈을 뜰 때’, ‘정글스토리’의 시나리오와 TV 드라마 ‘제3극장’의 극본도 썼다.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분야는 음악평론이었다. 후배의 부탁으로 가수 김현식에 대한 ‘김현식론: 통기타에서 블루노트까지’를 쓰게 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중음악평론가의 길에 들어섰다.

1990년대에는 임진모 평론가와 함께 활발하게 활동했다. 임진모는 고인을 떠올리며 “나와는 1990년대 콤비로 오랫동안 활동했다”며 당시 대중문화계에서 “가요는 강헌, 팝은 임진모”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동료들과 문화계간지 ‘예감’, ‘상상’, ‘리뷰’ 등을 만들었고 홍익대, 성공회대, 단국대, 성균관대 등 여러 대학에서 약 20년간 대중음악사를 가르쳤다.

무대와 공연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자유’, ‘포크 30주년 기념 페스티벌’ 등의 콘서트를 비롯해 ‘끝나지 않는 노래’, ‘천변살롱’ 등의 음악극 제작에도 참여했다.

글과 강의를 통해서는 대중음악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사회와 역사를 읽는 창으로 바라봤다. 2015년 펴낸 ‘전복과 반전의 순간’에서는 일제강점기 가요부터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음악사의 주요 장면을 당대 사회상과 함께 풀어냈다. 이듬해 출간한 ‘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에서는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 대중문화의 형성과 변화를 짚었다.

큰 고비를 넘긴 뒤에는 명리학에도 깊이 빠졌다. 42세 때 대동맥이 찢어져 23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뒤 명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2015년 ‘명리 : 운명을 읽다’를 출간했다.

이후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와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제5대 회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에 임명됐다. 영화에서 출발해 대중음악 비평과 강의, 공연, 저술, 명리학과 문화행정까지 쉼 없이 영역을 확장했던 고인은 64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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