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꿈꾸는 로또 1등에 당첨됐지만, 출근을 택한다. 배우 이준혁은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속 공은태의 선택이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티빙·tvN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주연 배우 이준혁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13일 종영한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위아래로 치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팀장 공은태(이준혁 분)가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사직서 대신 당첨금 13억 원을 품고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K-직장인 오피스 드라마다. 서인하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준혁은 13억 원이 큰돈이지만 ‘애매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공은태와 자신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봤다.
“제가 그동안 했던 작품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청난 스타도 아니고 열심히 하고 있는 단계잖아요. 한 작품이 잘됐다고 해서 평생 먹고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나의 완벽한 비서’가 꽤 흥행했지만, 제가 그걸로 뭐…. 여전히 열심히 일해야 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은태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만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더라도 연기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준혁은 “돈이라는 게 너무 왔다 갔다 하니까 무섭기도 하다”면서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제가 영화와 콘텐츠를 보는 걸 좋아한다는 거다. 그런데 그냥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알고, 도전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다른 취미도 별로 없다. 돈이 엄청 많아지면 뭘 할까 생각해 봤는데, 옷을 사는 것도 아니고 차도 없고 뭘 할지 모르겠더라”며 “제가 돈을 가장 많이 쓴 것도 게임 ‘안녕, 팝콘’을 만들거나 노래를 만드는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를 언급했다. 막대한 부와 명성을 얻고도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모습에서 자극을 받는다는 것.
“톰 크루즈는 수천억 원이 있을 텐데 왜 그렇게 고생할까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애정 아닐까요? 최근에 ‘디거’를 보고 정말 감명받았어요. 힘을 얻으려고 극장에 갔는데, 몇 시간씩 분장하고 기술적인 연기를 완벽하게 익힌 다음 캐릭터까지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어요. 저렇게 많은 돈이 있는데도 왜 저렇게까지 할까 싶었죠.”
이준혁은 “저도 더 좋은 상황이 오더라도 연기하고 싶다는 에너지를 얻었다”며 “저보다 연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도 더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평소 로또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이준혁도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는 복권을 샀다고 털어놨다.
“혹시나 당첨될 수도 있잖아요. 진짜 당첨되면 얼마나 웃길까 싶었어요. 기사도 나고요.(웃음) 그런데 아쉽게도 안 됐어요. 한 5000원 당첨된 것 같아요.”
앞서 ‘나의 완벽한 비서’ 종영 당시 회사원의 삶에 대한 로망을 드러냈던 이준혁. 실제 직장인을 연기한 뒤에도 그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회사원에 대한 로망은 루틴이 있는 삶인 것 같다”며 “촬영은 밤을 새우기도 하니까 그런 삶과는 다르지 않나. 다만 제가 회사원에 대한 로망을 느끼는 것보다는 이 작품을 본 시청자들이 자신의 일에 로망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저는 그걸 제공하는 사람이니까”라고 답했다.
잘생긴 회사원이라는 설정이 비현실적이지 않느냐는 농담에는 “충분히 현실적이다”라며 웃었다.
“제가 외모로 20년간 엄청나게 돈을 벌고 그러지 않았잖아요. 다들 아시지 않나요?(웃음) 일도 은태보다 제가 더 오래했어요. 은태가 저보다 낫죠. 로또에도 당첨됐으니까요.”
그는 배우 역시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프리랜서라는 차이는 있지만, 조직 안에서 겪는 감정과 관계는 비슷하다는 것. 이준혁은 “저희도 프리랜서지만 높은 직급의 사람들이 많다. 광고주도 있고 투자한 사람도 있다. 저도 후배일 때가 있고 선배일 때가 있고, 조연도 경험했다. 그런 과정에서 느끼는 인간적인 감정들은 늘 비슷하다. 저도 공감이 됐고, 그런 지점에서 해소되는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공은태는 로또 당첨 이후에도 하루아침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전에는 참아야 했던 순간에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준혁은 “저도 어떤 일이 생겼다고 해서 다음 날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 일하러 가지 않느냐”며 “원래 크게 들뜨는 성격이 아니라 그런 부분이 몰입하기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공은태가 처음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감정의 수위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가장 젠틀하게 화내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은태는 감정이 과잉되기보다는 자기가 해야 할 말을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하는 사람일 것 같았거든요. 양 대리와 다시 마주쳐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현우 형이 애드리브로 욕을 해줘서 저도 조금 더 감정을 올릴 수 있었죠.”
공은태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내면을 꼽았다. 그는 “은태는 내면이 단단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자기 일에 대한 사랑과 신념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 점이 타인에게도 잘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며 “은태는 로또가 되지 않았어도 어찌 됐든 방법을 찾았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도 결국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특정 직업만 멋있게 그려질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직장생활도 멋있고, 그 안에 각자의 리듬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잖아요. 눈빛만 봐도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일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준혁은 “제가 감히 위로를 드릴 수 있을까요?”라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여러분이 하는 일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고, 굉장히 멋진 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