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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아 “‘엘리자벳’? 이걸 하려고 오디션 다 떨어졌나 싶었죠”[인터뷰①]

김소연
입력 : 
2026-08-25 07:00:00
배우 린아가 ‘엘리자벳’에 출연하게 된 소감을 묻자 “영광스럽고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배우 린아가 ‘엘리자벳’에 출연하게 된 소감을 묻자 “영광스럽고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엘리자벳’ 출연이라니 영광스럽죠. 감사드려요. 시작부터 끝까지 ‘엘리자벳’을 정말 많이 외치잖아요. 부담스럽기도 하고 책임감도 막중해요.”

24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역 린아(본명 이지연, 42)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16일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의 삶에 ‘죽음’이라는 판타지적 인물을 더해 그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2012년 초연 이후 오랜 시간 국내외에서 사랑받아온 대표적인 대작으로, 엘리자벳 역은 뮤지컬 배우라면 한 번쯤 꿈꾸는 역할로 꼽힌다.

이미 여러 배우가 자신만의 엘리자벳을 만들어온 만큼 새롭게 작품에 합류한다는 부담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린아는 “기존에 작품을 해주신 배우들도 사랑받았고, 작품 자체도 워낙 사랑받았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며 “어쩔 수 없이 비교 대상이 되겠지만 ‘더 잘해야지’ 하기보다는 대본에 충실해서 작품에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작 출연 제안이 왔을 당시에는 잠시 쉬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린아는 제가 그 시기에 다른 오디션에서 다 떨어져서 ‘이제 놀아야겠다. 마음 편히 놀아야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엘리자벳’ 오디션 제안이 와서 ‘이걸 하려고 다 떨어졌나?’ 싶었다. 오디션을 보내놓고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기대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도 들더라. 다행히 돼서 정말 좋았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기쁨만큼 만만치 않은 무게도 찾아왔다. 오랜 시간 무대에 서온 린아에게도 ‘엘리자벳’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 공연 정말 어렵구나’를 또 한 번 느꼈어요. 연습 때는 장면별로 끊어서 하니까 장면별 연습은 오랫동안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런스루는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작품이 얼마나 힘든지 체감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실제 무대에 올라 의상을 입고 조명을 받고 세트를 오가며 연기하자 작품의 무게가 온몸으로 다가왔단다. 그는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더라. 끝날 때까지 익숙해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서 계속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엘리자벳은 10대 소녀에서 시작해 황후가 되고 수많은 상실과 고통을 지나 죽음까지 맞는 긴 생애를 한 배우가 표현해야 한다. 린아는 “10대로 나오는 게 첫 장면이라 생각보다 굉장히 긴장한다. 동선도 그렇고 음악도 까다로워 심적인 부담감이 크다”며 “어려 보이려고 하기보다는 에너지적인 면에서 활발하고 에너제틱하게 보여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는 엘리자벳의 감정은 장면마다 구체적인 ‘설정값’을 두고 접근했다. 그는“상상력에 많이 의존한다. 시간이 흘렀다면 그때 어떤 심리일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최후통첩 장면을 제가 너무 강하게 표현하면 연출진에서 ‘그 정도로 마음이 단단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노트를 준다. 그러면 ‘아직 미숙하고 흔들리는 상태구나’ 하고 다시 생각한다. 어떤 감정으로 가야 할지 정해지면 장면 시작 전에 제 자신을 엘리자벳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엘리자벳은 실존 인물인 만큼 역사 속 그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도 필요했다. 그는 “연습 시작 전에 연출님이 두 시간 정도 역사와 실제 있었던 일들을 브리핑해주셨다”며 “인물별로 각 장면에서 왜 이런 감정이 나오는지 설명해주셨고, 극작가님과도 만나 직접 리서치한 부분이나 작품을 쓰게 된 계기를 들었다. 머릿속으로 디테일하게 상상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린아가 가장 오래 고민한 지점은 바로 엘리자벳과 ‘죽음’의 관계였다. 그는 “죽음과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것 같다. 제가 생각한 죽음은 삶 자체가 아닌가 했다. 죽음은 곧 삶이다. 엘리자벳 자신이라고도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죽음을 사랑하고, 죽음조차 사랑하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죽음과 맞붙고 싸우는 게 사랑싸움을 하는 것처럼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다가오게 하고 싶기도 하고, 제가 다가가고 싶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지켜내려고 싸우는 거다. 죽음조차 나를 통제하지 못하게 하고, 나 자신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봤다.

린아는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것을 돌아보며 “저도 엘리자벳과 비슷한 감정을 조금은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린아는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것을 돌아보며 “저도 엘리자벳과 비슷한 감정을 조금은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린아가 내린 해석의 중심에는 결국 ‘자유’가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엘리자벳의 자유는 단순히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세상”이었다.

“자유롭게 살던 사람이 엄격한 황실에 들어가 무엇을 먹고 입을지, 누구를 만날지까지 통제았어요. 자신이 낳은 아이 마저도 마음대로 키울 수 없었고요.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구경거리가 되고, 하나하나 통제당하면서 감옥살이하는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낳은 자식까지 빼앗겼고요. 사람이라면 존중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억압당하지 않고 맞서 싸우고 끝까지 자신을 지키려고 했다는 점을 높게 봐요.”

그 감정은 린아에게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었다. 이삭앤지연으로 2002년,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가수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엘리자벳의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당시 자유를 제한받았던 경험을 떠올렸다.

“제가 처음 가수를 시작했을 때는 지금과 많이 달랐어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죠.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먹는 걸 써서 내고, 제지당하고 통제 당했어요. 엘리자벳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자유를 빼앗기는 감정은 저도 조금은 겪었던 것 같아요.”

본래 자유로운 성격이었던 만큼 당시의 통제는 더 답답하게 느껴졌고, 그 기억은 엘리자벳을 이해하는 데 작은 접점이 됐다. 그는 “저도 자유로운 영혼이다. 부모님도 저를 약간 놓고 키우신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자유롭게 자란 아이였다”며 “엘리자벳이 ‘나는 내 주인은 나야’라고 외치는 순간 ‘그게 맞지. 당연한 거지’ 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한달여 전인 지난 6월 29일. 그가 부른 ‘나는 나만의 것’이 공개됐다. 이 영상을 통해 일부 팬들은 린아의 모습은 실제 엘리자벳 황후의 초상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엘리자벳이 무덤에서 살아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무대 위 린아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관객들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정작 이런 반응을 전하자 린아는 자신의 외모보다 먼저 무대를 완성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먼저 이야기했다.

“많은 장치가 도와줘요. 드레스도 아름답고 예쁘게 보이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문이 열리고 조명이 쏟아지면 장식들이 빛나잖아요. 조명과 의상의 합이 잘 맞아서 저도 ‘우와’ 하고 보게 돼요.”

그러더니 웃으며 덧붙였다.

“제가 좀 엘리자벳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런 평을 들어서 감사하게도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하.”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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