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악랄할 줄 몰랐는데…. 11부부터 비로소 진짜 나은세가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이서안(37)은 최근 서울 중구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5일 종영한 ‘신입사원 강회장’(극본 현지민, 연출 고혜진, 크리에이터 김순옥)은 사업의 신(神)이라 불리는 굴지의 대기업 최성그룹의 회장 강용호가 사고로 원치 않는 2회차 인생을 살게 되는 리마인드 라이프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산경 작가의 웹소설 ‘신입사원 강회장’을 원작으로 한다.
이서안은 극 중 최성그룹 장남 강재성(진구 분)의 아내이자 태하그룹 나병모(정재성 분) 회장의 딸 나은세 역을 맡았다.
극 초반에는 남편을 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내조하는 재벌가 며느리였지만, 후반부에는 강용호 회장 독살의 진범이자 권력을 위해서라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인물의 민낯을 드러내며 충격을 안겼다.
이서안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만 해도 야망 있고 욕심 많은 재벌가 며느리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11부부터 진짜 나은세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죽일 정도로 악랄한 인물일 줄은 전혀 몰랐다”고 웃었다.
“처음에는 남편을 잘 내조해서 1등으로 만들려는 현모양처 이미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본이 진행될수록 ‘이렇게까지?’ 싶더라고요. 사람을 죽이고 계략까지 꾸미는 인물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가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은 강용호 회장을 죽이려 했던 이유였다. 그는 “재산도 충분한 사람이 굳이 강회장까지 죽이면서 얻으려는 게 뭘까 계속 고민했다”며 “결국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외로움이 있었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감정의 출발점이 결국 나병모였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은세를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나병모가 만든 괴물’이라고 해석했다.
“강재성은 나은세를 사랑했지만…. 나은세에게는 정략결혼이었죠. 오빠들을 제치고 태하를 갖고 싶었지만 딸이라 그러지 못했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 강재성과 결혼했다고 봤어요. 방송에서는 나은세의 서사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외롭게 자랐을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나은세는 나병모가 만든 괴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빌런’의 결을 만들기 위해 이서안은 ‘더 글로리’,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친애하는 X’ 등을 찾아봤다. 또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도 참고했다.
이서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데도 무섭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나은세는 늘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순간을 모면하려고 악어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저는 원래 밝은 사람이라 자칫 떠 보일 수 있는데 감독님이 ‘조금 더 천천히 가자’고 많이 잡아주셨다”고 감독의 디렉팅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의 실제 성격은 나은세와 정반대란다. 이서안은 “저는 털털하고 둥글둥글한 사람이다. 계략을 꾸미는 성격도 아니고 생각도 단순한 편”이라며 웃었다.
이어 “머리만 대면 바로 자는 스타일인데, 나은세는 대본을 보면서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저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 어떻게 해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악역이었던 만큼 시청자들의 반응도 걱정됐다. 하지만 예상 밖의 반응이 더 많았다고.
“처음에는 미움을 많이 받을 줄 알았는데 ‘저런 야망 있고 똑똑한 며느리가 집안 하나는 잘 굴리겠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물론 나쁜 행동은 잘못됐지만, 나은세 나름대로는 살아남기 위해 그랬다는 걸 봐주신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이서안에게 있어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됐다. 그는 “그동안은 특별출연이나 에피소드 중심의 역할, 초반 임팩트를 주는 캐릭터를 많이 했다”며 “이렇게 극을 끌고 가는 비중 있는 역할은 거의 처음이었다. 저에게도 전환점이 된 작품인 것 같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