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승기가 고(故) 이순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승기는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순재의 빈소를 찾았다.
이승기는 취재진과 만나 “이순재 선생님을 생전 굉장히 존경했다. 또 특별한 관계였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뭉클했는데,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께서 대한민국 배우로 이렇게 활동해 주신 게 영광스럽다. 후배들도 선생님의 그런 정신을 성실하게 잘 이어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승기와 고인의 인연은 깊다. 이승기는 “제 결혼식 주례도 봐주셨고, 영화 ‘대가족’이라는 작품에 출연 제의를 받으셨을 때도 ‘승기가 하는 거면 꼭 도와서 해야지’라고 흔쾌히 말씀해 주셨었다”며 고인의 따뜻했던 마음을 추억했다.
이어 그는 투병 중이던 고인을 만났던 마지막 기억을 꺼냈다. 이승기는 “선생님의 병세가 조금씩 짙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건강이 갑작스레 악화됐을 때 저와 아내가 병문안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시기에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승기는 “당시 선생님께서도 본인이 건강한 모습을 조금 더 저희에게 보이고 싶으셔서 (아픈 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해 주셨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지막까지 열심히 연기하셨다. ‘배우가 대사를 잊으면 안 된다’는 철학이 있으셔서, 복귀하시기 위해 마지막까지도 계속 기억력을 되살리려 노력하셨다”며 “그곳에서는 좀 편안하고 행복한, (배우의 짐을 내려놓은) 일반인이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울러 “여러분들이 많이 추모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순재 선생님의 걸어오신 역사를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으며 드라마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사모곡’, ‘허준’, ‘상도’, ‘이산’,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개소리’ 등 14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로 70년 가까이 무대와 현장을 지켜온 그는 지난해 10월 건강 문제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서 내려와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1월 열린 ‘2024 KBS 연기대상’에서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한평생 연기에 몸 바쳤던 고인은 제 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을 지내는 등 잠시 정치권에 몸을 담기도 했다.
고인의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 20분 엄수된다.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이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