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여정의 소신은 늘 빛났다. 배우로서의 선택에서도, 한 어른으로서의 태도에서도, 윤여정이라는 이름은 ‘단단함’의 다른 이름이었다. 작품 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무대가 예능이든 시상식이든, 그의 솔직함은 우리 모두의 귀감이었다.
하지만 부산에서 나온 윤여정의 한마디, “세일즈맨은 못 한다”는 발언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소신의 언어로 포장하기에는 품격과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결혼피로연’의 매력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윤여정은 사실상 답을 피했다.
“나는 내 일을 일로 하는 사람이다. 연기는 다 했으니 미션은 끝났다. 이 영화를 이렇게 봐 달라, 사 달라 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세일즈맨 역할은 못한다.”
짧은 발언이었지만 곧 논란으로 번졌다. 온라인에서는 “책임감 없는 태도”라는 비판과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는 옹호가 엇갈렸다. 그러나 영화제라는 공식 석상에서 관객과 언론과의 최소한의 대화조차 거부한 점은 분명 아쉬웠다.
오늘 날 영화는 멀티시대의 산물이다. 감독이 제작자가 되고, 배우가 연출을 겸하며, 모두가 협업의 그물망 속에서 한 편의 콘텐츠를 일군다.
배우는 더 이상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작품의 얼굴이자 첫 관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영화에 대해 최소한의 언어로 관객과 나누는 것, 그것은 세일즈가 아니라 예의다. 협업자와 업계, 관객을 향한 연대이기도 하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시장을 겨냥한 마켓도, 가볍게 흘려보낼 예능의 장도 아니다. 작품과 관객이 처음 만나는 공적 무대다.
그곳에서도 어려운 질문이 아닌데, 굳이 “난 세일즈맨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것은 단호함이 아니라 무심함으로, 소신이 아니라 본분 상실로 읽힌다.
윤여정이라는 이름은 한국 영화사에 깊이 새겨진 상징이다.
한국 최초 오스카 연기상 수상자로서, 그는 개인을 넘어 한국 영화의 자부심이 되었다. 그의 행보에는 언제나 기대가 따랐다. 그래서 이번 발언은 더욱 당혹스럽다.
세계가 부여한 그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배우라면,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길잡이로서, 어려운 영화계 동료로서 그 무게는 언어에서도 짊어져야 한다.
때로 인생의 정점에서는 지나친 단호함보다 따뜻한 배려가, 소신보다 더 품격 있게 빛나기도 한다.
♥ 선생님, 영화제에서 주연 배우가 할 일은 못 끝내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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