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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황동혁 감독 “‘오겜3’ 극단적 호불호 이해, 비극적 엔딩 이유는...”

양소영
입력 : 
2025-06-30 12:16:05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게임’ 시즌3  공개 후 극명하게 나뉜 반응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게임’ 시즌3 공개 후 극명하게 나뉜 반응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황동혁 감독(54)이 ‘오징어게임’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담았다.

2011년 영화 ‘도가니’로 주목을 받은 황 감독은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연출작마다 높은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첫 드라마 연출작이자 첫 OTT 도전작인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 감독으로 발돋음했다.

2021년 첫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넷플릭스 영어권과 비영어권 TV 시리즈를 통틀어 역대 최다 시청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연출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여우게스트상 등 6개 부문 수상을 휩쓸었다.

이후 공개된 시즌2 역시 첫 주 만에 시청 순위 1위에 올랐고, 누적 시청 기준으로 ‘오징어 게임1’과 ‘웬즈데이’에 이어 넷플릭스 TV쇼 부문 역대 3위를 차지했다.

황동혁 감독은 공개 후 소감을 묻자 “홀가분하다. 글을 쓰기 시작해서 6년 정도 걸렸다. 시즌1은 기대감 없이 시작해서 큰 성공을 거뒀고 시즌2는 기대가 커서 부담도 컸다. 다 끝냈으니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하다. 언제 이렇게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을 만들겠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즌3는 공개 후 극명하게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잔혹함은 더 심해지고, 폭력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풍자는 점점 사라져간다”며 “볼거리는 있지만 예전만큼 날카롭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버라이어티는 “새로운 캐릭터가 부족하고, 구조도 반복적이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영국 텔레그래프는 “피로 얼룩진 리본으로 멋지게 마무리된 만족스러운 완결”이라 평했고, 메트로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선함이 존재한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진정한 마스터피스”라고 호평했다.

이에 황동혁 감독은 공개 후 반응은 찾아보지 않았다며 “해외 프로모션으로 바빠서 한 달을 거의 잠을 못 잤다. 반응까지 찾아보면 못 쉴 것 같더라. 그래서 반응은 최대한 잘 안 봤고 주변에서 여러 반응을 들었다. 좋아하는 분들도, 불만을 표한 분도 있다. 어느 반응이든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1 때는 기대가 없고 충격도 있고 신선함도 있다. 게임과 사회적 메시지에 만족해서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기대감이 컸고 각자 원하는 게 다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길 원하는 분들도 있고, 철학적 메시지를 원하는 분들은 그런 부분을 더 원하고, 캐릭터를 좋아하는 분들은 캐릭터가 잘 됐으면 바라지 않나. 그런 기대가 충족된 분들과 아닌 분들의 서로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다 이해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 시리즈가 어떻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크니까. 굉장한 바람들이 있었는데, 거의 죽지 않나. 그런 것에서 느끼는 배반감도 큰 것 같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나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황동혁 감독이 성기훈의 비극적인 엔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이 성기훈의 비극적인 엔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이끌어 온 기훈의 비극적인 엔딩을 만들어 낸 이유도 밝혔다.

황동혁 감독은 “처음 시즌2, 3 생각할 때는 해피엔딩을 생각했다. 기훈이가 살아서 이 게임을 끝내고 딸을 만나는 엔딩을 생각했다. 집필 시작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세상을 바라보면서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 기훈의 여정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이가 뭔지를 다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살기 어려웠고 코로나로 경제적 위기감,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전쟁의 위협도 커졌다. 다들 기후 위기나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자국 이기주의가 커지고 있지 않나. 기후 문제가 있음에도 멈추지 못하는 세상을 보면서 미래 세대에게 어떤 걸 물려주고 싶은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요즘 젊은 친구들은 꿈을 잃어가고 희망을 잃어간다. 이기심을 멈추고 조금 내려놓고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줘야겠나 싶었다. 그래서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심볼로 아기가 등장해야 할 것 같았다. 우리의 남아있는 양심 같은 존재. 그 아기를 위해 기훈이 희생하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닿아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게임 구성에 대해 “갈수록 다크해진다. 밤이 깊어질수록 작은 불씨가 더 밝게 보인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마지막에는 지옥도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모든 인물이 다크하고,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불빛을 길어올리는 성기훈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뒤로 갈수록 희망이 없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마지막 게임 구성을 그렇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이 히어로 이야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즌1 마지막에 프론트맨이 성기훈에게 ‘영웅 놀이는 재미있었냐’며 비웃지 않나.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기훈은 애초에 그런 인물이 될 수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영웅적인 행동이 기훈의 마지막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한 사람의 지도가 아니라 다수의 일반 사람, 보통 사람이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답답하지만, 그런 걸 상징하는 인물이 기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살기 어려워진 건 많다. 다들 여유가 없어졌다. 남이나 다른 걸 품으려는 마음도 줄어든다. 기부액도 줄어든다고 한다. 연말에 오늘 기부액이 지난해에 못 미쳤다는 기사가 나온다. 점차 어려워진다는 게 느껴진다. 요즘 돌아다녀 보면 점포 빈 곳도 많고, 부는 가진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700억을 들여서 결혼했다고 하는데, 사람들 박탈감 패배감은 심해진다. 그래서 더 영웅을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작품 안에서 시원하게 뭔가를 뚫어주길 기대한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면서 더 답답해하고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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