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정 괴롭힘 신 걱정했는데…실제 성격도 쿨하고 털털”
“‘슬의생’ 보다 못하다? 호불호? 우당탕탕~ 루키 매력 만족”

친숙한듯 새롭고 알고보면 진짜 나쁜, 빌런 중에 빌런이다.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하 ‘언슬전’) 속 산부인과 펠로우 명은원(김혜인)을 두고 하는 말. 전작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하 ‘슬의생’)에선 순한 맛 여우였다면, 이번엔 진화된 마라맛 빌런으로 연신 시청자의 뒷목을 잡게 한다.
후배들에게 일을 떠넘기는 건 기본, 교묘한 거짓말은 특기다. 여주 오이영(고윤정)을 괴롭히는 것으로도 모자라, 남주 구도원(정준원)과 함께 쓴 논문을 가로채기까지 한다. 매회 선을 넘어도 한 참 넘는 중인데 시청률은 고공행진 중이니, 단연 ‘언슬전’ 초반부를 흥미롭게 이끈 일등공신이다.
“삼중인격 살리려 더 뻔뻔하게 연기했어요.” 배우 김혜인(32)은 그런 명은원을 실감나고도 맛깔스럽게 표현해냈다. 그의 분노 유발 빌런 연기 덕분에 해맑은 전공의들의 매력은 더 산다. 시청자의 몰입도는 쭉쭉 올라가고. 그리고 이 같은 열연 뒤에는 배우의 치열한 고민과, 악플까지 각오한 들끓는 의지가 있었다.

Q. ‘슬의생’에 이어 스핀오프 ‘언슬전’까지 참여하게 됐어요. 제작진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A. ‘슬의생’이라는 정말 특별한 작품에 이어 ‘언슬전’에도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하고 설렜어요. (웃음) 출연을 결정하기 전 제작진분들과 ‘명은원을 어떻게 그려갈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눴었는데요, 슬의생 때는 ‘순한 맛 여우’였다면, 이번엔 한층 더 진화한 ‘매운 맛 빌런’으로 보여주자는 얘기를 했어요. ‘이번에는 욕을 더 많이 먹어보자!’고 목표를 세우기도 했어요. 덕분에 연기하는 내내 부담감보다 재미와 에너지가 더 컸던 것 같아요.
Q. 목표한 대로 ‘언슬전’에서 ‘불여시’ 명은원의 활약이 대단해요. 뜨거운 반응 실감하나요. 혹시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요.
A. 이렇게까지 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어요.(웃음) 그래선지 감사한 마음이 더 커요. 기억에 남는 반응이요? ‘명은원이 명은원했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명은원만 나오면 보기 싫더라’는 반응도 봤는데… 처음엔 조금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만큼 캐릭터에 몰입해 주셨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서 금세 괜찮아졌어요.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더 컸고요. 그 모든 반응 덕분에 은원이란 인물이 더 생생하게 살아난 것 같아요.
Q. 워낙 착한 캐릭터들 뿐이라 은원이가 유독 더 ‘빌런’으로 비춰지는 것도 같아요. 대본 상에서 봤을 땐 어땠나요?
A. 대본을 읽을 때도 은원 파트만 보면, 잠잠한 곳마다 혼자 가서 폭탄을 터뜨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방송으로 보니까 다른 캐릭터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착하고 순수해서, 은원의 행동이 더 두드러져 보이더라고요. 또 감독님께서 은원 전용 등장 음악을 따로 붙여주시고, 편집도 정말 맛깔나게 살려주셔서 은원의 밉상 매력이 더 극대화된 것 같아요.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체감상 더욱 크게 분노하셨던 것 같아요.

Q. 명은원을 어떤 사람이라고 해석했나요? 캐릭터 표현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A.‘슬의생’ 때는 ‘여우는 본인이 여우인 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명은원이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믿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언슬전’ 속 은원이는 더 이상 본인조차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악행과 여우짓이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나더라고요. 종로율제로까지 옮겨가면서 교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분명해진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사 하나하나를 일부러 더 뻔뻔하고, 당당하고, 얄밉게 연기하려 신경 썼습니다.
명은원이라는 인물은 상황에 따라 얼굴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이라고 해석했어요. 후배들 앞에서는 최악의 선배이고, 교수님들 앞에서는 비굴할 정도로 아부하고, 환자들 앞에서는 또 놀라울 만큼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하죠. 그런 삼중인격 모습을 최대한 실감나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또 ‘악의 평범성’이라는 키워드에도 많이 집중했어요. 현실에서도 누구나 한 번쯤은 본 것 같은, 너무 과장되지 않은 인물로 그리려고 했거든요. 그래선지 ‘주변에 꼭 이런 사람 있다’는 댓글을 볼 때 가장 뿌듯했어요.
Q. 이번엔 유독 젊고 어린 대세 배우들과 함께 했어요. 특히 처음 괴롭힘(?) 대상이었던 고윤정 배우와의 호흡도 궁금한데요?
A.‘슬기로운 의사생활’ 때는 선배님들이 워낙 노련하셔서, 촬영장에 굉장히 단단한, 안정된 에너지가 있었어요. 덕분에 후배로서 많이 배우면서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반면 ‘언슬전’은 또래 배우들이 많다 보니까 분위기 자체가 훨씬 더 털털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던 것 같아요. 서로 편하게 장난도 치고 웃기도 하면서, 긴장 풀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게 큰 차이였어요.
명은원이 이영을 곤란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윤정 배우가 워낙 쿨하고 편하게 받아줘서 저도 덕분에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게 참 감사했어요.

Q. 마녀로 불리지만 전혀 마녀가 아닌, 이봉련 배우와의 장면도 크게 화제가 됐어요. 이봉련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A. 봉련 선배님은 정말 따뜻하고 유쾌한 분이세요. 2부 명은원 사이다 씬이 제 첫 촬영 날이었는데, 선배님과도 처음 호흡을 맞추는 날이라서 사실 굉장히 긴장했어요. 그런데 선배님께서 워낙 현장을 편하게 만들어주셔서,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께 연기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저한테는 정말 큰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현장에서도 늘 따뜻하게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명은원 사이다 신이 방송된 이후로 정말 많은 반응이 있었는데, 댓글들도 다 찾아봤어요. 다들 시원하게 욕(?)해주셔서 오히려 뿌듯했어요. (웃음) 은원이 그렇게 욕을 먹어야 성공한 캐릭터니까요.
Q.명은원과 실제 모습과의 싱크로율은요?(미안해요 ㅎㅎ)
A. 음... 한 10% 정도요? (웃음) 말투나 차분한 부분은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은원이 하는 행동을 보면 현실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안에 싱크로율이 0%였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명은원 같은 선배가 실제로 있다면 저라도 바로 이직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웃음)
평소 저는 오히려 사람들과 함께 분담하고, 같이 성장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대본을 읽다 보면 저도 은원이가 자꾸 미워져서, 정 붙이는 게 쉽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실생활에서 은원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분들이 있다면, 대신 제가 사과드리고 싶어요.
Q. 실제로 만나본 여우 혹은 빌런 동료가 있었나요?
A. 있었죠. 분명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있었어요. 다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분들 나름의 이유와 상황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경험들이 오히려 명은원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Q. 전작이 워낙 좋은 반응을 얻어서인지 ‘언슬전’ 공개 후 호불호가 나뉘었어요. 개인적인 만족도, 작품에 대한 감상평은요?
A. 저는 ‘언슬전’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전작과는 또 다른 이야기고, 슬의생이 이미 완성형 어벤저스였다면, ‘언슬전’은 우당탕탕 부딪히며 성장하는 풋풋한 루키들의 이야기 같아서 마음이 많이 갔고, 캐릭터들이 성장함으로써 저도 많이 위로받았어요.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럽고, 배운 게 정말 많은 현장이에요.
Q. 명은원이 소개하는 앞으로 펼쳐질 ‘언슬전’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요?
A. 은원이 같이 나쁜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황들이 닥침에도 불구하고, 다들 꿋꿋하게 성장해 나아가는 각각의 응애즈들의 성장기가 관전 포인트일 것 같아요.
Q. 김혜인이 명은원에게 하고 싶은 말
A. ‘슬의생‘ 마지막 인터뷰 때도 여우짓 그만하고 민하 쌤 많이 도와드리라 했는데 더 나빠져서 … 조심스럽긴하지만 (웃음) ‘은원아! 너만 모르지 모두가 너의 악행을 알고 있으니 그만 멈춰!! 착하게 살자 구도원 선생님처럼’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Q. 앞으로 활동 계획도 궁금해요.
A.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인사드리고 싶어요. 아직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매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색깔을 담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tvN 토일드라마 ‘언슬전’은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2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