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도라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에 충격…외롭고 힘들었겠다”
배우 김도연이 정주리 감독의 오랜 숙원작 ‘도라’로 부산을 찾았다. 자신이 연기한 인물을 이해해간 과정을 떠올리다 눈물을 보였고,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와의 파격적인 연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도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주리 감독과 배우 김도연, 송새벽이 참석했다.
‘도라’는 서울을 떠나 한여름 바닷가 별장으로 향한 한 가족이 머무는 동안 알 수 없는 병을 앓던 도라(김도연)가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프로이트의 ‘히스테리 환자 도라’ 사례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정주리 감독에게 ‘도라’는 세 번째 장편이지만, 출발은 데뷔작 ‘도희야’보다도 앞선다.
정 감독은 “스무 살 무렵 프로이트의 도라 이야기를 읽고 큰 흥미를 느꼈다”며 “나중에 영화를 만든다면 이 이야기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장편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을 때도 떠올렸지만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도희야’를 먼저 만들었고 이후 다시 ‘도라’에 도전했지만 또 한 번 벽에 부딪혔다. 정 감독은 “초고를 완성해 제작까지 타진했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참 추진하다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그 사이 ‘다음 소희’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오래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정 감독은 “‘다음 소희’를 만들게 된 뒤 다시 처음의 시작점으로 돌아와 ‘도라’를 만들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타이틀롤을 맡은 김도연에게도 ‘도라’를 이해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캐릭터를 바라보던 자신의 시선부터 바꿔야 했다고 고백했다.
김도연은 “가장 중요했고 어려웠지만 꼭 필요했던 건 제 사고를 바꾸는 작업이었다”며 첫 오디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발췌된 대본을 읽고 감독님께 ‘도라는 지금 거짓말을 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고 말하다 갑작스레 눈물을 쏟았다.
잠시 감정을 추스른 김도연은 “감독님이 ‘도라는 계속 진실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하셨다. 그 순간 충격을 받았다”며 “도라가 정말 외롭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라의 입장에서 대사를 하는 나조차 도라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도라는 어떨까 싶었다”며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과 도라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사이에서 제 생각을 바꿔가는 과정이 가장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극 중 도라는 아버지 친구의 아내 나미(안도 사쿠라)에게 사랑을 느낀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김도연과 안도 사쿠라는 노출을 동반한 베드신도 소화했다.
김도연은 이에 대해 “처음에는 전혀 부담감이 없었다”며 “그런 장면을 찍는 게 처음이었지만 고민하지 않았다. 대신 감독님과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왜 이 장면이 필요한지 대본을 더 깊이 이해하려 했다”고 말했다.
단순한 파격이 아닌 두 인물의 상처와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었다는 설명이다.
김도연은 “나미와 도라에게 각자의 아픈 상처가 있는데, 그것을 처음으로 서로에게 온전히 보여주고 보게 된다”며 “두 사람이 연결되고 서로 나누는 것이 이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안도 사쿠라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안도 사쿠라가 많이 이해해줬고 제 상태를 계속 체크해줬다. 많이 의지하면서 촬영했다”며 “현장 스태프들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오랜 시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정주리 감독의 첫 출발점은 ‘도희야’와 ‘다음 소희’를 거쳐 마침내 ‘도라’가 됐다. 그 중심에서 김도연은 자신조차 의심했던 인물의 진실을 이해하는 과정을 지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도라’는 앞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처음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내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