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갑 조우진·스윗가이 박지환·유쾌한 엣지남 정경호”
“차기작은 뮤지컬…AI 대체불가인 무대, 내겐 최고의 도파민”

“숙제까진 아니지만 ‘해롱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었죠. 감사하면서도 스스로 분발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하는? ‘보스’ 속 ‘마약 연기’에선 그래서 의식했고 고민도 많았어요. 결국엔 감독님의 말을 믿었고, 결과적으론 충분히 납득이 됐어요.”
올해 추석 연휴 극장가의 흥행 승자였던 ‘보스’(감독 라희찬)의 마지막 언론 인터뷰 주인공은 히든 카드, 이규형(42)이었다.
20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통상 영화 개봉 전 인터뷰를 갖는 것과 달리 이미 흥행 순항 끝에 마무리 투수로 나선 터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긴 연휴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관람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수줍게 운을 뗀 그는 “무대인사를 도는 내내 극장가에 꽉 차 있는 관객들을 보면서, 또 관객 분들이 많이 웃어주셔서 행복하고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화계까 계속 어려운데 다행히 손익분기점(170만)도 넘고 200만 고지도 밟고 계속 순항 중이라 굉장히 감사하고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며 “사실 워낙 관객들의 성향, 극장 상황, 여러 변수를 전혀 예측할 수 없어서 걱정이 컸는데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우리끼리는 정말 재밌게 찍었지만 관객분들의 기대치나 바라시는 바가 다를 수 있으니 걱정이 됐죠. 우리가 의도한 바가 관객에게 먹혔을 땐 정말이지 희열이 느껴졌어요. 더할 나위 없이 감동이었고 기뻤습니다.(웃음)”

‘보스’는 화려한 조폭 생활을 뒤로 하고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보스’ 후보자들의 골 때리는 소란극. 조우진이 조직의 2인자이지만 전국구 맛집의 셰프가 되고 싶은 중식당 ‘미미루’의 주방장 순태를, 정경호는 적통 후계자이지만 최고의 탱고 댄서를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 강표로, 박지환은 넘버3로 유일하게 보스 자리를 원하는 판호로 각각 분했다.
여기에 이규형은 언더커버 경찰로서 미미루의 배달부로 잠입한 태규로 분해 초강력 하이‘킥’을 날리며 앙상블을 이룬다. 그야말로 후반부를 책임지는 반전의 폭소 열차다.
극 중 가장 높은 수위(?)의 코믹신을 소화한 그는 “사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난감했다. 굉장히 부담스러웠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어 “잘못하면 정말 오글거리고 민망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워낙 함께 하는 배우들이 베테랑들이라 탁월한 애드리브와 생생한 리액션 덕분에 기대 이상의 앙상블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면서 “처음엔 다소 과한 설정도 준비했고, 여러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엔 현장에서 형님들을 믿고 원초적으로 가기로 했다. 미친척 그냥 했다. 그게 결과적으로 잘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조)우진이 형은 정말 리더십이 뛰어난 섬세하고도 지치지 않는 무한 긍정의 에너자이저에요. (박)지환이 형은 (보기완 달리) 스윗가이고요. (정)경호는 유쾌하고도 뭐든 잘 하는 매력덩어리잖아요.”

자신의 대표 캐릭터인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약쟁이 ‘해롱이’가 연상되는 혼신의 마약 연기와 말투도 선보인다.
그는 이와 관련해 “배우 개인적으론 이전 캐릭터의 색깔이 겹치는 부분에 부담감도 있고, 완전히 다르게 벗어나고픈 욕구도 물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진지하게 하려고도 했었다”면서 “감독님은 오히려 ‘해롱이’의 색깔을 일부 가져오길 바라신 것 같다. 상황도 맞아 떨어지고, 웃음 코드도 더 극대화 시킬 수 있으니까. 그 중간으로 타협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제까진 아니지만 ‘해롱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었죠.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캐릭터지만, 배우로선 더 분발해야겠단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드는? ‘보스’ 속 ‘마약 연기’ 신에선 그래서 더 의식했고, 고민도 많았어요. 결국엔 감독님의 말을 믿었고, 결과적으론 충분히 납득이 됐어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평소에 무표정일 땐 좀 차갑고 무섭다는, 진지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라 코미디를 했을 때 유독 좋아해주시는 것도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관객들의 예상을 깬 또 한 명의 ‘반전 캐릭터’ 정경호도 이규형과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 출연 한 바 있다.
이규형은 “안 드러나서 그렇지 사실 되게 웃긴 친구”며 “경호와 동갑내기 친구인데다 인연이 깊은데 원채 유쾌하고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친구라 대본을 보고 굉장히 기대됐었다. 역시나 잘 하더라”라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그러면서 “자기 가진 모든 무기를 총동원해 재미와 엣지, 개성까지 다 잡은 것 같다. 덕분에 전체적인 화합이, 앙상블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 또한 코믹 연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면모로 맹활약한다.
그는 조직에 몸담은 지 10년, 어느새 조직에 동기화되고 식구파 식구들에게 정까지 들어버린 ‘태규’의 순수함은 기본 경찰로 잠입 수사를 펼칠 땐 예리한 눈빛과 무게감 있는 어조로 프로의 면모도 표현했다. 조직 내 누구도 자신의 실체를 알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되레 남은 조직원들을 걱정하는 모습에는 정스러운 면모를 녹여 귀여움까지 뽐내는 등 그야말로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개인적으론 한 작품이 끝나면 그 다음 작품은 다른 장르, 이전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모든 배우들이 그렇듯이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도전하고 싶어요.”
실제로 이규형은 ‘보스’에 이어 12월에는 창착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와 10주년 기념 뮤지컬 ‘팬레터’로 무대를 옮겨 활동을 이어간다.
“무대를 준비할 때 그것만의 창작 과정도 정말 사랑해요. 한국의 창작 뮤지컬이 해외에서 큰 사랑을 받고, 활약하는 걸 보면서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가슴 벅찬 일이죠. 실감이 안 날 정도로요. 어떻게든 매체 연기를 하면서도 꼭 놓고 싶지 않은, 제 고향이자 베이스가 바로 무대에요. 카메라 앞에서와는 너무 다른 카타르시스와 매력, 도파민이 있으니까요. 무섭게 AI가 치고 들어오는 이 업계에서 대체 불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자긍심을 느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