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기돌’은 불편한 꼬리표였다. 그래서 더 치열했다. 특혜라는 시선, 내부의 텃세, 외부의 발연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그 시간을 버틴 이들은 결국 증명해냈다. 족쇄가 아니라 날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배우가 된 박지훈, 일일극부터 시작해 탄탄히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주연 배우로 자리 잡은 소녀시대 윤아, 엄정화의 뒤를 잇는 ‘퀸’으로 불리는 아이유까지. 빛나는 재능과 피나는 노력이 쌓인 결과였다.
그런데 지금, 이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이름이 있다. 바로 블랙핑크 지수다.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째, 지수는 그동안 세 편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았고, 두 편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경력만 보면 이미 신인 단계를 넘어섰다.
문제는 연기력 논란이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논란이 없었던 유일한 작품은 대사가 거의 없었던 특별 출연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정도다. 데뷔작 JTBC ‘설강화’ 때부터 지적된 발성, 부정확한 발음, 어색한 표정과 동선 문제는 이후 작품에서도 반복됐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월간남친’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코맹맹이 발성, 부정확한 대사 전달, 기본적인 동작까지 어색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더 난감한 건 작품 구조다. ‘월간남친’은 지수가 연기한 주인공 서미래를 중심으로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사실상 배우 한 명의 역량이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구조다. 하지만 화면의 중심에 선 지수의 연기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혹평이 쏟아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인국, 서강준, 이수혁, 옹성우, 이재욱, 김영대, 이상이 등 화려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중심축의 힘이 약하니 균형이 흔들린다. 아니, 오히려 그 부족함만 더 도드라진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이것이 단지 한 개인의 망신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그의 출연 소식만으로도 기대감보다 거부감이 앞선다. 정상의 걸그룹 멤버라는 점이 오히려 특혜처럼, 보이지 않는 갑질처럼, 뻔한 꼼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명세,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한마디로 돈이 된다. 블랙핑크라는 글로벌 브랜드 덕분에 해외 투자와 판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카드다. 탄탄한 글로벌 팬덤은 혹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다.
하지만 시청자에게 중요한 건 결국 화면 속 연기다.
팬덤이 캐스팅을 만들 수는 있어도, 연기는 결국 작품이 증명한다. 지수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스마트한 선택은 아니다. 오랜 세월 정성으로 쌓아 올린 탑이 견고하듯, 오랜 시간 허투루 쌓은 부실 공사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기돌 선배들이 힘겹게 벗겨낸 꼬리표를, 다시 붙이고 있는 그의 행보가 답답할 따름이다.
한편 넷플릭스 시리즈 ‘월간남친’은 플릭스패트롤 기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글로벌 7위, 이틀 만에 5위까지 상승했다. 다만 최근 K콘텐츠의 위상을 감안하면 사실 특별히 놀랄 만한 기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