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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또 다른 시작”...‘어쩔수가없다’ 영화의 바다에 빠질 시간[BIFF]

양소영
입력 : 
2025-09-17 21:15:02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실비아 창, 정지영, 자파르 파나히 수상
개막작 박찬욱 이병헌의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사진|강영국 기자
이병헌. 사진|강영국 기자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 없다’와 함께 영화의 바다에 빠질 시간이다. 부산영화제가 돛을 올리고 힘찬 항해를 시작했다.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 앞서 손예진, 염혜란, 박희순, 이성민, 김유정, 김영대, 장미희, 배종옥, 연우진, 김유정, 김성철, 이유미, 신예은, 로운, 전소니, 예수정, 김민하, 방민아, 전종서, 한소희, 고경표, 유지태, 홍경, 심은경, 하정우, 김동욱, 조우진, 이수혁, 이규형, 한효주, 정준하, 공민정, 정우, 정수정, 황우슬혜, 저스틴 H 민, 밀라 요보비치, 양가위 등 국내외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박찬욱 감독, 마이클만 감독, 매기 강 감독, 나홍진, 정지영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등도 함께했다. 그룹 블랙핑크 리사가 게스트로 등장해 레드카펫을 빛냈다.

개막식 사회를 단독으로 맡게 된 이병헌은 “30년 전 부산에서 시작된 그 작은 꿈이 이제 거대한 축제로 거듭나 아시아의 대표가 됐다”며 “저 또한 1995년 첫 영화를 찍고 올해 30년 차 영화 배우가 됐다. 나와 부산영화제는 함께 성장해왔다. 그 긴 여정 안에서도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맨 처음 이곳에 왔었을 때만 해도 나도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스크린에 얼굴이 나올 수 있을까 상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서있다. 시간은 우리를 많이 바꿔 놓지만, 영화 만큼은 변함 없는 설렘을, 늘 새로운 시작을 가져다 준다. 또 다른 시작을 이제 해보려고 한다”며 힘찬 시작을 알렸다.

리사. 사진|강영국 기자
리사. 사진|강영국 기자

까멜리아상은 대만 배우 겸 감독 실비아 창이 받았다. 그는 “정말 고마운 상을 받게 돼 너무 감사하다. 큰 영광이다”며 “1972년 배우로 첫 작품을 했는데, 그때부터 영화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왔다. 중간에 결혼도 하고 엄마도 됐지만, 영화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각본도 쓰고 감독도 하고 프로듀서도 하면서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들었다. 힘들었냐고? 당연하다. 근데 그런 어려움들이 오히려 더 큰 힘이 됐다. 그런 의미로 까멜리아 꽃이 저에게는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는 상징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 작품을 영화제의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를 보여드리는 거다. 정말 행복하다. 다시 한번 고맙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를 널리 소개하는 데 이바지한 인물에 수여하는 공로상은 50년 간 영화를 만든 정지영 감독이 수상했다.

정지영 감독은 “조 감독부터 하면 영화한 지 50년 됐다”며 “카메라 앞에는 열심히 연기한 연기자가 있었고, 카메라 뒤에는 저와 밤을 지새운 스태프들도 있다. 또 영화를 지켜봐준 관객들이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반세기 순탄치 않았다. 때로는 거친 파도와 싸웠고 열심히 노를 저었다. 그 거친 강을 건너온 건 저 혼자가 아니라 선배 동료 후배가 있다. 이 상은 그들을 대신해 받는 것”이라며 “지금 잠시 한국 영화가 위기에 처해있지만, 한국영화인들은 힘차고 바람직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 부산영화제를 즐기러 온 관객, 해외 게스트 여러분 어딘가 보석 같은 한국영화가 있으니까 찾아서 즐겨달라”고 소감을 전했다.

실비아 창, 정지영, 자파르 파나히. 사진|부산영화제 영상캡처
실비아 창, 정지영, 자파르 파나히. 사진|부산영화제 영상캡처

아시아 영화산업과 문화 발전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인물에 수여하는 아시아 영화인상은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에게 돌아갔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 상을 준 부산영화제에 감사하다. 첫 번째 영화제에 함께했고 30주년을 기념하는 부산영화제에 함께해서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첫번째 영화를 가지고 부산에 왔을 때 다시 집으로 돌아가 아시아 최고 영화제를 만들어 돌아오리라 다짐했다. 그 이후 17년간 감옥에 갇혀서 못 돌아왔다. 그 당시 제 나라를 떠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 한국은 자유, 영화의 자유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싸워왔다. 이건 끝이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도전하고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 상은 그 싸움의 전선에 있는 모든 독립영화에 바친다”고 의미 있는 소감을 전했다.

이성민, 염혜란, 박희순, 손예진, 박찬욱. 사진|강영국 기자
이성민, 염혜란, 박희순, 손예진, 박찬욱. 사진|강영국 기자

그런가 하면 이번 부산영화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포문을 열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염혜란 박희순 등이 호흡을 맞췄다.

박찬욱 감독은 “처음 부산영화제 생길 때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30년이 흐르고 큰 영화제가 됐다. 제 영화가 30년이 된 해에 개막작으로 선정된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개막작 선정 소감을 밝혔다.

손예진은 “정말 오랜만에 부산영화제에 오게 됐다. 30주년인데다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이 오늘을 절대 잊을 수 없다. 비가 오지 않는 것도 행운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상영하는데, 베니스보다 더 설레고 떨린다. 재미있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박희순은 “예고편에 01%나왔지만, 저희 영화는 블랙코미디다. 가장 극적인 순간에 가장 강력한 코미디가 나오낟.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 어쩔수가없다. 그게 블랙코미디의 묘미니까. 일단 웃는 걸 추천한다. 일단 웃고 즐기고 집으로 돌아갈 때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를 들으며 다시 생각해달라. 짙은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87편, 동네방네비프 32편을 포함해 총 64개국, 328편의 영화로 관객들과 만난다. 26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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