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현실 답답하고 분노...과거 발언 정치적 이용당해”
배우 공유(45)가 멜로 스릴러 ‘트렁크’로 돌아왔다. 한껏 절제된 암울한 남주로 분해 쉽지 않은 성장기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다만 비현실적 설정, 극단적 인물·전개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연출 김규태)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 노인지(서현지 분)와 한정원(공유 분)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괜찮아 사랑이야’를 연출한 김규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기간제 결혼’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미스터리하게 풀어냈다. 인물의 관계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촬영 기간 내내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공유는 “연기하면서 당연히 절제해야 했다. 겉으로 표출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정원의 정서에 머물러 있으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도 감정이 너무 앞서가는 걸 지양한다. 연기 톤도 평소 절제돼 있는데 이번 작품은 더욱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저라는 배우를 최대한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절제를 많이 하는 성격이에요. ‘뺄셈부터 생각한다’는 극 중 대사에 실제로 깊이 공감했죠. 저 또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대비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이번 캐릭터가 여러 면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맞닿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출연하게 됐어요.”
하지만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다. “대본을 처음 보고 단시간에 하겠다고 결정했다”는 그는 “이미 그 결정엔 호불호를 명확하게 각오하고 있었다.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면들에 대해 충분히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하고 싶은 메시지에 더 크게 마음이 동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대역을 맡은 서현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꼭 함께 연기하고 싶었던 배우”라며 “개인적으로 팬이었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연기하는 걸 지켜보니까 굉장히 정확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배우라고 촬영 내내 느꼈다. 그걸로 인한 도움도 많이 받았다”면서 “지독한 면이 있는 배우이자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렇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현진 씨가 살이 안 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날카롭고 똑똑하고 섬세한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극찬했다.
서현진의 연기에 감탄했던 기억도 떠올렸다. 그는 “현진 씨랑 절규했던 신이 있다. 뒤에 그 신을 어떻게 찍었을지 궁금했는데 현장에서 모니터로 보고 싶어서 보여달라고 했다. 후반작업, 편집이나 여러 것들로 축약된 이미지만 보셨을 텐데 그 테이크 자체가 길었다. 정말 지독하게 한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정말 힘들었을 거다. 그런 연기는 굉장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연기지만 본인 스스로한테도 데미지가 있을 연기라고 생각한다. 그 여운이 본인한테도 오래 갔을텐데 감정적인 연기를 해낼 때 현진 씨의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난다. 현진 씨한테도 그 얘기를 직접 한 적이 있다”고 재차 깊은 신뢰를 보였다.
“과거 발언 무한 ‘끌올’ 불편...이용당한다고 생각”
공유와 인터뷰하기 전날인 4일 ‘트렁크’ 서현진의 인터뷰가 취소됐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에 따른 혼란에 이날 연예계 행사가 상당수 취소된 것.
공유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답답하고 분노했다. 한 국민으로서 모든 분들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며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오전 스케줄이 있었는데 새벽에 일이 터지고 아무것도 못했다. 해제될 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새웠고 불안감에 휩싸인 채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핸드폰이 정말 난리가 났다. 듣고도 어안이 벙벙해 TV를 켜고 생중계로 봤는데 영화로만 봤던,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된 상황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보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모든 국민분들과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한한 공포감이 휩싸였고 가슴을 졸였다. 조마조마했다. 사실 지금도 미래가 전혀 예측이 안 된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해당 이슈 관련 20년 전 인터뷰 발언이 재차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 “유명인으로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도 했다.
지난 2005년, 공유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남자 세 명은?’이라는 질문에 ‘나의 아버지, 마이클 조던, 그리고 박정희’라고 답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이 다시금 주목 받으면서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10·26사건을 계기로 마지막 선포된 뒤 45년 만이라 충격을 안긴 것.
공유는 이 같은 상황에 “20년 전, 연예계 생활이 익숙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도 여물지 않았던 시절, 한 패션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적은 한 줄이 이렇게 계속 수면 위로 떠올라 오해가 오해를 낳을지 몰랐다. 결과적으론 실수이자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슈나 어떤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유명인으로서 정치적으로 이용당한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의도와 다른, 의사를 밝힌 적도 없는데 유튜브 등 (정치) 채널에서 이용하고 있지 않나. 물론 불편하지만 (그 의도에 전혀)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게의치 않고 대응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일들이 벌어질 때면, 또 반복될 때면 한 인간으로서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면서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었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워딩이라고 인정한다. 이렇게 확대 해석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재차 토로했다.
더불어 “확실한 건 나는 그렇게 (부도덕하게) 살지 않았고, 그런 사람도 아니다. 부족했던 시절 더 부족했던 워딩의 파장이 정말 크다. 확실한 건 나 또한 여러분과 같은 사람이다. 이틀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모든 분들과 다 같은 마음으로 답답하고 분노하는”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