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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의 거짓말’ 유인식 감독 “김유정은 터지기 직전 샴페인, 박진영은 맑은 눈빛의 청춘”

진향희
입력 : 
2026-10-29 11:10:12
‘100일의 거짓말’ 유인식 감독. 사진 ㅣtvN
‘100일의 거짓말’ 유인식 감독. 사진 ㅣtvN

‘낭만닥터 김사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만든 유인식 감독이 다시 한번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tvN 20주년 특별기획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이 탄탄한 이야기와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호연으로 호평받고 있다. 첩보와 로맨스를 결합한 신선한 설정에 일제강점기 경성의 풍경, 독립을 향한 뜨거운 마음까지 녹여내며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유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작품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3년 전 기획안과 대본을 접한 그는 시대극 속 사랑 이야기와 첩보 장르가 어우러진 설정에 끌렸다고 했다. 무엇보다 장르의 익숙한 공식에 머물지 않고 매 순간 치열한 선택을 하는 인물들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첫 장면인 경성역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기차와 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인 동시에 침략과 식민 지배의 수단이기도 했다. 다양한 언어가 뒤섞이고 낯선 이들이 오가는 경성역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소매치기로 등장하는 주인공 ‘이가경’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 역시 작품의 출발점이 됐다.

‘100일의 거짓말’은 밀정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긴장감과 적의 마음을 얻으려다 사랑에 빠지는 역설적인 관계가 핵심이다. 달콤한 로맨스와 숨 가쁜 첩보 액션을 오가며 장르적 재미를 살렸다. 일어와 영어, 중국어가 뒤섞인 경성에서 통역생이라는 신분으로 활동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차별화된 볼거리다. 통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긴장감이 첩보전의 또 다른 장치로 활용된다.

배우들을 향한 유 감독의 신뢰도 각별했다. 먼저 김유정이 연기하는 ‘이가경’에 대해서는 캐릭터의 생기와 에너지를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가난과 멸시 속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인물의 강인함이 김유정의 연기와 만나 더욱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박진영이 맡은 ‘사토 히데오’(김태웅)는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흔들리는 청년이다. 일본인으로 살아가려 애쓰지만 내면에는 조선인으로서의 자의식과 양심이 자리하고 있다. 유 감독은 박진영의 맑은 눈빛과 꾸밈없는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인물이 상처받고 흔들리는 순간마다 배우의 눈빛에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다는 설명이다.

김현주가 연기하는 ‘유소란’은 복수심을 품고 살아온 인물이지만, 구국단의 리더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믿음과 힘을 주는 존재다. 유 감독은 김현주의 깊고 따뜻한 내면이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배우의 진중함이 유소란이라는 인물의 무게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이무생에 대해서는 독보적인 분위기와 섬세한 연기력을 꼽았다. 어떤 장면에서도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은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예상 밖의 해석으로 긴장감을 더한다는 것. 진선규는 극 중 냉혹한 악역 사토 신이치와 달리 실제 촬영장에서는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전했다. 유 감독은 선한 인상의 배우가 화면 안에서는 욕망과 악의에 사로잡힌 인물로 완벽하게 변신한 점을 높이 샀다.

최근 방송에서 등장한 조선총독부의 기송관 시스템도 흥미로운 장치다. 기송관은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문서나 물건을 관을 통해 보내는 설비다. 유 감독은 “총독부에 기송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설정은 실제 역사와 다른 상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일본이 서구의 근대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식민 지배의 힘으로 과시하려 했다는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통역이 필요한 상황과 첩보전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소재로 활용될 예정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독립운동가들을 향한 질문도 놓여 있다. 유 감독은 “짧은 생을 조국에 바친 이들이 어떻게 자신과 가족의 삶을 뒤로하고 독립운동에 뛰어들 수 있었는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나라를 잃은 책임도, 목숨을 걸어야 할 의무도 없었던 젊은이들이 공동체를 위해 희생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작품을 통해 묻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드라마가 그 질문에 정답을 제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주인공들이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도 양심과 사랑 앞에서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인물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청자들이 이들의 뜨거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훗날 작품을 떠올릴 때마다 그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인식 감독은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원더풀스’ 등을 연출했다. ‘100일의 거짓말’은 중반부에 접어들며 인물들의 관계와 첩보전이 본격적으로 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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