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 욕을 연습하는데 제 자신이 웃기더라고요. 재미있게도 현타가 왔죠.”
2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는 티빙·tvN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주연 배우 서현우가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13일 종영한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위아래로 치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팀장 공은태(이준혁 분)가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사직서 대신 당첨금 13억 원을 품고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K-직장인 오피스 드라마다. 서인하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서현우는 작품의 성공에 대해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는데 그게 결과와 정비례한 것 같아 기쁘다”며 “저는 제 작품을 빠짐없이 챙겨보지만 보통은 연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니터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명의 시청자로서 객관적으로 재미있게 봤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티빙에서 매주 선공개되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tvN에서 방송된 최종회 역시 전국 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6.2%로 자체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서현우는 “티빙에서 매주 선공개되는데도 TV 시청률이 잘 나와서 신기했다”며 “배우들끼리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함께 기뻐했다. 모두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서현우는 극 중 홍성 인터내셔널 영업 5팀 대리 양준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양준호는 뛰어난 실무 능력을 갖췄지만 상사인 공은태와 갈등을 빚으며 조직 내에서 불만을 키워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공은태와 진솔한 대화를 나눈 뒤 관계를 회복하고, 점차 팀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 직장생활 경험이 없는 그는 양준호를 이해하기 위해 주변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어느덧 부장급 이상의 직책을 맡은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직장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던 것.
그는 “친구들에게 상사에게 대들기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일은 없다고 하더라. 다들 참고 살아왔던 것 같다”며 “오히려 양준호처럼 대들면 속이 시원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직장인들의 워너비 같은 장면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생활을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결국 갈등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냐. 그런 부분에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초반 양준호는 공은태에게 거침없이 반발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빌런’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서현우는 그를 단순히 개념 없는 부하 직원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서현우는 “양준호는 일머리만큼은 굉장히 뛰어난 인물이다. 영업 실무에도 능하고 전략적이다. 그런데 그만큼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혼자 삐진 것 같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과 조직 분위기가 맞아떨어졌다면 훨씬 능력을 발휘했을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공 팀장과 갈등을 풀고 진솔하게 대화하면서 방향을 찾은 것 같다. 양준호는 기분파이기도 하지만 인정해 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서로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공은태에게 쌓인 불만을 욕설과 함께 쏟아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현우는 “대본에 욕이 굉장히 많아서 감독님께 여러 번 여쭤봤다. TV에서는 묵음 처리가 될 것 같다고 했더니 감독님도 예상하고 계셨다. ‘역대급으로 묵음 처리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시원하게 쏟아내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그는 “집에서 혼자 욕을 소리 내어 연습하는데 제 자신이 웃기더라. 재미있는 현타가 왔다”며 “평소에는 직접 욕을 할 대상도 없고, 그렇게 화를 낼 상황도 없다. 그래서 더 쏟아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 반응도 뜨거웠다. 서현우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소화제가 하나 생긴 것 같다고 하더라. 막힌 게 내려가는 것처럼 시원했다고 했다”며 “부모님은 평소 방송을 보고 바로 연락하시는데, 그 장면이 나간 뒤에는 며칠 후에 연락하셨다. 제가 욕을 그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며 놀라셨다”고 전했다.
실제 성격은 양준호와 정반대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웬만하면 부드럽게 넘어가려고 한다. 화를 내면 몸이 힘들다”며 “중고등학교 때는 다혈질이었다. 반장을 자주 했는데 자율학습 시간에 분위기를 잡으려고 화를 내기도 했다. 모범생 코스프레를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양준호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공은태와의 관계 변화였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승진 공고를 확인하는 장면은 서현우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대본을 보고 정말 좋았다. 공 팀장이 승진 결과를 확인한 뒤 자신의 결과보다 먼저 양준호를 축하해 주는 장면이었다”며 “두 사람이 이제 하나의 팀이 됐다는 걸 보여주는 연출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에는 양준호가 기뻐서 눈물을 보인다고 돼 있었다. 마침 책상에 휴지가 있어서 애드리브로 활용했다. 연기하면서 진짜 직장인이 된 것 같은 쾌감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방송에는 그려지지 않았지만, 승진 이후 양준호는 어떤 상사가 됐을까. 서현우는 “이전에는 회사 내부의 인간관계와 팀원들을 챙기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후에는 시야를 좀 더 넓혔을 것 같다”며 “사내 정치에 빠지기보다는 조직 전체를 바라보는 리더로 성장하려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영업 실무에 능한 양준호를 표현하기 위해 세세한 준비도 기울였다. 극 중 영업 장면에 부를 곡으로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를 직접 선곡하고, 회식 장면을 위해 소맥을 만드는 방법까지 익혔다.
서현우는 “양준호가 왜 공 팀장에게 그렇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지 보여주려면 영업 능력만큼은 확실히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람을 대하는 기술만큼은 뛰어난 인물로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품 속 양준호의 변화는 서현우에게도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그는 “극 중 양준호가 왜 승진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 있다. 팀원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관리자로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며 “그 장면을 보면서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배우도 자기 연기와 장면만 준비하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현장에는 연출, 촬영, 조명 등 많은 사람의 생각과 목표가 모여 있다”며 “작품 전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 거기에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바라고 있는 시즌2에 대한 기대도 가지고 있었다. 서현우는 “우리 작품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좋았다. 절대적인 선인도 악인도 없고, 누구나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시즌2가 나온다면 그런 기조가 유지됐으면 좋겠다. 인물들의 속사정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