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여 곳 관심에 MBC 운영 참여 논의…현실로 다가온 제8구단
정 대신 실력 택한 ‘경력직 감독’…더 냉정해진 김연경의 승부수
‘신인감독 김연경2’가 여자 프로배구 제8구단 창단이 되지 않으면 시즌도 이어가지 않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돌아왔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2’에서는 제8구단 창단을 향한 제작진의 구상과 함께 원더독스 2기 선수단을 꾸리는 김연경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해 방송된 시즌1은 프로 무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김연경 감독의 지휘 아래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실제로 이나연, 표승주, 구솔, 인쿠시 등 14명의 선수 중 4명이 프로팀에 합류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연경은 당시를 돌아보며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하지 않았나. 이렇게 했는데 안 될 수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제작진을 향해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 되면 본인의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정도였다”고 농담하면서도 “모두가 진심이었다”고 강조했다.
그 진심은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돌아왔다. 시즌1 종영 이후 실제 기업들이 원더독스의 프로구단 창단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앞서 시즌1 마지막 회에서 권락희 PD는 “8구단 관련해서…”라는 말을 남기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번 방송에서는 당시 공개하지 못했던 뒷이야기가 소개됐다.
권 PD는 방송이 끝난 뒤 한 브랜드 관계자가 배구단 창단에 관심을 보이며 제작진과 연락할 방법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국내 굴지의 금융기업과 핀테크 기업, 플랫폼 기업 등 10여 곳에서 관심을 보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예능프로그램 속 팀으로 출발한 원더독스가 실제 기업들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구단 창단까지 이어지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있었다. 권 PD는 “올해 초 이란 전쟁이 터졌고, AI 페퍼스 배구단 해체 이슈가 있었다. 조심스러운 면들이 많았다. 바로 창단은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그럼 우리 (부)승관이한테 (구단주가 되어달라고) 이야기해보자”고 농담했지만,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실마리는 KOVO와의 논의에서 나왔다. 제작진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출발한 팀의 실제 구단 창단이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KOVO 측은 “가능하다고 본다. 꼭 했으면 좋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기업의 부담을 줄일 방안으로 네이밍 스폰서십을 제안했다. 특정 기업이 구단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후원을 통해 구단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제작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걸 우리 방송국에서 해보면 어떨까”라며 MBC가 구단 운영을 맡고 기업이 구단주로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제작진은 이와 관련해 MBC 측과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창단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관심이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다만 구단 창단을 향한 논의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운영 방식에 대한 구상으로 발전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지난 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이 배수의 진을 친 이유도 첫 방송을 통해 한층 분명해졌다.
당시 권락희 PD는 “시즌1을 마친 직후부터 꽤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였다”며 “제8구단 창단이 가능성 없는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재우 PD 역시 여러 기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8구단 창단이라는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원더독스 자체의 경쟁력부터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력직 감독’으로 돌아온 김연경도 한층 냉정해졌다.
김연경은 시즌1에서 함께했던 선수들에게도 예외 없이 재트라이아웃을 요구했다. 지난 시즌의 활약이나 선수들과 쌓은 정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몸 상태와 경기력을 기준으로 선수단을 다시 꾸리겠다는 판단이었다.
피로골절 부상으로 재활 중이던 인쿠시는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를 딛고 재합류에 성공했다. 한송희, 백채림, 윤영인 등 기존 선수들도 원더독스 2기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시즌1에서 함께했던 이진과 구혜인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김연경은 두 선수에게 직접 탈락 소식을 전하며 격려했지만, 선발 기준만큼은 단호했다. 그는 “바로 당장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부분, 지금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며 “이 팀이 프로팀으로 창단이 되려면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김연경이 더 이상 경험 없는 ‘신인감독’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즌1에서는 프로 무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당장 승리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데 무게를 뒀다. 선수 개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팀 전체의 경쟁력을 고민하는 지도자로 한 단계 나아간 모습이었다.
김연경 역시 지난 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시즌1에서는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시스템화하고 선수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에는 제가 구상하는 배구를 선수들에게 어떻게 더 빠르게 이해시키고 시스템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임아웃 타이밍이나 선수 교체 활용 등 아직 부족한 부분을 배우면서 채워나가려고 했다”며 스스로도 성장을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원더독스의 실력이 당장 프로 구단들과 견줄 정도라는 뜻은 아니었다. 출정식 이후 진행된 프로구단 관계자 대상 모의 드래프트에서는 선수들을 향한 냉정한 평가와 지적이 이어졌다. 구단 창단이라는 목표와 현재 선수단의 경쟁력 사이에 아직 간극이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더독스는 지난 시즌 패배를 안겼던 일본 슈지츠 고교와의 첫 평가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선다.
‘신인감독 김연경’이 지난 시즌에서 선수들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면 이번에는 팀 자체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첫 방송에서는 기업들의 관심과 KOVO의 긍정적인 반응, MBC의 구단 운영 참여 구상까지 공개되면서 제8구단 창단이 마냥 허황된 목표만은 아니라는 기대를 남겼다.
구단 창단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결국 원더독스의 경쟁력이다. 한 시즌의 경험을 쌓은 ‘경력직 감독’ 김연경이 더 냉정해진 판단과 한층 성장한 지도력으로 원더독스를 어디까지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