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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도 원치 않을…넷플릭스 재팬의 눈치없는 ‘지원사격’ [연예기자24시]

한현정
입력 : 
2026-09-01 15:20:40
수정 : 
2026-09-01 15:25:29
넷플릭스 재팬이 하영을 집중조명하는 콘텐츠를 게재했다. 사진ㅣ넷플릭스 재팬 캡처
넷플릭스 재팬이 하영을 집중조명하는 콘텐츠를 게재했다. 사진ㅣ넷플릭스 재팬 캡처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대중에게도, 활동을 멈춘 배우 하영에게도. 그런데 느닷없이 눈치 없는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지원사격인지, 지능적 안티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넷플릭스 재팬 이야기다.

1일, 일본에서 나흘 전 공개된 영상이 뒤늦게 국내에서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 재팬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하영이 연기한, 자신답게 살아가는 강인하고 유연한 캐릭터들’이라는 제목의 약 4분짜리 배우 특집이다.

특정 신작 하나를 홍보하기 위한 통상적인 영상도 아니다. ‘이런 엿같은 사랑’을 비롯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월간남친’, ‘참교육’ 등 하영이 그동안 넷플릭스 작품에서 연기한 캐릭터들을 한데 모았다.

“당당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배우 하영. 자신의 인생을 자기답게 살아가는 강인함과 유연함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는 찬사도 곁들였다. 썸네일에는 서로 다른 작품 속 하영의 모습을 네 장이나 전면 배치했다.

하필 지금, 하필 일본에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에는 하영의 선택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대중적 인지도를 안긴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후속편에서 자진 하차했다. 하영 측이 먼저 제작진에 작품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고, 넷플릭스도 이날 “배우의 입장을 존중해 ‘중증외상센터’ 후속편에 하영 배우는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묘한 장면이 완성됐다. 하영은 스스로 한발 물러나기로 했는데, 불과 나흘 전 넷플릭스 재팬은 그를 한껏 전면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하영. 사진| 스타투데이 DB
하영. 사진| 스타투데이 DB

물론 영상의 기획·제작 시점은 알 수 없고, 공개 날짜만으로 넷플릭스 재팬의 의도를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의도와 별개로 타이밍은 야속할 만큼 절묘하다. 국내에서 ‘친일’이라는 민감한 역사 문제로 거센 논란을 겪고 있는 한국 배우를 일본 공식 채널이 때아닌 개인 특집으로 집중 조명했으니 말이다.

시간을 조금 되돌려보자.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8월 초 방송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이었다. 하영은 방송에서 자신의 집안을 ‘4대째 의사 가문’이라고 소개하며 증조부가 일본에서 양의학을 공부한 뒤 개원했고 고종 황제까지 진료했다는 가족사를 자랑스럽게 꺼냈다. 과거에도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의 이력을 가족사의 자부심으로 언급해왔다.

이후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의사 안상호라는 사실과 함께 그의 과거 행적이 알려졌다.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행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논란 초기 하영 측은 친일 행적 의혹을 부인했지만 추가 자료를 확인한 뒤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하영도 직접 자필 사과문을 내고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 이야기를 자랑처럼 꺼냈다”고 인정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사안을 단순한 ‘연좌제’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 하영이 친일 행적이 있는 증조부를 뒀다는 이유로 대신 죄를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조상을 선택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선조의 과오를 후손에게 떠넘기는 순간 그것은 명백한 연좌제가 된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누군가 하영의 족보를 캐내 ‘친일 인사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하면서 시작된 일이 아니다. 하영 스스로 증조부의 화려한 이력을 자신의 가족사이자 자부심으로 여러 차례 소개했고, 그 뒤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다른 얼굴이 드러났다.

일본 유학과 고종 진료라는 빛나는 이력은 ‘우리 집안의 역사’로 가져오면서 정작 그 인물이 일제강점기를 어떻게 살았는지는 알지 못했다. 대중이 물은 것은 증조부의 죄를 대신 갚으라는 게 아니라, 자랑스럽게 소비해온 가족사를 정작 얼마나 알고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따라서 하영에게 물을 책임 역시 증조부의 삶이 아니다. 자신의 무지와 경솔함,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까지다. 하영도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예정됐던 인터뷰를 취소했고, 이미 촬영에 돌입한 차기작에도 차질이 빚어졌으며, 결국 ‘중증외상센터’ 후속편에서는 스스로 물러났다. 시즌1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인 작품인 만큼 배우에게도 결코 가벼운 선택은 아닐 터다.

하영. 사진|스타투데이DB
하영. 사진|스타투데이DB

그런 하영에게 지금 넷플릭스 재팬의 ‘하영 띄우기’가 과연 도움이 될까. 그럴 리가 없다. 국내에서는 이미 “본국에서 활동하면 되겠다”, “일본에서 사랑받으니 좋겠다”는 식의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증조부와 증손녀를 동일시하는, 정작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연좌제적 공격이다.

하영을 위하는 듯한 때아닌 조명이 하영에게 가장 가혹한 공격을 다시 불러내는 아이러니가 된 셈이다. 응원이라면 참 눈치 없고, 지원사격이라면 아군을 향해 쏜 총에 가깝다.

일본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논란을 한국 사회의 ‘연좌제’ 문제로 바라보는 보도가 이어졌다. 물론 조상의 죄를 후손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시작과 과정은 쏙 빼놓은 채 ‘친일파 후손을 공격하는 한국 사회’라는 간편한 구도로 정리하는 것도 얄팍하다.

하영은 이미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고 사과했다. 한국 대중 역시 어디까지 비판하고 어디서 멈춰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다. 그 복잡한 과정에 애정 어린 척 끼어들어 하영을 자신들의 손쉬운 ‘연좌제 비판’ 소재로 소비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하영에게 그렇다.

그러니 이제 그만 하영을 놓아주길. 원래 미운 동생도 남이 건드리면 화가 나는 법이다. 우리가 하영에게 묻고 싶은 것과, 남이 하영을 앞세워 우리를 훈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하영에게 필요한 건 어설픈 일본발 지원사격이 아니라 ‘시간’이다. 도움은커녕 논란만 다시 불러내는 얄팍한 자기합리화로, 더는 그를 이용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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