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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했던 천만 축포…남은 ‘호프’는 그저 손익 사수 [연예기자24시]

한현정
입력 : 
2026-08-05 14:31:53
호불호→무리수 홍보→황정민 사생활 논란…씁쓸한 퇴장 수순
‘호프’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봉 초반 극장가를 압도했던 ‘호프’가 씁쓸한 퇴장 수순을 밟고 있다. 400만 관객을 넘어선 성과는 분명하지만, 역대급 호불호와 무리한 손익분기점 홍보, 주연 배우 황정민의 사생활 논란까지 겹치면서 흥행의 끝맛은 개운하지 않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나홍진 감독 신작 ‘호프’는 전날 6만1228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 수는 423만5700명이다.

누적 스코어만 놓고 보면 괜찮은 성적이다. 그러나 하루 34만8262명을 불러 모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예매율 34.2%)와의 격차가 5배 이상으로 벌어졌고, 이날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예매율 47.0%)까지 가세하며 ‘호프’(예매율 2.8%)의 설 자리는 상당히 좁아졌다.

사실 출발은 더 화려했다. 나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 황정민·조인성·정호연·마이클 패스벤더·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국내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기대가 뜨거웠다.

높은 기대만큼 개봉 직후 빠르게 관객을 모았지만, 분위기는 더 급격하게 달라졌다. 특히 후반부 전개와 결말을 두고 극과 극 평가가 이어졌다. 기괴한 이미지와 압도적인 에너지, 나홍진 감독 특유의 작가적 색채를 높이 평가하는 반면, “도대체 무엇을 본 건지 모르겠다”, “설명 없는 난장판 같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호프’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평론가를 둘러싼 논쟁으로도 번졌다. 유명 평론가 이동진은 ‘호프’에 별점 4점을 준 뒤 감독과의 친분이나 한국 영화계의 사정을 고려한 평가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그는 “나 감독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며 장문의 해명 글까지 올려야 했다.

흥행 열기가 빠르게 둔화하던 시점에는 투자사의 무리한 홍보가 또 다른 논란을 만들었다. 부분 투자사 에피소드컴퍼니는 지난달 24일 ‘호프’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1시간여 만에 해당 자료를 회수하고 ‘손익분기점 중간 지점 돌파’로 제목과 내용을 정정했다.

더 큰 문제는 ‘호프’가 공식 손익분기점을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객관적 기준을 비공개 한 상황에서 ‘중간 지점’을 돌파했다는 홍보는 시장에 혼선만 안겼고, 배급사에선 “사전 협의 되지 않은 자료”라며 사실상 손절했다.

온라인에서는 “손익분기점은 비공개인데 중간 지점은 어떻게 계산했나”, “340만 명이 손익분기점인 줄 알았다”, “기준을 공개할 수 없다면 이런 홍보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여기에 주연 배우 황정민의 사생활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 여성 A씨는 황정민과 사적인 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통화 녹음과 메시지 등을 잇달아 공개했다. 황정민 측은 A씨를 스토킹 범죄 피의자로 규정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형사 고소와 법원의 접근금지 잠정조치,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 사실을 공개했다.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며, 황정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호프’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만큼 현재 단계에서 의혹의 진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황정민의 사생활 논란이 실제 관객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볼 근거도 없다.

다만 작품의 호불호를 반전시키고 장기 흥행의 불씨를 살려야 할 시점에 주연 배우의 사생활 공방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악재다. 영화보다 배우 개인의 논란이 더 크게 소비되면서 남아 있던 홍보 동력마저 힘을 잃었다.

현재 ‘호프’는 400만 문턱을 넘어섰다. 제작 초기 극장 손익분기점은 700만 명 안팎으로 거론됐고, 이후 해외 선판매와 부가 판권 계약 등을 통해 500만 명대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제작·투자 측이 공식 수치를 끝내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확인은 어렵지만, 현재의 423만 명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성적은 아니다.

내부에서는 개봉 전에는 ‘천만 영화’를 기대하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강렬한 개성은 대중적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손익분기점 관련 무리한 홍보와 주연 배우의 사생활 공방까지 겹쳤다. 너무 빨리 터뜨렸던 그들만의 축포는 어느새 손익분기점이라도 넘기길 바라는 절박함으로 바뀌었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얼마나 크게 흥행할지가 아니라, 가까스로 낮춘 것으로 알려진 손익분기점이라도 넘어설 수 있느냐에 쏠린다.

영화는 흥행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호불호 역시 작품의 운명이다. 하지만 기준을 감춘 홍보와 너무 이른 자신감, 작품보다 논란이 더 많이 소비된 마무리는 씁쓸함을 남긴다. 결국 나홍진의 ‘호프’는 영화계가 기대했던 ‘호프’가 되지는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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