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news

detail

‘곡성’ 너머 쫓고 쫓다 외계까지…나홍진 “낯설 ‘호프’, CG 수정중” [인터뷰]

한현정
입력 : 
2026-07-07 15:37:25
나홍진 감독.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홍진 감독.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미 했던 건 또 하고 싶지 않았어요. 새로운 시각을 쫓고 쫓다 보니 외계인까지 갔죠.”

‘곡성’ 이후 10년. 나홍진 감독이 이번엔 외계 생명체와 함께 돌아왔다. 처음부터 크리처물을 만들겠다고 작정한 것도, 외계인을 인간의 적으로 규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끈질기게 좇다 보니 어느새 우주까지 닿았다.

나홍진 감독은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호프’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추격자’, ‘황해’, ‘곡성’을 연출한 나 감독의 10년 만 신작으로, 올해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다.

나 감독은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긴장도 되고 떨린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단순히 시나리오를 쓰고 작품 하나를 만드는 차원에서 출발한 영화는 아니었다”며 “시나리오를 쓸 당시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부정적인 현상들이 현실에 가득했고,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몰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던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사진I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사진I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동시에 장르 영화로 작업의 중심축을 옮기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시장만 생각하는 시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시장을 노리고 작품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위험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며 “장르적인 영화를 만들어야 글로벌에서도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들은 한 작품 안에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며 “‘호프’는 일반적인 한국 영화의 구조를 기대하고 보는 분들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지점을 목표로 심혈을 기울인 만큼 더 긴장되고 떨린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외계 생명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나 감독은 “구체적인 소재를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모든 건 아주 보편적인 감정에서 시작된다”면서도 “다만 이미 내가 걸어온 길, 했던 건 또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각을 쫓고 또 쫓다 보니 초자연적인 존재로 향했고, 결국 외계인까지 갔다”며 “크리처물을 하고 싶어서 외계인이 나온 건 아니다. 외계인을 인간의 상대로 규정하려 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작 ‘곡성’보다 더 나아간, 또 다른 존재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나 감독은 “그들의 입장에서도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충분히 주고 싶었다”며 “‘곡성’에서 훨씬 나아간 어떤 존재를 또 다른 시각과 방식으로 다루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나홍진 감독.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홍진 감독.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목 ‘호프’에 담긴 의미 역시 영화의 마지막과 맞닿아 있다.

나 감독은 “폭력과 비극, 전쟁을 보여주다가 마지막 10분에 희망을 이야기한다. 무관해 보이지만 무관하지만은 않은 시선”이라며 “전함은 침몰하고 황후의 자식은 목수의 얼음 창고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과연 그가 유일한 희망이 맞는가. 이들이 그 운명을 바꿀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계인이 인간도 알 법한 이야기를 한다. 결국 바람과 소망으로 마무리했다”며 ‘호프’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압도적인 규모만큼이나 나 감독을 끝까지 괴롭힌 건 CG 작업이었다. ‘호프’는 칸 공개 이후에도 상당 부분 수정 작업을 거쳤고, 국내 언론시사회 이후인 현재까지도 후반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나 감독은 “칸 공개 이후에도 굉장히 많이 수정했다. 어제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에도 믹싱실에 다녀왔다”며 “스태프들이 제발 그만 좀 오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이어 “디자인실이나 작업실에서 볼 때는 괜찮았는데 영화관에서 틀면 또 이상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계속 고치고 있다”며 “솔직히 CG 작업은 너무 힘들었다. 끝이 없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곡성’에 이어 ‘호프’로 다시 만난 황정민을 향해서는 굳건한 신뢰를 보였다. 나 감독은 “황정민 선배는 따로 말이 필요 없는 배우다. 그동안 대단한 작품 속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증명했다”며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건 배우가 지닌 ‘선함’이었다. 그는 “어떤 연기를 하든 그 안에 선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황정민 선배의 연기만으로 영화 앞부분 40~50분을 끌고 가는 건 내게 도박 같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배우의 연기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스태프들에 대한 믿음도 중요했다”며 “우리 스태프들에 대한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도박을 해보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흥미롭게도 ‘호프’의 러닝타임은 156분이다. 나 감독의 전작 ‘황해’, ‘곡성’ 역시 156분. 세 작품이 나란히 같은 러닝타임을 기록하면서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나 감독의 ‘156분 집착설’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전혀 몰랐단다. 나 감독은 “집착은 절대 아니다. ‘황해’와 ‘곡성’ 러닝타임이 같았다는 것도 몰랐다”며 “‘호프’ 조감독이 세 작품 러닝타임이 모두 같다고 알려줘서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나 관계자들이 어떤 상징이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내 안에 어떤 적절한 리듬이나, 하고자 하는 걸 다 넣었을 때 믿는 무언가가 있나 보다. 정말 의도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유쾌하게 덧붙였다.

“다음엔 깨보겠습니다.”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