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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은 떠났어도…‘시그널2’만은 봐야겠다는 [연예기자24시]

한현정
입력 : 
2026-03-12 16:16:45
사진 I  tvN
사진 I tvN

어쨌거나 조진웅은 떠났다. 그런데 이재한 형사는 아직 남은 듯하다. ‘시그널2’를 향한 시청자의 염원이 여전히 뜨거운 걸 보면.

배우 조진웅이 과거 소년범 이력 등 논란 끝에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그의 대표작이자 tvN 야심작, 김은희 작가의 애작 ‘시그널2’의 방영 역시 불투명해졌다. 흥미로운 건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다. 단순히 이중적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딘가 복잡한 감정이다.

최근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연일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관련 기사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댓글이 있다. 바로 ‘시그널2’다. 장 감독의 배우자인 김은희 작가에 대한 신뢰와 호감, 무엇보다 ‘시그널’ 드라마 자체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매번 묘하다. 조진웅 개인을 향한 실망과 비판은 거세지만 작품을 보고 싶다는 열망 또한 이에 못지않다는 점에서다.

“조진웅은 싫지만 ‘시그널2’는 보고 싶다” “조진웅은 모르겠고 ‘시그널2’는 제발 방영하게 해달라” “다른 배우들은 무슨 죄인가” “배우는 문제지만 드라마는 명작이다” “이재한 형사 이야기는 끝까지 보고 싶다”

이같은 반응이 이어진다.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요즘 콘텐츠 소비에서는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사진 I tvN
사진 I tvN

많은 시청자에게 ‘시그널’은 배우 한 명의 작품이 아니다. 장르 드라마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기억에 가깝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전기를 통해 미제 사건을 풀어가는 시간 교차 구조, 촘촘하게 설계된 서사, 선명한 캐릭터와 사회적 메시지까지. 완성도 높은 장르물로 평가받으며 방송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김은희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한국 장르 드라마 팬들에겐 사실상 ‘K장르물의 바이블’이자 ‘클래식’ 같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경우 시청자의 인식은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조진웅은 배우 개인의 문제로 남지만, ‘시그널’은 여전히 장르 명작으로 기억되는 식이다. 다시 말해 “조진웅은 실망스럽지만 ‘시그널’은 여전히 좋은 작품”이라는 인식이 동시에 존재한다.

최근 콘텐츠 시장의 흐름 역시 이런 반응을 설명한다. 과거에는 배우 중심 소비가 강했다면 지금은 작품 자체의 지식재산(IP)이 더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세계관과 캐릭터, 시즌제 서사가 이어지는 작품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 시청자들은 배우보다 작품의 세계관이나 서사에 더 강하게 애착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배우 개인 문제와 작품 자체를 어느 정도 분리해서 소비하려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출연자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그만큼 더 철저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I tvN
사진 I tvN

실제로 배우 개인의 논란과 별개로 이미 촬영을 마친 작품들이 뒤늦게 공개된 사례도 적지 않다.

마약 투약 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한 배우 유아인의 경우 영화 ‘승부’와 ‘하이파이브’가 논란 이후 상당 기간을 거쳐 공개됐다. 공개 당시에도 배우를 둘러싼 비판은 이어졌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별개로 이뤄지는 분위기였다. 일부에서는 그의 연기력을 여전히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음주운전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배성우 역시 촬영을 마친 영화 ‘1947 보스톤’으로 먼저 관객을 만났고, 오는 4월 ‘끝장수사’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의 경우 배우 개인 논란과 별개로 공개 여부를 고민하게 되는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그 손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기 때문이다.

‘시그널’은 특히 더 그렇다. 작품은 2016년 방송 이후 거의 10년 가까이 후속 시즌 이야기가 이어져 왔다. 그 사이 팬들의 기대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속편인 만큼 배우 문제와 별개로 작품 자체는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수백억 원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일부 시청자들은 “배우를 교체해서라도 세계관을 이어가면 좋겠다”, “이재한 형사를 다른 방식으로 정리해도 된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물론 동시에 “그래도 조진웅 없는 이재한 형사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재한 없는 시그널은 시그널이 아니다”라는 반응 역시 적지 않다.

이 역시 ‘시그널’이라는 작품이 가진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멜로나 스타 중심 드라마와 달리 장르물은 배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야기 구조와 세계관, 사건 설계가 작품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서사와 캐릭터 구조가 탄탄할수록 작품 자체의 생명력도 길어진다.

물론 그렇다고 상황이 단순한 것은 아니다. ‘시그널’에서 이재한 형사는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 축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조진웅의 존재감 역시 그 캐릭터와 깊이 결합돼 있다.

사진 I tvN
사진 I tvN

제작진 입장에서는 고민이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시그널2’는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로 알려져 있어 지금 단계에서 배우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재촬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의 핵심 캐릭터를 어떻게 서사적으로 정리할지, 완성된 구조를 어디까지 손볼 수 있을지 등 제작 전반에 걸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영상 기술, 이른바 딥페이크 적용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기술적 완성도 문제는 물론 배우 초상권과 윤리 논란 등 넘어야 할 장벽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드라마에서 핵심 배우 문제가 발생하면 캐릭터 설정부터 서사 구조까지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이미 촬영이 끝난 작품이라면 제작진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 라인업에서 빠진 것 역시 제작 리스크를 고려한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금 대중의 마음은 어쩌면 단순하다. 조진웅 개인에게는 실망했지만 ‘시그널’이라는 작품까지 잃고 싶지는 않다는 것. 어쩌면 사람들은 배우를 옹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남긴 세계관과 캐릭터를 아직 보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조진웅을 향한 대중의 배신감은 여전히 크다.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 같다. 그의 부재로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 업계 관계자들까지 적지 않은 부담과 손해를 떠안게 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조진웅이 나름의 방식으로 책임을 지겠다며 ‘은퇴’라는 선택을 한 지금, 그를 향한 더 이상의 논쟁이 의미 있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남은 것은 ‘시그널’이라는 작품에 대한 판단 뿐이다. 배우는 떠났지만, 그 드라마까지 함께 사라져야 할까. 오래 기다려온 시청자들에게 그마저 빼앗는 일은 어쩌면 또 다른 잔인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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