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현장을 떠난 혐의를 받는 배우 이재룡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사고 전 여러 술자리를 옮겨 다니며 음주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단순 음주운전을 넘어 ‘진술 축소’ 의혹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이재룡은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경찰서에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당초 예정된 조사 시각보다 약 한 시간 일찍 경찰서에 도착한 그는 약 4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이날 오후 6시 16분쯤 검은 정장 차림으로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재룡은 취재진 앞에서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경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말씀드렸고 앞으로 있을 법적 절차에도 성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 쟁점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다.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느냐는 질문에는 “오래 전에 바로 인정했다”고 답했고,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사건은 지난 6일 밤 11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역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이재룡이 몰던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지만 그는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약 3시간 뒤 지인의 집에 머물고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그러나 초기 진술 과정에서 이재룡은 “운전 당시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변호인을 통해 “사고 전 소주 4잔을 마셨다”며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찰은 이재룡이 사고 전 여러 술자리를 오가며 술을 마신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음주량이 ‘소주 4잔’보다 훨씬 많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른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난 뒤 지인의 집으로 이동한 경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음주 수치 측정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거나 이후 추가로 술을 마시는 ‘술타기 수법’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이재룡 측은 이 의혹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음주운전 사고를 넘어 ‘진술 번복’과 ‘도주 정황’이 겹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룡이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중견 배우라는 점에서 실망감이 더 크다는 반응도 나온다.
연예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한층 엄격해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과거에는 일정 기간 자숙 이후 활동을 재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반복적인 음주운전이나 사건 축소 정황이 드러날 경우 사실상 활동이 중단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사건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음주운전 수치와 도주 경위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이재룡을 둘러싼 법적·사회적 책임 논란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