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 이순재의 빈소를 각계 인사들이 찾으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유족들은 차분하게 장례 절차를 준비했고, 오후 2시께부터 본격적인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는 2시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그는 “이순재 선생님을 생전 굉장히 존경했다. 또 특별한 관계였다고 생각한다”며 “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뭉클했는데,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병세가 조금씩 짙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건강이 갑작스레 악화됐을 때 저와 아내가 병문안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시기에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선생님께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해 주셨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배우 장용은 빈소를 찾아 “(부고를)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소식을 듣고…(마음 아팠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고생하셨다. 한 1년 동안 고생하셨는데, 지금 저 세상에 가시면 친구분들이 많이 기다려주셔서 외롭지는 않으실 것”이라며 “늘 말씀하시던 게 ‘무대에서 쓰러지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후배들은) 늘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닌가 걱정도 많이 했다. 후배들에게는 아주 귀감이 되신 멘토, 로망이다. 대단하신 어른이고 선배”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배우 김성환은 어두운 표정으로 빈소를 찾아 “연예계 제일 큰 어른이 떠나셔서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 뵙고, 많이 예뻐해 주셨다. 그래서 더 간절한 (그리운) 마음”이라며 “아마 전 연예인들이 모두 우리 이순재 선생님을 본받아야겠다는 마음일거다. 이렇게 바르고 정직하게 사셨고, 열정이 넘치던 분은 안계실거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큰 별이었다”고 고인을 기렸다.
배우 박상원은 “최근 공연에서 뵈었다. 좋은 데서 편안하게 또 다른 좋은 작품 만나서 하늘에서 하셨으면 좋겠다”면서 말을 아끼며 자리를 떠났다.
배우들 뿐 아니라 가수, 개그맨들도 빈소를 찾아 연예계 큰 어른을 기렸다.
개그맨 최병서는 “새벽에 비보를 듣고 깜짝 놀랐다. 분야를 떠나서, 연예계에 큰 스승이 돌아가신 것 같다. 뉴스 보다가 깜짝 놀라서 달려왔다”고 놀란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만날 때마다 어깨 두드려주시며 좋은 말씀만 해주셨다. 책 한 권을 읽는 것보다 더 좋았다. 믿어지지 않는다. 얼마 전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으신 줄 알았다)”며 “좋은 데 가셔서 잘 쉬시길 바란다. 감사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가수 이용은 “100살까지 사실 줄 알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제가 (고인과) 분야는 다르지만 이리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길이 바로 이순재 선생님이 걷는 길이었다”며 롤모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1981년 방송된 KBS1 드라마 ‘엄마의 일기’를 통해 고인과 부자로 호흡맞췄던 것을 언급하며 “‘진짜 아버지라 생각하고 편하게 하라’고 하셨었다. 진짜 아버지 같으셨다. 감사하다”며 “편찮으시다고 해서 뵈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가버리셨다.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밖에도 조문 첫날 배우 성병숙, 유동근, 이한위, 김학철, 송승헌, 윤다훈, 줄리엔 강, 김희애, 김여진, 최현욱, 방송인 박경림 등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한평생 연기에 몸 바쳤던 고인은 제 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을 지내는 등 잠시 정치권에 몸을 담기도 했다. 정치권 인사도 빈소를 찾았다.
국회의원 출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재오 이사장은 “(고인이) 14대 국회의원을 하셨는데, 제가 15대에 들어가서 친하게 지낸 사이”라며 “저보다 나이가 10살 많으신데, 저를 좋아해주셔서 가끔 식사도 하고 가깝게 지냈다”고 고인과 인연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정치를 하시면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을 자주 만나고 부드럽게 지내셨다”고 평했다.
이어 “생명이 강하신 어르신이라 잘 극복하시겠지 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해서 많이 놀랐다”며 “이제 세상 일은 잊어버리시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마지막 옷은 한복디자이너 박술녀가 준비했다. 박술녀는 “지난해부터 건강이 안 좋아지셨던 걸로 안다. 음식을 잘 못 드셔서 사모님께서 걱정하시는 걸 들었었다. 올 초부터는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셨다”고 고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사모님을 상복으로 갈아입혀 드렸다. 이제 (이순재) 선생님 수의를 가지러 간다”며 “내일 아침에 (손수 지은) 수의를 입혀서 보내드릴 것”이라며 애도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으며 드라마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사모곡’, ‘허준’, ‘상도’, ‘이산’,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개소리’ 등 14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았다.
고인의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 20분 엄수된다.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이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