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출신 PD의 ‘심야괴담회’, 시청자분들 덕에 벌써 5년째 굴러오고 있습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심야괴담회’가 오는 6월 29일 오후 11시, 여름을 맞아 다시 돌아온다. 벌써 다섯 번째 시즌이다.
‘심야괴담회’ 기획·연출을 맡은 임채원 PD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프로그램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심야괴담회’는 국내 최초 괴담 스토리텔링 챌린지 프로그램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집한 괴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시청자에게 소개한다. 지난 2021년 1월, 2부작 파일럿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5년째 시즌제로 방송 중이다.
임채원 PD는 “벌써 5년이 됐다. 우연히 여기까지 흘러온 것 같다”고 돌아보며 “나는 ‘PD수첩’ 출신 PD로,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그런 사람이 왜 이런 걸 만드느냐는 질문도 종종 받는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PD수첩’ 제작 당시 소송하겠다, 죽이겠다는 같은 협박을 받기도 했다.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고 위축되는 순간도 많았다. 팩트 확인 과정 역시 매우 어렵고 힘들었다. 그러나 괴담은 허구인 경우가 많다 보니, 팩트를 추구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심적으로 자유롭다. ‘심야괴담회’를 하니, 시사교양국 후배들이 ‘소송 위협에 시달리지 않아 좋다’고 말할 정도”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임 PD는 박근혜 정부 당시 연일 시끄러웠던 MBC 파업 사태를 떠올리며 이 무렵 ‘심야괴담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파업에 매일 참여했습니다. 채증 카메라에 찍혔던 건지, 열성 노조원으로 분류된 것 같았어요. 이후 주조정실로 발령이 났고, 밤을 새우며 영상 송출을 점검했어요. 이 과정에서 지루할 때가 있었고, 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의 공포 게시글들을 읽게 됐습니다. 귀신을 믿지 않는데도 숙직실에서 소름이 돋아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무서웠어요. 활자만으로도 사람을 공포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방송으로 풀어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획에서 파일럿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파업 이후 다시 PD 업무로 복귀한 뒤에도 ‘심야괴담회’를 기획으로 올리려 했으나, 당시에는 허락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 경영진이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 이후 기획안 공모가 열리자 제출했고, 곧바로 채택돼 제작에 들어갔다. 메인 작가는 ‘신동엽, 김숙, 박나래를 한 번에 모은 예능은 전례가 없다’며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나 역시 가능성에 설렜다”고 회고했다.
시사교양국 PD가 만드는 예능 장르의 프로그램이라니. ‘심야괴담회’가 기존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다른 예능 형식으로 제작된 배경도 흥미롭다.
임 PD는 “최근 교양 프로그램은 대부분 시사나 정치 문제를 다루고 있어 딱딱한 경우가 많다. ‘불만제로’같은 프로그램이 없다는 안타까움이 컸다. ‘심야괴담회’은 교양국에서 시작해 예능적 요소를 입혔다. 프로그램은 PD의 성격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독특하니 프로그램도 독특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들려줄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는 접근성이 높아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야괴담회’는 숏폼에 익숙해진 최근 트렌드에 맞물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유튜브 영상의 ‘대박’을 판가름하는 척도인 100만 뷰를 넘은 영상은 MBC가 운영하는 채널에서만 무려 131개다. 466만 뷰를 넘긴 영상도 있다.
임 PD는 “기획할 때부터 뉴미디어가 강세일 것으로 생각했다. 저는 커뮤니티나 SNS에 관심이 참 많고, 사람들이 행동하는 양상에 관심이 많다. 최근 보면 사람들이 점점 단속적이 되어간다. 짧은 콘텐츠에 집중하는데, 그 안에서 해야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장한 영상은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비해 방송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심야괴담회’는 기업 협찬이 없다. 낮은 예산, 인프라 부족, 방송 환경의 한계 등 여러 어려움이 있다. 특히 PPL 유치가 절실하지만 마땅한 노하우도 없다. 퀄리티가 중요한데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사실 다음 시즌을 다시 기약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시즌, 한 시즌 계약직인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늘 약속된 다음은 없는 상황이에요. 회사에서도 투자를 잘 안 해주고, PPL도 없으니 이중고입니다. 후배들이 너무 고생해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할 상황인데…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으로 출연료를 상당히 적게 받으며 출연해주고 있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처럼 제작비가 부족하다 보니 임 PD는 소품까지 직접 챙긴다. “부적이나 귀신 단지 등 소품은 제가 제안한 거다. 괴담 제목을 자막으로 넣자니 너무 밋밋한 것 같아서 부적에 제목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이걸 의뢰하면 한 장에 10~15만 원이라고 하더라. 한 회차에 3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부담이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직접 녹화 전날 목욕재계하고 무사 녹화를 기원하며 나름의 치성을 드린 다음, 공을 들여서 쓴다. 시즌1까지는 최고급 경면주사에 금가루도 썼었다. 붓으로 쓰다 보면 저절로 손이 떨려 더 괴기스럽게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이게 자승자박이 됐어요. 부적을 하나 쓰는 데 힘이 정말 많이 듭니다. 한 장 만드는데 15분 정도가 걸리는 데 지쳐 쓰려져 널브러져요. 그런데 다 못 쓰면 해당 에피소드를 맡은 작가들이 ‘내 건 안 써줬다’며 실망하니 필사적으로 2주에 한 번 6개를 만듭니다.”(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