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는 배우와 연출의 관계를 넘어 훌륭한 창작 파트너입니다. 또 정성일의 새로운 캐릭터 도전에 함께한 것만으로도 뿌듯해요. 주종혁은 전구 불 켜지듯 떠올랐던 실력파 배우이고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 연출을 맡은 유선동 감독(50)은 오로지 배우들 생각뿐이었다.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갔고 이는 촬영 현장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극중 에피소드들은 심각한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실제 촬영장은 즐거움과 편안함으로 축약된다.
19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 감독은 실제 방송 PD같은 멋진 비주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유 감독은 “작품 공개 후 주변에서 재밌게 봤다고 해주셔서 기분 좋다. 직접적인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크게 체감은 안되지만 지인, 업계 분들 연락이 많이 오는 거 보니 나쁘지 않은 거 같다”며 종영 소감 질문에 웃어보였다.
‘트리거’는 올해 디즈니플러스 라인업의 포문을 연 작품이다. 꽃 같은 세상, 나쁜 놈들의 잘못을 활짝 까발리기 위해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보는 지독한 탐사보도 프로 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마지막 2편을 공개하며 12부작의 마무리를 했다.
유 감독은 올해 디즈니플러스 첫 작품으로 공개된데 대해 “후련하고 홀가분하다. 작품이 대외적으로는 ‘오피스 코미디’ 장르로 소개됐지만 막상 내용은 정치권, 방송국 결탁 등 다소 예민한 것들이 있다. 민감할 수 있지만 편성해준 디즈니플러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이후 두 번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을 하게 된 배우 김혜수의 출연으로 ‘트리거’는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김혜수는 KNS 방송국 시사교양 프로그램 ‘트리거’ 팀의 팀장 ‘오소룡’을 맡았다. 여기에 배우 정성일이 드라마국에서 온 PD ‘한도’ 역을, 주종혁이 비정규직 조연출 ‘강기호’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유 감독은 “김혜수는 오소룡 역에 찰떡처럼 어울리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연기에 대해선 믿어의심치 않았다. 정성일은 이전에 같이 작업한 적이 있다. 굉장히 털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배우다. 그의 인기작인 ‘더 글로리’ 이미지에서 조금 탈피시켜주고 싶었다. 그의 숨겨진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또 주종혁에 대해서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보고 설득력있는 연기에 감동받았다. ‘트리거’ 대본을 보자마자 전구 불켜지듯 떠오른 배우였다”고 함께 한 이유를 들려줬다.
유 감독은 정성일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구체화했다. 그는 “정성일과 얘기해보니 ‘더 글로리’ 하도영 캐릭터의 장벽을 높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트리거’를 통해 그 장벽을 뛰어넘는 배우가 되길 바랐고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마침 이날 주종혁은 ‘트리거’ 종영 인터뷰에서 촬영 현장이 너무 재밌고 힘든 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 감독이 이를 증명했다. 유 감독은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주연뿐만 아니라, 특히 조연배우들이 느낄 현장의 낯섦, 생경함 등을 없애주려고 했다. 편안한 연기 현장이 좋은 결과물을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더불어 유 감독은 배우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뒀다. 김혜수가 촬영 직전 리허설에서 허벅지 파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너무 가슴 아팠다. 내 작품에서 배우가 다치는 일은 없게 하는 게 목표였는데 돌발 부상에 마음이 안좋았다. 안정을 취하는 게 우선이라 그날 (김혜수는) 촬영을 하지 않고 휴식에 집중하게 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연기에 대한 배우의 의견, 태도를 세심히 살폈다. 그는 “정성일은 페러글라이딩 촬영을 직접 했다. 괜찮겠냐고 거듭 물었는데 흔쾌히 할 수 있다고 해서 고마웠다. 또 머리에 쥐를 떨어뜨리는 장면에 대해 허락을 구했는데 이마저도 정성일이 괜찮다고 해서 더 사실적으로 찍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극중 실종사건의 핵심 제보자이자 사건의 키를 쥔 ‘조해원’ 역을 맡아 호평을 받은 배우 추자현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 감독은 “배우 입장에서 역할에 이입해 캐스팅을 진행하는 편이다. 추자현은 중국에서 활동하기 전부터 눈여겨봤던 훌륭한 배우다. 특히 김혜수와 함께 연기해도 밀리지 않을 몰입감 있는 배우라 생각한다”고 높게 평했다.
유 감독은 전작인 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큰 흥행을 맛봤다. ‘경이로운 소문’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악귀 타파 히어로물이다. 반면 ‘트리거’는 현실 사건을 다루는 극현실주의적 드라마다. 유 감독은 “전작에서 판타지를 하다보니 반작용으로 현실에 발을 붙인 리얼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트리거’는 ‘사이비 종교단체 사건’, ‘길고양이 연쇄 사망 사건’, ‘20년전 실종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범죄를 다룬 에피소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 안에서 김혜수의 팀 트리거는 사건을 파헤치고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부분까지 살피는 면모를 보인다. 이에 유 감독은 “여러 면에서 대중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사건을 다루는 경찰 시스템 문제로만 돌리고 싶지 않았다.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는 물론 다양한 위치의 인물들이 경각심을 갖고 환기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트리거’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즌2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감사하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분들이 관심있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시청을 당부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 유 감독은 연출을 넘어 집필 능력도 갖췄다. 그는 “연출자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다보니 글을 써왔고 처음 데뷔도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했다”며 “올해도 내가 쓴 소설을 웹툰으로 만들 기획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영상화로도 염두하고 있다”며 향후 계획을 귀띔했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