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절 지원해준 남편, 많이 갚고 있다”
배우 장혜진(51)이 설 연휴를 앞두고 또 한 번 엄마의 옷을 입었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넘버원’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와노 소라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가 원작이다. ‘거인’ ‘여교사’ 등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우식은 엄마와의 남은 시간을 지키기 위해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홀로 자취생활을 하는 하민을, 장혜진은 아들을 향한 사랑과 애증이 공존하는 엄마 은실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장혜진은 “개봉 앞두고 몹시 떨린다. 영화는 관객들 반응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떨린다. 설 연휴에 여러 영화가 개봉하는데, 다른 영화는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고 다 잘됐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넘버원’에 대해 “명절이어도 가족들이 모이는 게 예전보다 덜하지만, 가족 나들이 하기에 좋은 영화다. 저희 영화가 엄마라는 치트키를 썼는데, 이유가 있다. 엄마 없이 태어날 수는 없지 않나. 엄마와 관계가 좋든 나쁘든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게 마음에 큰 것 같다. 엄마와 아들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라 명절에 품어 줄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또 장혜진은 “영화 ‘세계의 주인’을 찍고 이 대본을 받았다. ‘세계의 주인’은 정말 마음이 힘들었는데, 이걸로 다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며 “숫자가 보인다는 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제 숫자도 엄마의 숫자도 줄어든다는 게 와 닿았다. 제 삶, 저희 엄마, 시어머니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됐다. 지금쯤 이런 따뜻한 이야기가 힘이 되는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넘버원’ 출연 이유를 밝혔다.
장혜진은 ‘기생충’에 이어 최우식과 모자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최우식이 먼저 캐스팅이 되어 있었다. 우식이랑 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며 “‘기생충’이 워낙 크게 각인되어 있고, 아직도 사람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가 다시 한다고 했을 때 염려와 기대가 있지 않겠나. 그런데 우식이와는 ‘기생충’ 때 친하게 지냈고, 시간이 그만큼 흘렀고 우리가 굳이 넘어서려고 하지 않아도, 또 다른 게 펼쳐질 수 있을 만큼 각자의 길을 잘 걸어왔다 싶더라. 우리가 다시 만나도 ‘기생충’은 ‘기생충’으로, ‘넘버원’은 ‘넘버원’으로 봐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장혜진은 “최우식이 ‘기생충’ 때도 정말 잘 챙겨줬다. 제가 그때 회사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왔다 갔다 했는데, 마침 집이 근처라서 절 데려다주고 집에 갔다. 그때부터도 어머니라고 불러주고 제 생일에도 고기를 사 와서 줬다. 저는 그때 받기만 하고 못 챙겨준 것 같더라. 그때 우식이에게 고마운 배려를 많이 받아서 이번에 잘 챙겨줘야지 싶었는데, 우식이가 이번에도 많이 챙겨줬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파이팅’을 외쳐주는 것이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최우식을 향한 칭찬을 쏟아내며 “예능에서 이미지와 정말 다르다. 예의 바르고 자기 할 일을 야무지게 한다. 전 생각과 말이 동시에 나가는 편인데, 우식이는 언어를 신중하게 쓰려고 하더라. 헐렁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야무지다. 연기도 쉽게 하지 않고, 연기의 흐름을 계산하고 유려하게 잘하더라. 이번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언제 그 고마움을 갚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그냥 호흡을 생각할 필요 없이 서로 편했고, 어떤 걸 이야기해도 받아들여 주고 ‘너니까 괜찮아’ 그런 느낌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들이 생기고 했다”며 모자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장혜진은 최우식이 아들과 닮았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혜진은 “아들이 만 10세인데 우식이랑 정말 닮았다. 머리통 모양, 얼굴 사이즈, 마른 몸이나 허우적거리는 모습, 독특하게 걷는 걸음걸이까지 닮았다. 가끔 아들이 웃을 때 우식이 웃는 모습이 보인다. ‘기생충’ 때도 그걸 느껴서 당시 세 살이었던 아들에게 ‘우식아, 우리 아들이 너처럼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점점 닮아가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아들이 독립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며 “독립 영화는 현장 여건상 매니저와 스태프들도 많이 출연하게 된다. 시키려고 시킨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출연하게 됐다. 뱃속에 있을 때 ‘우리들’을 찍었고, 태어나서는 ‘선희와 슬기’에서 보육원에 있는 아이로 나왔다. ‘어른도감’에서는 가족 생일잔치 장면이 있어서 아이를 안고 출연했다. ‘세계의 주인’에서 태권도 관장에게 인사하는 아이로 나왔다”고 귀띔했다.
연기를 시킬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연기를 하고 싶다면 밀어줄 것 같다. 그런데 그림 그리는 걸 정말 좋아한다. 요즘엔 ‘흑백요리사’에 빠져서 그림 그리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며 “‘세계의 주인’ 때 연기가 어떤지 물어봤는데, 부끄럽긴 한데, 해야 하면 해야지 하더라. 끼는 있는 것 같다. 저 닮아서 흥도 많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감수성도 있다. 아들이 남들과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 잘 지내고, 그래도 자기의 길을 뚜벅 걷는 최우식처럼 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장혜진은 과거 연기를 그만두고 긴 공백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기에 연기할 수 있는 지금과 현장이 좋다고 했다.
그는 “연기를 다시 할 줄 몰랐다. 정말 다 그만두고 내려갔다가 영화 ‘밀양’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때 연기가 너무 신나고 피가 돌더라. 왜 해보지도 않고 지쳐서 포기했을까 싶더라. 그때 남편이 ‘내 월급 다 써도 되니 오디션 볼 때 좋은 옷 입고 숍에도 가라’며 응원해 줬다. 친구들도 돈을 모아 예쁜 구두를 사주며 도움을 줬다. 생각보다 잘 안 풀려서 10년 정도 단역 생활을 했다. 지칠 때도 있었지만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했더니 ‘나 돈 버는 거 너랑 애들 쓰라고 버는 거다. 나는 낡은 거 입어도 된다’라며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해줬다”며 “지금은 남편에게 많이 갚아줬다. 차도 바꿔주고, 좋은 옷도 사주고 있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제 나이 또래에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많아서 일찍 엄마 포지션을 잡아야겠다 싶었어요. 빠른 나이에 큰 아이의 엄마가 됐죠. 그래도 늘 어떻게 하면 새롭게 연기할지 고민해요. 어떻게 하면 그 작품 속 엄마로 보일지 생각하죠. 저는 연기가 좋고 현장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매 작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죠.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