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화를 내놓기까지 무려 20년, 공연계에서 방송 마침내 영화까지 섭렵한 진정한 ‘대세’, 배우 곽선영(43)이다.
웰메이드 심리 스릴러 ‘침범’(각본 감독 김여정·이정찬)의 개봉을 하루 앞둔 그녀를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곽선영은 “촬영이 너무 즐거웠는데 영화를 보신 분들마다 ‘마음이 힘들었겠다’며 걱정해주신다”며 “내게 연기는 항상 같다. 맡은 역할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준비하고 연습해 보는 이들을 믿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만큼 몰입이 잘 됐다는 칭찬으로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다행히 빨리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편”이라며 웃었다.
영화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 분)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 분)이 해영(이설 분)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 동명의 웹툰은 연재 당시 9.82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했고,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선 관람한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곽선영은 극 중 사이코패스 성향의 딸 아이를 키우며 허덕이는 엄마 ‘영은’을 연기했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는 절망감으로 메말라가는 인물. 보는 이도, 연기하는 이도 ‘내 상황이라면 어떻게...’라는 무겁고도 어려운 질문을 건네게 된다. 물론 답도 어렵다.
하지만 곽선영은 오히려 심플하고도 담대하게 말했다. 괜한 걱정이라고. “주변 지인 중에 신혼부부들이 영화를 보고 ‘무서워서 애 낳겠냐’고 걱정어린 말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전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몇 없는 일이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물론 엄마·아빠가 굉장히 힘들긴 하겠지만요.”
‘영은’과 어린 ‘소현’이 등장하는 영화의 1부 배경은 90년대 말, 그로부터 20년 뒤 성인이 된 소현이 등장하는 때는 현대 시점이다. 곽선영은 “그때는(90년대) 정신적인 아픔을 숨기기에 다소 급급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그래도 영은과 소현이 사회의 도움을 좀더 받을 수 있을 거라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의 1부를 함께 이끈 아역배우 기소유를 자신의 파트너라고 했다. 그는 “아역이라는 말이 미안할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연기자였다.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출퇴근’도 명확하고 성실하다”며 “수영장이 워낙 넓은 탓에 물을 데워놨지만 금세 식어서 차가워지더라. 턱이 덜덜 떨리면서도 티도 안 내고 연기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걸 보면서 놀라웠다. 다음에도 다른 관계성으로 또 만나고 싶은 파트너”라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곽선영은 실제로도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다.
그는 “아들이 벌써 10살”이라며 “방송에서도 몇 번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놀라는 분들이 계시더라. 아직 제가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아서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아이가 있냐’고 깜짝 놀라시면, 감사하다”고 수줍게 웃었다.
아들은 이미 엄마가 연예인인 것을 잘 알고 있단다. “어릴 때는 할머니가 보여주는 영상을 보고 저를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으로 알더라고요. 이제는 좀 커서 주변에서 작품 잘 봤다고 이야기를 건네주시면 굉장히 흐뭇한 표정으로 씩 웃고 있어요. 뿌듯하대요.(웃음)”
아들이 ‘끼’를 물려받았냐는 질문에는 “절대음감”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보다 음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싱어송라이터가 꿈”이라며 “앞으로의 계획도 확실하게 그리고 있더라. 솔직히 좀 놀랐다. 사실 나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아니어서 그런 면들이 날 닮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모든 게 신기하고 또 감사한 요즘이에요. 10년 전쯤인가? 공연할 때 인터뷰를 찾아보니 제가 ‘10년 후에는 영화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더라고요. 눈앞에 있는 걸 차근차근 해오다 보니 기회가 생기고 주어진 걸 또 하다보니 방송도, 영화도 하게 되었어요. 운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 막연하게 무의식 속 꿈들이 있는데, 이제 그것들도 잘 이뤄질까 하는 기대감도 생기죠.(웃음)”
그녀의 다음 영화는 하정우가 감독 겸 배우로 참여한 ‘로비’다. 곽선영은 “선배님의 오래된 팬”이라며 “나는 성공한 팬”라고 미소지었다.
“고등학교 때 중앙대 복학생이었던 하정우(본명 김성훈) 선배의 공연을 많이 보러 갔다”는 그는 “당시 선배님이 연기를 정말 잘했다. 고등학생인 내겐 충격이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연극 연기라고 해서 전달해야 하고 힘이 있게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세대인데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날아다니더라. 그 충격에 ‘김성훈이 공연한다’고 하면 무조건 보러 갔다. 나중에 데뷔하시고도 잘 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더라. ‘저렇게 잘하는 사람 잘 될 줄 알았어’ 하는 팬심이 있었는데 작품으로 만나게 돼 행복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처음에 뵀을 때 ‘저를 어떻게 알고 부르셨느냐’고 여쭸더니, 제가 찍은 드라마 장면을 많이 찾아보셨다며 이번 역할과 잘 맞을 거 같다고 하시더라. 신기했다. 고등학교 때 보던 대학생 오빠가 어른이 돼 동료로 함께 작업이 될 기회가 오다니...”라고 아이처럼 내내 감격해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선배님도 나의 덕질을 듣고 너무 놀라고 신기해하시더라. 되게 좋아하셨다. ‘어 내가 연기 잘하는 걸 알아보다니 너도 참 대단한 애구나’라고 하셨다”고 전해 또 한 번 폭소를 안겼다.
더불어 곽선영은 “성공한...덕후까지는 아니었지만 성공한 팬”이라며 “‘로비’에선 선배님의 충신 역할인데 개인적인 감정이 큰 도움이 됐다. 워낙 배우로서 너무 좋아하는 선배고, 팬이니까”라고 덧붙였다.
‘침범’은 오는 1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