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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지창욱 “손예진에게 지지 않으려 예민하게 준비” [인터뷰]

양소영
입력 : 
2026-09-22 16:34:55
수정 : 
2026-09-22 16:35:37
지창욱 “‘스캔들’ 혹평 예상…틀린 선택 아니었다”
“나나와 베드신, 최대한 뒤로…쌓인 유대감 도움 됐다”
‘스캔들’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스캔들’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배우 지창욱에게 ‘스캔들’은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했지만, 큰 경험을 안겨준 소중한 작품이 됐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프랑스 고전소설 ‘위험한 관계’를 드라마로 각색했다.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창욱은 공개 소감을 묻자 “너무 잘 봤다. 꼭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역할 중 하나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워낙 오래전부터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져 온 작품인 만큼 고민과 걱정도 없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정지우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그는 “조원이라는 캐릭터를 한번 꼭 해보고 싶었다. 이게 만약 영화로 다시 리메이크되는 거였다면 조금 더 주저했을 수도 있다. 오히려 시리즈이기 때문에 다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색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있었다. 정지우 감독님이라면 세 사람의 관계와 심리를 뻔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무엇보다 그를 끌어당긴 것은 조원의 복합성이었다.

그는 “복합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원작이 많고 훌륭한 배우, 선배님들이 이미 했던 역할이기 때문에 비교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같은 역할을 하면 비교는 숙명 같다. 하지만 누가 누구보다 낫다고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지우 감독님만의 ‘스캔들’, 그리고 지창욱만의 조원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했다”고 고백했다.

이번 조원은 자신의 감정조차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는 인물에 가깝다. 지창욱 역시 촬영 당시부터 하나의 정답을 정해두지 않았다.

그는 “저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현장에서 생각했던 것과 완성된 본편을 보면서 든 생각이 달랐다. 촬영하면서 계속 조원의 마음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순간순간의 감정과 뒤돌아섰을 때의 감정이 달랐다. 정답을 정해놓고 연기하지 않았다. 장면마다 미션을 하나씩 깨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희연을 바라보는 마음 역시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어떤 순간에는 연민이었고, 또 어느 순간에는 실제로 마음이 흔들렸다.

지창욱은 “제가 연기했던 여러 소스를 감독님이 편집해서 결과물로 내놓으셨다. 그걸 보니까 저한테도 새로운 마음이 생기더라. 해석의 여지가 굉장히 많은 작품이고, 조원의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작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완성본을 본 뒤 크게 다가온 것은 조윤을 향한 조원의 마음이었다.

지창욱은 “조윤과의 관계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조원이 조윤을 너무 사랑해버린 거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조원이 자라온 환경이나 그가 커가는 과정에서 조윤이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갖고 싶어 하면서 복수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싶어한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도망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시리즈가 되면서 서사가 생기니까 조원의 감정이 훨씬 복잡해졌다. 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도 명확하지 않다. 저는 거기서 오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사랑과 닮은 부분도 있다. 좋았는데 돌아서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평면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스캔들’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스캔들’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그 복잡한 조원을 만들어낸 과정의 중심에는 정지우 감독이 있었다.

지창욱은 “지금까지 했던 작품 가운데 손에 꼽힐 만큼 사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전에 했던 이야기들이 현장에서 그대로 반영된 건 0%에 가깝다고 느꼈다. 감독님 머릿속을 제가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어느 날 지나가듯 어떤 배우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테이크를 많이 가다 보면 그 배우가 본인이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지 잊어버리는 순간이 온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그런 순간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연기해도 감독은 “좋다”고 했다. 다른 방식으로 해도 또 좋다고 했다. 점점 정답을 알기 어려워졌다.

지창욱은 “집에서 생각하고 준비한 것과 현장에서 느껴지는 게 다르고, 또 거기서 다른 무언가가 나왔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순간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감독님이 의도적으로 저를 그렇게 만들어가신 게 아닐까 싶다”며 “답답하고 괴롭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모니터도 못하게 했다. 눈을 감고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느낌이라 무서웠다. 그 사람을 온전히 믿어야 하니까”라고 이야기했다.

힘든 만큼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됐다.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을 더 존경하게 됐다. 그렇게 집요한 연출을 경험하는 게 저한테는 색다르고 큰 경험이었다. 감독님 너무 좋았다. 짐작하자면 조원의 흔들리는 마음, 어디로 갈지 모르는 마음을 배우가 미리 판단해서 표현하지 않기를 바라셨던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롱테이크 역시 지창욱에게 무대 공연과는 또 다른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그는 “카메라는 디테일하기 때문에 그 감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연기라는 게 감정과 이성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작업이다. 어떤 순간에는 계산해서 눈을 깜빡이고 움직이지만 그렇게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계산 밖의 행동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게 재미있었다”고 했다.

특히 손예진과 촬영한 조씨 부인과의 첫 재회 장면은 실제 첫 촬영이기도 했다. 지창욱은 이를 두고 “연출자가 짓궂은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첫 촬영 날 그 장면을 찍자고 하는 감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처음 만난 스태프들 앞에서 아직 모든 게 어색한데 긴 장면을 찍는 거니까 배우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감독님은 아마 그 능숙하지 않음, 서투름에서 나오는 자극을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 장면 이후 작품 전체가 풀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손예진과의 촬영은 높은 긴장도를 요구했다.

지창욱은 “손예진 선배님과 작업한다는 것 자체가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다. 선배님과의 대립각이 잘 살아야 이 작품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배님에게 지지 않기 위해’ 저도 예민하게 준비했다. 나나 씨와 있을 때와는 또 다른 태도로 현장에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촬영하고 점심을 먹는데 너무 힘든 거다. 봤더니 한 테이크가 10분이 넘어갔더라. 그러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때 ‘조원과 조씨 부인의 기싸움과 줄다리기에 이 정도의 밀도가 있구나. 앞으로 더 긴장하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조씨 부인이 조원의 갓끈을 매주는 순간을 꼽았다.

그는 “조씨 부인이 조원에게 갓을 똑바로 씌워주고 갓끈을 매어주는데, 조원이 자기도 모르게 그걸 풀려고 하는 장면이 있다. 조윤과의 장면은 굉장히 숨이 막혔고 긴장이 많이 됐다. ‘조원이가 이래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나와의 호흡은 또 달랐다. 지창욱은 ‘조언’ 대신 “동료로서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할 수 있나 싶다. 조언이라기보다 동료로서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손예진 선배님이나 정지우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파트너를 만나면 ‘내가 이 사람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같이 좋은 신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나에게는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려 했다. “쓸데없이 서두르지 않고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원으로 옆에 서 있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지창욱은 “나나 씨는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고 감정이 중요한 배우였다. 연기가 신비롭다는 생각도 했다. 본질적인 걸 탐구해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배우다. 제가 봤을 때 이 작품에서 나나는 계속 ‘진짜’를 찾고 있었다. 그걸 찾기 위해 노력하고 괴로워했던 것 같다”고 했다.

‘스캔들’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스캔들’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극 중 노출과 베드신 역시 화제를 모았다. 지창욱은 노출 자체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멋있게 보이는 것’이 작품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작품은 멋지다, 멋지지 않다 혹은 좋다, 나쁘다의 개념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초반의 조원을 유쾌하고 아주 가볍게 표현하고 싶어 하셨고, 수염도 가짓수를 단계별로 나눠 표현했다.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처럼 멋있어야 하는 인물이었다면 잘못된 표현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멋지기 위해 준비한 거라면 실패한 거다. 일부러 안 멋져 보여야겠다고 한 건 아니지만 노출에서 비주얼이 중요하지 않았다. 노출이 있다고 해서 운동을 더하고 몸을 깎아놓은 것처럼 만드는 작업도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장면에서 몸이 너무 좋았다면 오히려 이 작품의 톤과 맞았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감독님과도 노출의 의도와 표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나나와의 베드신에 대해서는 “베드신에서 긴장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저 역시 이런 방식의 베드신은 처음이라 묘한 감정이 있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편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그동안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쌓인 유대감이 자연스럽게 도움이 됐다. 베드신도 최대한 뒤로 미뤄 촬영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연출자가 원하는 수위와 동선, 장면의 의도를 잘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이야기했다.

작품 공개 후 높은 관심과 함께 혹평도 따라왔다. 지창욱은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라는 점은 촬영 당시부터 예상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너무 아쉽다. 어떻게 안 아쉬울 수가 있겠나. 혹평을 받는다는 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혹평까지 즐길 수는 없다. 다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기도 하다. 호평만 있을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럼에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배우로서 제 인생에서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역할이었고, 시도했고, 스스로는 너무 좋았다. 혹평만 있다고 할지언정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순위나 반응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부끄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배우 생활이 길어질수록 모든 작품에서 호평만 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는 “저보다 경험 많은 선배님들도 많지만, 배우가 작품을 하다 보면 언제나 호평만 들을 수는 없다. 물론 호평을 받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작품도 있을 거다. 중요한 건 역할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이 역할을 시도해볼 수 있느냐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만의 조원을 성의껏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도 즐겁게 작업했다.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역할이었지만, 지금 이 나이에 이런 역할을 시도하고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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