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가 화려한 인플루언서로 돌아왔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이하 ‘지금 불륜’)는 행복한 가정을 팔아온 인기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한 비밀로 얽히면서 폭주하는 연쇄 추돌 블랙코미디다.
‘살인자ㅇ난감’, ‘타인은 지옥이다’의 이창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제작자 김지연과 황동혁 감독의 퍼스트맨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김혜수는 극 중 성공한 인플루언서이자 한 가정의 중심인 경희 역을 맡았다.
김혜수는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대본의 힘에 끌렸다고 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다. 솔직히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최근 본 작품 중 특별히 재미있었다”며 “블랙코미디도 있고 서스펜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사건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다. 많이 사용되는 소재인데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전환시키는지가 특별하게 느껴졌다”며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하는 힘이 대본 자체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여성 작가가 집필한 첫 장편 시리즈라는 점도 인상 깊었다. 김혜수는 “필력도 좋고 구성도 좋다. 특히 전환 방식이 굉장히 인상적이라 ‘재미있겠다’ 싶었다”며 “혼자 대본을 보면서 깔깔대는 편은 아닌데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혼자 깔깔대면서 봤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김혜수는 “처음에는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했지만 굉장히 복합적이고 융합적이다. 어떤 장르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 유니크한 느낌이 있다. 새롭지 않은 소재였는데, 유니크하더라”며 “장르물이라는 건 호불호가 있고 진입장벽도 있다. 그런데 이창희 감독님에게는 그것을 대중적으로 확장시키는 힘이 있다”고 밝혔다.
김혜수에게 경희는 외형부터 이전 작품들과 확연히 다른 캐릭터였다.
그는 “화려한 역할 자체가 오랜만이다. 굳이 따지자면 드라마 ‘스타일’ 이후 오랜만인 것 같다”며 “그전에는 드라마 자체에 무게가 실리는 작품이 많아서 오히려 외형적인 부분을 지우는 게 필요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캐릭터의 아이덴티티 자체가 ‘그림 같은 가족’을 보여주는 인플루언서”라고 설명했다.
경희는 자신의 집과 남편, 아이까지 콘텐츠로 만들어 대중에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김혜수는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국내외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폭넓게 찾아봤다.
그는 “인테리어뿐 아니라 꽃, 패션 등 여러 분야를 찾아봤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대중과 굉장히 친밀하게 소통하고 자신의 일상을 과감하게 공개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그런 분들을 주로 참고했다. 대중의 지지를 받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다마고치를 키우듯이 함께 커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희는 인테리어뿐 아니라 자기 가정과 남편, 아이까지 콘텐츠 안에 녹여낸다. 결국 가족 자체를 셀링 포인트로 판다”며 “아름다운 남편, 사랑하고 사랑받는 아내의 모습, 아이의 성장까지 모두 셀링 포인트가 된다”고 짚었다.
그런 경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치 가운데 하나가 화려한 스타일링이었다.
김혜수는 “제가 영화제를 오래 진행하면서 드레스를 입는 모습 때문에 화려한 이미지가 각인된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캐릭터가 화려하거나 두드러질 때 배우 개인이 가진 이미지의 확장으로만 가는 건 조심해야 했다”고 말했다.
큰 리본을 단 의상에 대해서는 “앞집에 가는 장면인데 100m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남편은 턱시도를 입고 아이도 소공녀처럼 입는다”며 “상류층에 진입하고 싶다는 욕망을 이뤘지만 얼마나 부조화스러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의 시선을 먹고 사는 경희는 배우 김혜수와도 일정 부분 닿아 있었다.
김혜수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건재할 수 없다는 점은 비슷하다. 대중의 관심을 갈망하면서도 또 겁낸다”며 “결국 대중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해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헤맨다”며 “대중은 여러 시대를 경험하고 여러 가지를 접하면서 굉장히 능동적으로 변했다. 의식이나 수준이 높아졌고 저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그 부분이 무섭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일단 내 것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력에 비해서 내가 알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표현하는 것 사이의 괴리감을 아직까지도 충분히 줄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있다”고 했다.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아도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다. 김혜수는 “누군가 ‘너 연기 잘했다’고 해도 당사자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저건 놓쳤네’ 하는 빈 곳이 당사자에게는 보인다”며 “저희 일은 사전에 정말 열심히 준비하지만 결국 단 한 번의 순간에 모든 걸 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혜수는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끼지 않았다. 김지훈은 앞선 인터뷰에서 김혜수의 인정을 받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김혜수는 김지훈에 대해 “오랫동안 잠재력을 가지고 살아남은 배우”라며 “정말 저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동안 좋은 조건이 있음에도 다양한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김지훈이라는 배우의 특화된 이미지가 조금 더 확장된 느낌이 들어 고맙고 반갑다”며 “이 작품을 선택한 것뿐 아니라 역할을 굉장히 치열하게 고민한 배우가 칭찬받아야 한다”고 했다.
인간적인 면에서도 “참 솔직하고 꾸밈없고 건강하다”며 “좋은 걸 발견하면 함께 공유하려고 한다. 오지랖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모습을 참 좋아한다”고 웃었다.
24년 만에 다시 만난 조여정을 향해서도 “오래 해보니까 ‘이 배우 참 좋다, 또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쉽게 다시 만나지는 게 아니더라. 20년 넘게 각자의 길을 가다가 다시 만난 것 자체가 귀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또 그는 “연기하는 순간에는 선배와 후배가 없다. 배우 대 배우로 만난다”며 “좋은 배우와 공연하면 나 역시 함께 좋아진다. 조여정은 그런 배우다. 매 현장이 기대되게 만들고 그 현장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김재철에 대해서는 “정말 실력파다. 배우로서 포텐이 있다고 느꼈다”며 “정말 폭넓고 다채로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다. 이 작품을 보고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혜수는 최근 ‘참교육’으로 호평받고 있는 김무열을 공개적으로 응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김혜수는 “‘소년심판’ 때 함께했는데, 상대 파트너 중에 단연코 최고였다. 배우들끼리 연기해보면 정말 실력 있는 배우인지 그냥 느껴진다. ‘소년심판’에는 강한 인물들이 많다. 그런 인물들 속에서 내 연기를 보여주려면 힘을 줄 수도 있는데 김무열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 과거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리허설하는데도 제가 눈물이 났다. 진심을 너무 담백하게 담아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소년심판’을 하면서 김무열과 염혜란 배우에게 큰 걸 배웠다”며 “단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무열의 ‘참교육’을 본 뒤에는 “정말 눈물이 났다”며 “너무 담백한데 그 안에 다 담겨 있다. 그런 걸 시청자들이 알아봐 주니까 제가 엄마나 누나도 아닌데 좋더라. 사람도 참 예쁘고 겸손하고 담백하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혜수는 오랜 시간 활동한 대표적인 여성 배우로 후배들에게 이정표와 같은 배우라는 평가도 받는다.
김혜수는 “저를 귀감이라고 해주시면 감사하지만 그 자체가 무겁게 느껴진다. ‘내가 귀감이 되어야지’,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일은 사실 그런 여유조차 없다. 늘 조바심이 있다. 저는 스스로를 감쪽같이 특화된 백조 같다고 생각한다. 보여지는 건 멀쩡한데 밑으로는 발만 계속 저어대는 백조 같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후배 배우들의 노력을 알아봐 주는 선배이기도 하다.
김혜수는 “아무리 선배라고 해도 현장에 가면 무섭다. 배우들은 다 비슷한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잘한 순간을 내가 봤다면 그것을 알아봐 주는 게 좋다. 매일 ‘넌 최고야’라고 하는 건 아니다. 각자 힘들게 준비해온 것 중 정말 좋았던 지점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라며 “이번 작품은 특히 앙상블이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
더불어 “‘지금 불륜’은 한 번 보면 계속 볼 수밖에 없다. 그 다음들이 궁금하다. 이런 작가들이 있나 싶을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몰입감 있는 이야기와 구성을 내놨다. 안 볼 수는 있어도 1회만 보는 분들이 없을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관심을 당부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